언제까지
나는 주인 없는 빈집에
슬며시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슬그머니 뒷문으로 나가야 하는지
첨에 호기심으로 들어왔으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참으로 이 복잡한 시대에
이토록 조용한
공간이 있는것에 놀라기 시작했다
가끔 그날의 양식을 한웅큼씩
가져 가기도 하면서
꼬리가 잡히지 않을만큼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면서...
왜 이집엔 늘 주인이 없는걸까
그러고 보니 대문에
문패가 보이지않았다
이토록 말끔한 집안에 따스한 햇살이
뜨락에 작은 꽃들을 어루만져주는
평화로운 이곳에
주인은 어디갔을까
여기 저기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 나직나직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살금살금 기웃거리다가
언제 부턴가 이집 주인이 궁금하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왜 오랫동안 집을 비워둔걸까
혹 무슨 사고를 당한건 아닌가
이 아름답고 소박한 바닷가 언덕 위의
집 주인은 누구일까
이 집은 누가 이토록 매일 매일
향기를 실어나르는걸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되면 피어나는 달맞이 꽃 처럼
살며시 내려와
이곳 저곳
나그네들이 쉬엇다 간 자리를
청소하고 정리하고
새 하루를 준비해 놓곤
해 뜨기 전에 사라지는가보다
주인이 오기 전까지...
누가 이 집 주인 좀 찾아주세요~~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편안히 쉬다 갑니다
혹시 없어진게 있다면 쪽지에 적어 놓으세요
제가 가져가는 건 식탁 위의 따뜻한 우유 한잔과
뜰에 핀 채송화 한 송이 입니다
쉬었다 가는 기념으로 ㅎㅎ
다음에 올 땐
주인님을 꼭 뵙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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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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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4 20:0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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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을 쓰신 분께서 이곳 빈집의 주인이 되어 주세요~
쉬어다 가는 김에 눌러 앉으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쓰시는 분께서 분명 아무나가 아닐것입니다...
이곳 불 빛 없는 적막한 이 빈집에 진정 어울릴 수 있는 주인이 분명합니다!!
댓글을 보기전에 제가 주인이 되어 달라고 하려 했는데...나무잎배님 예전에 주인이 있었는데 생활고로 이민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