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욕심내지 않고
순리대로 삶을 변화해 가겠다면서 땅을 박차고 올라섰습니다.
처음에는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눈을 깜빡이자 묵묵히 앉아 옆을 지키고 있던 바위가 곁을 내주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수백 년을 지켜왔던 고목이 잡고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지를 하나 떨어뜨려 옆 담벼락에 얹어 주었습니다.
너무 좋아 혼자 가기 아까웠습니다.
옆집 친구도 부르고 이웃집 어른들도 부르고 세상의 아이들도 불러 모아
점점 더 콘크리트 벽을 녹색 숲으로 만들었더니
세상 사람들은 우릴 뚝심 있고 의좋은 담쟁이덩굴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기를 소망했고
땅을 굽어보아도 양심에 거리낄 만한 것이 없기를 다짐하면서
손을 잡아주고 밀어 주고 끌어주면서
가보지 못해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구경을 하고 말았습니다.
괴롭다고 주저앉지 마세요.
손 내밀어 잡아 주는 가족의 따뜻함이 있잖아요.
힘들면 크게 소리 질러 보세요.
기댈 어깨를 빌려주는 든든한 이웃이 있잖아요.
마음이 답답하면 두 팔을 벌려 보세요.
달려와서 포근히 감싸 안아줄 우리가 있잖아요.
너무 좋아 혼자 가기 아깝잖아요.
뚝심 있고 의좋은 초록담쟁이처럼 우리도 같이 가요.
[초록담쟁이] 14~15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