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속 문학(27)
서사의학 – 이야기로 의학을 한다
유담(시인·CM병원 내과 과장)
“의학은 과학이다. 그러나 그냥 과학이라 분류하기엔 굴먹하다. 왜냐하면, 진료실엔 의사도 환자도, 병식(病識)을 비롯한 개인 사정, 가정사, 직장, 신앙 등의 모든 세파를 짊어지고 마주 앉아 과학만으론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학은 철저히 인간 탐구, 인간 이해를 전제로 환자 중심으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공감하며 합력하는 존재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원시시대의 주술적 존재, 근현대의 권위주의적 의료의 일방적 공급자가 아니다. 전문화된 능력과 동시에 종합화의 재능도 함께 지니고, 인간을 인간의 이야기를 이해할 줄 아는 소통 기능적 존재다. 즉, 의사의 경험과 기술, 환자의 가치가 모두 이야기로 작동한다. 그 이야기의 작동을 꼼꼼히 새길수록 의사도 환자도 더 만족한다. 결국 의학은 이야기하고, 쓰고 기록하는 과학이다. 그래서 필자는 의학을 ‘묘사과학 또는 서술과학(descriptive science)’이라 분별하기를 즐긴다.
진료실 안, 어쩔수 없이 이야기에 파묻혀 있는 지금 이시간, 서사의학을 이렇게 정의할 수 밖에 없다. ‘문학적 사고와 기술로 질병 이야기를 인지하고, 소화 흡수하고, 해석하여 감동 받는 의학이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