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metonymy)/이미순
1) 서론
시가 다른 문학 장르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시의 언어가 일상적 용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대상이 없어도, 의미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이 점이 산문과 다르다.
시인들은 왜 언어를 왜곡되게 사용하려 노력하는 것일까? 합리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정확하게 표현하려 노력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플라톤이 시인 추방론까지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의 「섬」
“이루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라고 할 때 이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시인이 할 일이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인 언어에 갇혀 있는 세계를 부수고 그 너머에 있는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자가 시인이다.
수사학은 이러한 시의 언어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말로 표현하는데 아주 긴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수사학이다.
과거에는 시를 은유를 중심으로 읽고 써왔다. 어떤 시의 기호를 보고 그것의 원래 의미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대 시인들은 이러한 방식의 이미지 시를 잘 쓰지 않는다. 현대 시인들은 오히려 시적 기호들 그 자체에 주목하면서 기호가 파생하는 이미지를 전개한다. 환유는 종래 시의 제작 방식과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2) 수사학과 환유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수사학을 남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를 찾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근래 계몽주의나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 이런 전통이 무너졌다. 계몽주의는 객관성과 과학성을 지향하였고, 낭만주의는 창조성을 강조하였다.
근래에 와서도 은유는 위상을 잃지 않고 20세기 중엽에 부흥의 기회를 맞이했다. 은유 중심의 수사학에 새로운 해석을 가한 이는 야곱슨이다. 그는 소쉬르의 기호론에서 밝혀진 언어 기호의 두 가지 방식을 수사학에 적용하여 수사학의 커다란 두 축을 은유와 환유로 설명하였다. 여기서 나아가 그는 은유와 환유로 인간 정신의 두 흐름을 해명하였다. 이로써 환유는 은유와 함께 큰 비중을 자지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여러 이유로 환유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특히 언어의 본질에 초점을 두는 후기구조주의자들은 언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언어의 수사성에 주목했다. 수사학 연구를 통해 모든 언어가 갖고 있는 언어의 수사성은 작가가, 본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끊임없이 왜곡시키고 기호들의 놀이로 이끄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들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조건은 언어이며, 이 언어는 작가의 의도나 사상을 전달하는 투명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수사성에 의해 작가의 의도나 사상을 왜곡시키고 변화시킨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수사성에 대한 인식 속에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대상과의 동일시를 가정하는 은유나 상지의 수사학은 의심받게 되었다.
3)환유의 수사학적 원리
①인접성의 원리
환유란 사물이나 개념을 그것의 속성을 지니고 있거나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다른 사물이나 개념의 이름으로 부른 수사법이다. 고대 로마의 웅변가이며 수사학자인 퀸틸리안은 『변론술 교본』에서 환유를 容器로써 내용물, 行爲者로써 행위나 물건, 原因으로써 결과, 시간이나 장소로써 그 특성이나 생산품, 연관된 대상으로써 그 소유자나 사용자 등 5가지로 나누었다.
‘젊은 시인’에게 기침을 하자라고 할 때, ‘젊은 시인’은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젊은이를 말하며, 기침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우성을 말한다. 이때 동원된 비유는 인접된 일부로써 전체를 표현하기에 모두 환유이다. 인접성의 원리로 환유를 설명한 이는 야곱슨으로, 그는 여러 가지 수사법을 은유와 환유로 통합하여 설명하였으며 이 양자를 상호 대립적 요소로 인식하였다. 이는 그가 구조주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결과이다.
그는 失語症 환자를 예로 들며 은유와 환유를 설명하였다. 실어증 환자 중에서 어떤 환자는 인접 혼란을 나타내는 언어요소들을 하나의 정연한 순서로 결합시키지 못하거나 서툴다. 또 다른 환자는 유사 혼란을 나타내어 한 요소를 다른 언어요소로 치환시키지 못하거나 무척 서툴다.
단어 연상시험에서 전자에 속하는 환자는 누가 오두막집을 이야기하면, 오두막이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헛간, 궁전, 우리 등의 치환어를 댄다. 후자에 속하는 환자는 타버린, 초라한 작은집 등을 오두막집과 결합하여 순서를 만들어내는 단어를 댄다. 즉 오두막집과 유사한 개념이 아니라 오두막집이 가지는 인접한 성질을 이야기 한다. 야곱슨은 전자를 은유로, 후자를 환유로 보았다. 이에 따라 은유는 유사성의 원리에 따라 생성되고, 환유는 인접성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사로 정의하였다.
현대시는 은유나 상징 중심으로 읽어서는 안 될 때가 있다. 물론 시어가 상징하고 있는 시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시의 의미를 전체적 통일성을 고려하여 이해해야 할 때도 있다. 어떤 시들은 오히려 시적 기호 자체에, 그것의 미끄러짐에 주목하여 읽어야 한다.
첫댓글 현대 문학은 해체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해체주의는 비유법 중에서 환유를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