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에 나를 마주하였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지만, 커피잔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합니다.
감수성훈련을 마치고, 분주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나는 괜찮아’ 라고 생각했지만 지난 3일의 훈련기간 동안 마음을 많이 썼나봅니다.
지난 3일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그 시간을 떠올려 보았는데, 생각을 잡으려고 하면 할 수록 손에 쥐어 든 모래가 흘러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생각은 그렇게 흩어졌지만,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감수성 훈련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추천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름이 아닌, 내가 만들어 낸 별칭으로 만나는 만남에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각자의 삶의 여정에서 분주한 걸음을 걷다가 인생의 그루터기 같은 한 곳에서 만나 얼굴을 마주하니, 어색함과 멋쩍음, 약간의 긴장감, 그러면서도 동시에 기대감과 설레임도 있었습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분들은 어떤 마음과 감정으로 오셨을까? 궁금해 지면서 그 마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처음의 저의 마음은 조급함과 조바심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귀기울이면서, 더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조바심이 생기면서 더 많이 plug in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후에는 타인의 감정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나의 감정에도 조금 더 솔직해 지고 싶었습니다.
나는 나의 감정을 숨기고 싶었고, 들키고 싶지 않았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두렵기만 했습니다.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이 때로는 감정의 바다 앞에서 나의 발을 적셔오는 잔잔한 파도처럼, 때로는 폭풍과도 같은 감정의 파도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나를 바라봐주는 진실된 눈빛들 속에서 무한한 안정감과 안전함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발가벗겨져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면서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훈련의 과정에서 마주한 나 자신은 작은 골방에 베개를 끌어 안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 모습에 나는 나를 더 많이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서러우면 서럽다고, 서글프면 서글프다고…
마치 애벌레가 하루 하루 눈 앞의 잎사귀만 바라보며 살았던 나에게 2박 3일의 훈련의 시간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누에고치의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그 안에서 나는 녹아지고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나의 생각들을 내려 놓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순수한 감정 앞에 마주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었구나’
이틀의 시간은 저의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대할 때, 무거운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재로 바라보며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며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나의 감정을 숨기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내 감정을 먼저 알아달라는 목마름을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지만, 이제는 타인의 감정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진심으로 다가와 주시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의 마음, 소중하게 선물로 간직하겠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 처럼 느껴졌던 시간에 만난 감수성 훈련은 저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었고, 새로운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우는자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며, 그들의 감정에 함께 춤출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여전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 있지만, 이 감정을 보다듬으며 오늘을 걸어가겠습니다.
유풍님, 바다님, 아이엠님, 그리고 함께 한 모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이렇게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시는 분들의 마음에 흐뭇함과 행복감이 있을 것 같아요.
한 달 후, 후기 모임에 더 따뜻한 모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