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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 15. 페어리 메도우 - 베얄캠프 / 9km
Fairy Meadows (3300) - Beyal Camp (3550m)
7. 22. (금)
페어리 메도우 연못
날이 밝았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니 몸이 개운하다. 4시 40분 어제 갔던 전망대로 향했다. 아무도 나오는 기척이 없다. 새벽 어둠 속에서 황금빛으로 물드는 봉우리를 한번 보았다면 이렇게 전망 좋은 낭가 파르밧의 일출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인데…막상 전망대에 가니 아무도 없어 머슥해졌다.
하늘에 구름이 높게 덮고 있고 북면이라 그런지 강렬한 일출은 아니어서 조금 싱거웠다. 지금까지 본 멋있는 히말라야 일출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본 안나푸르나 남면, 사마가온에서 본 마나슬루 동면, 코프라 단다에서 본 다울라기리 동면을 꼽을 수 있다.
오늘부터 7일 간의 마지막 3라운드가 시작된다. 원래 일정이라면 오늘 2라운드를 마치고 이곳 페어리 메도우에서 하루 느긋하게 쉬는 날이다. 그러나 마제노 패스를 넘지 못하고 마제노 하이캠프에서 출발점인 타리싱으로 다시 내려와 역방향으로 도는 중이라 쉬는 날 없이 강행군 중이다. 힘든 운행이지만 고군분투한 덕분에 일정이 거의 같아졌다.
아침을 먹고 출발 전 전망대 뒤쪽에 있는 호수를 방문했다. 페어리 메도우를 소개하는 글이면 반드시 나오는 낭가 파르밧 반영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내심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가니 연못이라고 하기에도 남사스러운 조그만 웅덩이다. 일부러 조성을 했는지 아니면 물길이 흘러 자연히 생겼는지는 몰라도 낭가 파르밧 반영이 잘 보이는 곳이라 이곳에 오면 반드시 다녀가는 포토존이다.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오늘의 목적지인 베얄캠프로 향했다. 베얄캠프는 낭가 파르밧 원정을 시작한 라이코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목에 있으며 페어리 메도우에서 250m 올라간다. 잠깐 절벽길도 나왔지마 대부분 큰 나무 숲을 지나는 소풍길에 가깝다.
2시간 정도 운행 후 베얄캠프에 도착했다. 페어리 메도우와 마찬가지로 원래 이곳은 가축들을 방목하는 초지다. 현지에서 가축을 키우면 사는 원주민이 살고 있다. 여자 아이들이 개울물에 빨래를 하다가 우리가 지나가니 얼굴을 돌리며 사진찍지 말라고 손사레 치며 미리 선수를 친다.
청바지에 히잡도 쓰지 않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오는 여성이 있는 반면 아예 도망가는 여성도 있다. 또 같은 이슬람을 믿으면서도 수니파 시아파로 나뉘어 불구대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어차피 꿈과 같은 짧은 한 세상 살아가면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사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라키오트 베이스캠프
베얄캠프는 십여 채의 방갈로가 있는 소박한 캠프장이다. 내국인들과 외국인들도 여럿 와 있다. 풍광은 정말 좋다. 방이 배정되었다. 방이 부족하여 두 여성동포만 2인실이고 우리 다섯 남성동포는 다인실이다. 다인실은 큰 방 4벽면 아래에 매트리스가 있다. 한 면에 매트리스가 두 개씩 깔아 두었다. 사람이 많으면 가운데에도 매트리스를 추가로 깔고 자는 방식이다.
차를 마시고 숙소에서 한참 쉬다가 오후 1시에 점심이 준비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낭가 파르밧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먹는 맛이 그만이다. 옆 풀밭에서는 라호르에서 온 남녀 대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놀고 있다. 그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딩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야전(야외전축)을 가지고(with 막걸리 한 말짜리 프라스틱 통) 가까운 산으로 가 춤 추며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유행한 춤은 고고(Go Go).
야전은 LP판을 틀수 있는 휴대용 전축이다. 당시 최고 히트곡은 영국의 다니엘 분(Daniel Boone)이 부른 《뷰티풀 선데이(Beautiful Sunday)》로 국제적 히트송이어서 라디오에서 항상 들렸다. 이 친구들을 보니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오후 2시 30분 낭가 피르밧 라키오트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1895년 영국의 알버트 F. 머메리에 의해 낭가 파르밧 원정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서쪽 디아미르 벽으로 올라 거의 6,100m에 도달했다. 그 후 머메리와 구르카 동반자 두 명은 디아미르 벽을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페어리 메도우에서 잘 보이는 라키오트 벽으로 이동 정찰하다가 사망했다.
머메리 이후 독일은 4번에 걸친 원정(1932, 1934, 1937, 1938)을 모두 이곳 라키오트 피크 아래에 캠프를 차렸다. 1953년 5번 째 원정에서 헤르만 불이 낭가 파르밧 초등에 성공한 원정도 이곳 라키오트 베이스캠프였다. 그러나 그 후 킨쇼퍼가 두 번째 등정을 디아미르벽에서 오른 후부터 라키오트 베이스캠프는 원정대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1962년 6월 23일 독일의 토니 킨쇼퍼(Toni Kinshofer, 1934~64)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가파른 디아미르 벽을 통해 낭가 파르밧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하산 도중 8,000m에서 악화된 날씨 때문에 비박하던 중 그의 등반 파트너 뢰프는 추락하여 사망하고 만하르트와 킨쇼퍼 자신은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그들의 루트는 킨쇼퍼 루트 명명되었으며 지금도 낭가 파르밧 등정에서 가장 대중적인 루트로 이용하고 있다. 킨쇼퍼는 1964년 독일 블랙 포레스트의 바덴바덴 근처 배터트 등반 지역에서 등반 중 추락하여 사망한다.
2006년 클린 마운틴 행사로 낭가 파르밧을 찿은 한왕용 대장은 마제노 패스를 넘어 디아미르 베이스캠프로 가서 낭가 파르밧을 보고 지난 날을 회상하는 글을 남겼다.
광활한 초원지대를 올라서자 낭가파르밧 킨쇼퍼 루트의 C1과 C2가 시야에 들어왔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98년에 후배 나관주와 단 둘이서 어렵게 등반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경비가 부족하여 고소포터는 물론이고 쿡과 키친보이도 고용하지 못하여 둘이서 밥을 해먹으면서 등반했고, 정상에서 하산하던 중 7,700m 지점에서 비박하면서 생사를 넘나들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낭가파르밧이야말로 나에게 고난과 인내를 모두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산이다. (월간산)
베이스캠프 대신 높은 전망대로
공식 전망대인 독수리 둥지(Eagle's Nest, 3691m) 전망대까지 30분 열심히 올라갔다. 찻집이 하나 있다. 파키스탄 친구들도 여러 명 와 있다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곳에서 아래로 내려가 빙하를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라키오트 베이스캠프가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 그리고 토론 끝에 굳이 힘든 빙하 길을 지나는 베이스캠프를 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어 위쪽 언덕 위 높은 전망대(3877m)로 가기로 했다. 그곳까지 또 30분 열심히 올라갔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역시 전망이 좋다. 모두들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현지인도 외국인도 여러 명 와 있다. 이곳을 지키는 경찰도 와 있어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다시 베얄캠프로 내려오니 오후 5시 30분. 왕복 3시간 걸렸다. 오늘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제법 오르내렸다. 3300m의 페어리 메도우에서 3550m의 베얄캠프로 가 점심 먹고 3877m의 하이 뷰포인트로 올라 갔다가 베얄캠프로 내려왔다. 오늘 577m 상승 후 300m 하강했다. 어제 오늘은 여유 있는 하이킹 수준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휑한 식당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저녁을 먹었는데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밥을 먹은 것은 틀림없다. 단지 무엇을 곁들였는지 모르겠다. 체력이 떨어지니 입술이 부르트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지만 여름이어서 그런지 초저녁에는 별로 춥지 않아 침낭 커버를 덮고 자다가 한밤 중 추워 침낭을 꺼내 들어갔다.
10여 년 만에 다인실에 자자니 조금 어색하다. 소변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래도 몇 번 밖으로 나가 낭가 파르밧 밤하늘 별들을 감상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특별 보너스다.
페어리 메도우 전망대에서 본 낭가 파르밧 일출
날이 조금 흐리고 북면이라 그런지 기대 이하다.
아침 먹고 출발 준비
출벌 전 전망대 뒤편 연못을 탐방했다. 페어리 메도우를 소개하는 사진에 반드시 나오는 반영사진을 찍는 곳이다. 막상 가보면 작은 연못이다.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공중부양도 하고
페어리 메도우 방문 기념사진을 찍었다.
낭가 파르밧 반영 사진
연못 근처에 한줄기 개울이 흘러 들어와 연못을 거쳐 나간다.
이곳에 근무 중인 경찰관(가운데 엄지척)과 출발 전 기념사진 찍고
9시 10분 베얄캠프를 향해 출발
라이코트 빙하 옆 언덕길을 걷다가
잠시 절벽길 비슷한 길을 지난 후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두 시간 동안 쉬엄쉬엄 그러나 열심히 걸어 오전 11시 경 베얄캠프 도착
오케이 목장?
여기도 방갈로 형태의 숙소다. 시설은 아무래도 탐방객이 적으니 페어리 메도우보다 못하다.
짐 도착. 왼편 다인실 옆에서 찍었다.
다인실 내부. 벽쪽으로 매트를 빙 둘러 놓았다.
점심 식사 전 휴식 중인 바위님
즐거운 점심 식사
라호르에서 젊은 대학생들이 와 있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여학생들. BTS를 좋아한다고.
점심 먹고 잠시 쉰 후 낭가 파르밧 베이스캠프로 하이킹 하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었다.
낭가 파르밧이 점점 가까워 진다
전망대 찻집 도착
독수리 둥지. 낭가 파르밧 전망대(3691m)
설산과 빙하를 보며 먹는 컵라면은 어떤 맜일까?
지역 관광경찰과 대화중인 가이드 에싼. 베이스캠프는 아래 빙하를 따라 간다.
라키오트 베이스캠프(4050m)는 이렇게 생겼다.
갑자기 비가 와서 잠시 찻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쉬었다.
비를 그으며 편히 쉬고 있는 가이드 에싼과 트레커 두 분.
비가 그치자 베이스캠프로 가지 않고 위쪽 전망대로 가기로 했다. 오르는 중 갑자기 아래에서 큰 소리가 나 돌아보니 한 친구가 바위 위에 올라가 있다.
라키오트 피크(7070m)와 그 아래를 흐르는 라키오트 빙하. 라키오트 피크는 낭가 파르밧 주봉에서 북동쪽으로 4km 떨어져 있다.
파키스탄에서 하얀 얼음 빙하는 여성 빙하, 모래가 덮여 있는 빙하는 남성 빙하라고 부른다. 이 두 빙하가 같이 있어야 자식인 수량이 풍부하다고.
낭가 피르밧이 잘 보이는 곳이다. 페어리 메도우도 좋고 베얄캠프도 좋지만 이곳까지 오면 더 좋다.
베얄캠프에서 이곳까지 논스톱으로 1시간 걸린다.
바위님과 함께 있는 저 서양인 친구는 파리캠프에서부터 같이 올라 왔다.
포토타임 1
포토타임 2
낭가 파르밧 북면 파노라마
오후 5시 30분 베얄캠프로 돌아오다. 여기도 반영사진용 웅덩이가 하나 있다. 이곳은 확실히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물이 흐려 깨끗한 반영사진을 얻기 힘들다.
저녁 나절 베얄캠프에서 본 낭가 파르밧
베얄캠프의 일몰 (by 바위님)
첫댓글 🍀🍀페어리 메도우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추억소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수에 전신샤워 했던 기억 그리고 빨래도... 초원에서 바라본 설산 그리고 반영 사진 📷 파키스탄 젊은이들 사진 찍은 것.. 전망대 꽃밭에서 담은 사진들 모든 게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
페어리 메도우 참 좋았습니다.
이 단독 사진도 좋네요.
카페음악을들어면서 글을읽고 사진을보니 사진속에 있는분들이보고싶습니다 너무시간이빨리갑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요.
그런데 디아미르 BC까지 가는 운행이
비도 오고 해서 제일 고생을 많이 한 일정이었습니다. 감기도 걸렸고.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삭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