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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세카툼 - 라마 타르 - 암질로사
● 거리: 12.4km
● 시간: 6:50
● 최고: 2407m (암질로사)
● 최저: 1559m (세카툼)
건망증은 계속 되고
어제 밤 짐을 정리하다가 센스등을 빼 먹고 온 것을 알았다. 밤에 물건을 찿거나 화장실을 갈 때 센스등은 아주 유용하다. 머리맡에 두고 그저 손만 휘휘 저으면 불이 켜진다. 이제는 짐을 쌀 때 필요한 장비를 챙기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일인데도 여전히 하나 둘 빼 먹고 오는 일이 있다. 이것도 노화현상이다. 어쩔 수 없다. 헤드랜턴으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오늘부터 두 발로 걷는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다이아목스 한 알(고소용), 식염포도당 5알(수분 보충용), 비타민 C(1000) 한 알을 먹고 출발. 다이아목스는 미리 삼툭 사장에게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고도가 2천 미터 도달 전날부터 시작하여 보통 3~4일 먹는다.
트레킹 자료
나는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체력단련과 함께 미리 필요한 자료를 최대한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영상도 좋지만 제일 도움이 되는 자료는 후기다. 본인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후기를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유튜브 영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상은 감상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장차 그곳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 텍스트 위주의 후기가 필요한 이유다.
캉첸중가 트레킹에 대한 후기를 열심히 찿은 끝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메드 브로히(Imad Brohi)가 쓴 <네팔의 숨은 보석, 캉첸중가로의 여행>(Journey to Kangchenjunga, Nepal’s hidden jewel>)을 발견했다. 사진 설명 위주이기는 해도 장소마다 포인트에 대한 요점 설명과 따로 전 여정을 담은 짧은 영상까지 있어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이메드는 2019년 3월에 캉첸중가 트레킹을 했는데 당시 찻길은 세카툼 아래 7km 지점에 있는 타페톡(Tapethok)까지만 열려 있었다고 한다. 이메드의 후기는 지금까지 읽은 후기 중 가장 좋았다. 그의 글은 마치 스위스의 칼스텐 네벨의 후기를 연상케 했다.
그는 북면 베이스캠프인 팡페마 방문을 마친후 군사로 돌아왔다. 그러나 군사에서 셀렐레라를 넘어 체람으로 가는 고개가 눈 때문에 넘지 못하고 세카툼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우연히도 내가 남면 베이스캠프를 방문하고 내려왔던 심부와 콜라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남면 베이스캠인 옥탕을 방문하고 내려왔다.
최근 다시 그의 후기를 읽어보니 그 장소가 뚜렷하다. 이전에는 그의 사진을 보고 마치 꿈속에서 보는 양 아련했던 캉첸중가 지역 마을 모습이 이제는 떠나온 고향 마을을 마주한 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트레킹을 마치고 나면 다큐의 감상자가 아니라 이제는 화면 속 주인공이 된다.
빡센 첫 날 운행
아침 기온은 15.1도. 아직은 '저지대'에 속해 춥지 않다. 아침을 먹고 7시 30분 캉첸중가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가지고 온 두 가이드북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처음은 계곡 바닥을 따라 오르는 평범한 산길이다가 1시간 30분 후 긴 현수교를 건너서부터는 무지막지하게 산 위를 향해 오른다.
경사도가 높은 좁은 길은 50여 분 동안 줄기차게 올라 세카툼에서 400m 상승한 1969m 지점에 9시 50분에 도착했다. 잠시 산허리길을 횡단하니 멀리 아래 계곡 옆에 찻집이 보였다. 라마 타르(Lama Tar, 1865m)다.
40분 동안 하강하여 10시 40분 라마 타르 게스트하우스 도착. 이른 점심을 먹었다. 몇몇 트레커들이 보인다. 점심 먹고 12시 출발. 여기가 계곡 바닥이니 지금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12시 35분 다시 다리를 건너 계곡 서쪽 사면으로 갔다. 세카툼에서 지금까지 자주 다리를 건너 계곡을 왔다갔다 했다.
10분 후 페디(2029m) 도착. 찻집이 있어 밀크티를 마시며 휴식. 페디라는 말은 안나푸르나 서키트에서 토롱라 패스를 넘기 전 있는 토롱 페디를 생각하면 알 수 있듯 깔닥고개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오늘의 목적지 암질로사 고도가 2407m니 여기서 378m를 더 올려야 한다.
페디에서 1시간 20분 동안 부지런히 올라 조용한 산 중턱 몇 채의 집이 있는 암질로사(Amjilosa)에 도착했다(오후 2시 20분). 첫날부터 상승 970m, 하강 180m를 하고나니 온 식신이 쑤신다. 이미 서너명의 트레커들이 와 있다. 방은 어제와 비슷하여 다시 한 번 옛 추억에 잠기게 했다.
저녁에 식당에서 네 명의 트레커를 만났다. 3인팀인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영국 아저씨와 덴마크 아줌마 두 사람은 카트만두에서 여행사에서 만나 같이 왔다고 한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스라엘 영감님은 혼자 왔다. 유럽팀의 젊은 가이드가 한창 루트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이 지역 출신인 우리팀 가이드 파상은 조용하다. 영어도 한국어도 그저 그런 편이어서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트레킹에서 의사통만 간단하게 하면 되니 별 문제 없다. 가이드는 거저 안내와 보좌 역할만 잘 해 주면 된다.
밤을 보내는 방법
식사 후 방으로 돌아와 아이패드(미니)를 꺼내 다운받아 온 캉첸중가 영상에서 오늘편을 보고 복습하고 예습으로 내일편을 보았다. 캉첸중가는 출발점인 타플레중 이후에는 인터넷이 안 되니 저녁부터 긴긴 밤을 보내려면 책과 테블릿 PC가 필요하다.
책은 케브와 로빈의 가이드북과 이청준 선생의 소설집 한 권을 가져왔다. 롯지에 전기가 들어오기는 해도 희미해서 헤드랜턴을 이용해야 했다. 트레킹 중에는 머리에 부담을 주는 복잡한 사유를 요하는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 책은 한 곳에 오래 머물 때 읽어야 한다.
영상은 유튜브(프리미엄)에서 포레이커(Foraker)님의 <캉첸중가 트레킹>과 싱가포르 출신 캐나다인 에코 오딧세이(Eco Odysseys)님의 <Kanchenjunga Trek>, 그리고 가벼운 환타지 영화(몽키킹 포함) 세 편을 다운받아 왔다. 책보다 대충 보기만 해도 되는 영상이 덜 피곤하다.
포레이커님의 영상은 2024년 봄에 다녀온 최신 영상이다. 총 8편의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장에서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하므로 예복습에 편리하다.
에코 오디세이님의 영상은 2023년 가을 <프로젝트 히말라야>팀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찍은 영상이다. 내가 참고한 일정이니 만큼 휴식일 수가 며칠 더 많은 점을 빼면 나와 같은 풀코스 일정이다.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따로 설명 없이 가끔 필요할 때 자막이 나온다.
이메드 브로히님의 후기와 함께 위 두 분의 영상이 이번 트레킹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요약]
출발 전 준비
● 센스등을 두고 와 헤드랜턴을 사용해야 했다.
● 고소용 약, 식염포도당, 비타민 C를 복용.
● 케브 레이놀즈와 로빈 부스테드의 가이드북 준비.
● 캉첸중가 트레킹 후기 및 유튜브 영상.
첫날 트레킹
● 세카툼에서 암질로사까지 800m 상승.
● 케브와 로빈 모두 힘든 구간임을 언급.
여정
● 7시 30분 출발, 1시간 30분 후 긴 현수교를 건너다.
● 9시 50분, 1969m 지점 도착 후 라마타르(1889m)로 하강.
● 10시 40분 라마타르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 식사.
● 12시 출발, 다리를 건너 계곡 서쪽면으로 이동.
● 페디(2029m)에서 휴식. 1시간 20분 후인 2시 20분 암질로사(2407m) 도착.
● 영국, 덴마크, 이스라엘 트레커들과 식당에서 저녁 식사.
여가 시간 활용
● 케브의 가이드북과 이청준 소설집 읽기.
● 포레이커님과 에코 오딧세이님의 캉첸중가 트레킹 유튜브 영상 시청.
캉첸중가 가이드북
이번에 두 권의 가이드북을 '가져' 왔다. 케브 레이놀즈 (Kev Reynolds)의 <캉첸중가, 어느 트레커의 가이드북>과 로빈 부스테드(Robin Boustead)의 <네팔 트레킹 &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이다.
케브의 책은 캉첸중가 전용으로 176쪽의 작은 책이다. 로빈의 책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 전체를 아우르는 351쪽짜리 책으로 제법 두툼하다(무게는 408g). 두 책의 사이즈는 같다(11.9x17.8cm). 로빈의 책에서 GHT시작점인 캉첸중가에 대한 설명은 전체 351쪽 중 10쪽이다. 그래서 그 부분만 휴대폰으로 찍어 왔다.
대부분의 트레킹은 처음 하루 이틀은 워밍업하는 정도로 고도를 올린다. 그런데 오늘의 목적지 암질로사 고도는 2400m나 되어 오늘 800m를 올려야 하니 부담이 된다. 케브는 이 구간이 힘든 구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케브의 책에서 오늘 일정의 앞 부분을 요약하면,
군사 콜라 계곡의 하류는 매우 좁고 가파른 벽으로 둘러싸여 거의 협곡과 같으며 격렬한 강으로 나뉘어 있다. 솟아오른 벽에 빈약한 초목이 달라붙어 있고 폭포가 은빛 리본처럼 쏟아져 내린다. 북쪽 경사면에 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상당한 업적이다.
당연히 이 계곡의 첫 번째 구간은 지금까지 트레킹 중 가장 힘든 날을 제공한다. 시작과 끝 사이의 910미터 고도 상승은 험준하고 때로는 미끄러운 길을 힘겹게 올라가야만 달성할 수 있으며, 종종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가파른 내리막길도 있으며, 하루가 끝날 때 총 고도 상승량은 위의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끝판왕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이다. GHT는 'Great Himalaya Trail'의 약자로, 네팔 히말라야 산맥 전체를 따라 이어지는 1700km의 장대한 트레킹 코스를 의미한다.
영국의 산악인 로빈 부스테드는 1993년에 히말라야에 처음 반했고 그 이후 매년 방문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히말라야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르는 세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트레킹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이것은 이후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로 부르게 된다.
로빈은 2002년에 각 히말을 연결하는 새로운 트레킹 경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GHT의 첫 완전 횡단 여행에서, 두 시즌에 걸친 6개월의 장대한 여정을 마쳤다. 그는 현재 인도, 부탄, 네팔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 횡단을 완료했으며 수십 번의 짧은 트레킹도 했다.
로빈의 GHT 가이드북에서 세카툼에서 암질로사로 가는 루트에 대한 설명이다.
4일차: 세카툼 - 암질로사 (6시간)
지금까지의 트레킹 중 가장 힘들고 극적인 하루다. 세카툼 캠프장에서 출발하여 흔들다리를 건너 군사 콜라(Ghunsa Khola) 강의 왼쪽(진행 방향 기준) 강둑을 따라간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면서 계곡이 점점 좁아져 깊은 협곡이 된다(약 2시간 소요). 양쪽 절벽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려와 강의 거센 소리 때문에 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구간에서는 길에 집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지인들이 강 물줄기를 따라 절벽 아래에 돌길을 만들어 놓아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가 많지만,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 구간을 지나면 다시 한 시간 동안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야 하며, 이후 가파른 오르막길 아래에서 다리를 건너게 된다. 여기서부터 350m 오르는 가파른 지그재그 경사가 시작된다(약 2시간 소요). 경사가 완만해지는 지점까지 가면 암질로사(해발 2,308m)까지는 약 한 시간이 더 걸린다.
로빈의 책은 2020년 판으로 1999년 판인 케브의 책보다 11년 후에 나왔지만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 변한 것이라면 세카툼까지 찻길이 났다는 점과 예전에는 작은 산골 집 몇 채만 있던 마을에 롯지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캉첸중가 지역은 네팔 히말라야에서 몇 남지 않은 오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가이드북은 단지 트레일 루트 뿐만 아니라 현지에 대한 개괄적인 개요, 인문, 사회, 지리, 역사 등을 포함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처음에는 히말라야 설산이 좋아 다녔는데 계속 다니다보니 트레킹은 단순히 길을 걷고 고개를 넘는 산행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현지인들의 희노애락이 켜켜히 쌓여 있는 삶의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빈의 책은 GHT 루트 전체를 아우르는 책이라 개별 루트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철수 중인 영국팀 캠프
아침 식사는 티베탄 브레드와 삶은 계란 두 개 그리고 밀크티. 식후에 핸드드립 커피 한 잔.
세카툼에서 암질로사까지 [위키록 자료] https://www.wikiloc.com/hiking-trails/suketar-amjilosa-188636145
처음에는 찻길을 확장하는 듯한 넓은 길이 나오더니 바로 좁아졌다. 이곳도 언젠가 군사까지 찾길이 날 수 있지만 안나푸르나나 마나슬루에 비해 마을 주민이 월등히 적어 오래 걸릴 것 같다.
암벽 제거 공사로 생긴 너덜길.
계곡 옆 물가에 재배하는 카르다몸. 캉첸중가에 대한 자료에 반드시 나오는 이 지역 특용작물이다.
카르다몸(cardamom)은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인 엘레타리아 카르다몸(Elettaria cardamomum)의 씨앗을 건조시킨 향신료로 독특하고 강렬한 향과 맛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면 향신료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카르다몸은 뿌리줄기를 이용하는 다른 생강과 식물과 다르게 씨앗을 사용한다. (나무 위키)
오전 8시 이타하리(Itahari) 도착. 세카툼의 열악한 환경 대신 이곳에서 1박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유튜브에서 실제로 그렇게하는 팀을 보았다.
계곡을 따라 난 길
북면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가는 네팔 청년들. 지금은 내국인 트레커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긴 현수교를 건너
계단을 오른다. 난다데비 트레킹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계단은 조상 대대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피 땀 눈물로 조성되었다. 덕분에 트레커들도 편하다.
현재 고도1969m. 맞은 편 산에서 떨어지는 멋진 폭포. 사실 이런 폭포는 히말라야에서 흔하다.
한참 오른 후 계곡 아래로 라마타르가 보였다.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가는 팀.
라마타르까지 가는 길도 만만찮다. (Ramdāṅ - 지도)
10시 45분 라마타르 게스트하우스 도착. 점심시간이다.
라마타르 게스트하우스
얼마 후 영국팀이 도착했다.
라마타르에서 암질로사까지 518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일단 계곡을 따라 간다. 우리 뒤를 따라오는 영국팀
계곡을 따라 한참 오른다.
12시 35분 다리를 건너 계곡 서안으로 간다. 고도는 2012m.
10분 후 페디 도착
12시 50분 페디 찻집(2029m)에서 밀크티 한 잔 마시며 휴식.
페디
철교를 건너
마지막 오르막을 350m를 지그재그로 올라
오후 2시 20분 암질로사 도착
홋지는 왼쪽으로 오른다. 먼저 도착한 이스라엘 영감님과 포터 아저씨.
다음날 출발 후 돌아서서 찍은 암질로사 게스트하우스(wikiloc.com 자료).
[참고영상] 세카툼 - 암질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