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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6. 체람 - 람체
● 거리: 10.7km
● 시간: 3:20
● 최고: 4615m (람체 )
● 최저: 3870m (체람)
체람, 캉첸중가 초등 원정대가 지나간 곳
바깥 통로에 있는 테이블이 추워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식사는 룸서비스를 받았다. 침대 위에서 먹자니 당연히 불편했지만 찬바람을 맞으며 먹는 것보다는 낫다. 아침 방안 온도가 0도니 어제 밤 참바람 부는 복도는 최소 영하 5도는 되었을 것이다. 이불을 뒤집어 쓴다한들 한기를 다 막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그런 환경에 익숙한 포터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어제 도착 후 파상이 돈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추가로 2만 루피 주었다. 어제까지 15일 간 5만 루피 사용했으니 앞으로 남은 7일 비용으로 일단 2만 루피 주고 모자르면 더 주겠다고 했다. 트레킹이 끝나고 카트만두에 돌아왔을 때 파상이 그동안 롯지에서 받은 영수증 다발을 가져왔다. 그리고 정산한 결과 1만 5천 루피가 더 들었다고 해서 환전하여 주었다.
그래서 이번 트레킹에서 숙식비, 교통비, 쫑파티(4,500루피)에 든 총 비용은 89,500루피, 약 90만 원이다. 22일 동안 하루 평균 41,000원을 썼다. 트레킹 중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파상에게 돈을 맡기고 마음대로 주문했다. 방값이 얼마인지 밥값이 얼마인지 전혀 신경쓰지 않으니 천하가 태평하다.
체람은 군사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얄룽 계곡(Yalung Valley)에 있는 일련의 야크 목초지 중 첫 번째다. 이곳은 목가적인 캠프장을 이루는 위아래 두 개의 큰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너 개의 롯지가 있다. 내가 묵은 롯지는 헬기장이 있는 아래쪽 마당이다. 위쪽 롯지는 모두 만원이었다.
1955년 5월 25일, 찰스 에반스가 이끄는 영국의 원정대의 조 브라운(Joe Brown)과 조지 밴드(George Band)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캉첸중가를 처음으로 등정했다. 이들은 1930년 딜런퍼스 원정대와 마찬가지로 시킴으로 들어와 캉라를 넘어 체람으로 들어왔다.
영국 원정대가 캉첸중가 등반을 위해 네팔이 아닌 시킴을 통해 들어온 이유는 당시 네팔 정부의 등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 네팔은 외국 등반대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했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일부 봉우리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등반 허가를 내주었고, 캉첸중가에 대한 등반은 불허했다.
그런데 캉첸중가는 네팔과 인도의 국경에 위치해 있으며, 시킴 왕국(당시 인도의 보호국)을 통해서도 접근이 가능했다. 따라서 1955년 영국 원정대는 네팔 정부의 허가를 받는 대신, 시킴을 통해 캉첸중가로 접근하는 경로를 택한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밀입국을 한 것이다. 아래는 히말라야 14좌 초등일을 날짜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라통(Ratong), 람체의 호위무사
캉첸중가 남면부터 트레킹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 체람에서 이틀 머물며 고소적응을 해야한다. 3870m의 이 고도에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고산병 징후를 주시해야 한다.
체력이 좋고 고도에 잘 적응한 트레커라면 체람에서 칸첸중가의 모든 장엄함을 볼 수 있는 옥탕(Oktang) 전망대까지 당일 왕복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람체(Ramche)에서 멈추고 최소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옥탕을 방문하는 것이 훨씬 좋다.
고도에는 적응이 되었지만 체력이 약한 나는 당연히 람체까지만 간다. 아니 체력이 남아돈다 하더라도 장엄한 히말라야까지 와서 급하게 발자국만 찍고 가는 스타일은 내 취향이 아니다. 평생에 한 번 오기 힘든 곳이니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즐길 일이다.
7시 40분 출발. 오늘은 체람에서부터 길은 숲속을 구불구불 올라간다. 오늘 고도를 745m 올려야 한다. 만만한 일정은 아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길은 어제 내려왔던 시네랍차라로 오르는 길을 왼편에 두고 계속 급격한 오르막이다. 초반부터 힘깨나 드는 구간이 지나고 협곡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건너기 위해 통나무 다리로 내려갔다.
산사태로 무너진 작은 계곡이 나타났다. 그 계곡을 건너 계속 큰 나무와 관목 사이를 오른다. 출발한지 약 40분 지나자 무너진 마니월이 있고 그 옆에 옴마니밧메훔이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그곳을 지나 숲을 벗어나니 멀리 카브루(Kabru) 연봉과 라통(Ratong, 6682m)이 나타났다. 카브루는 4개의 봉우리 높이가 비슷하며 북에서 남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다. 모두 7천 미터급이다.
얼마 후 약 4290미터 지점의 아름다운 얄룽 카르카(목초지)에 도착. 이곳은 반짝이는 시내가 구불구불 흐르는 평평한 지역이다. 이제부터 길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고도를 높인다. 라통과 그 주변 봉우리들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출발한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난 9시 30분 경 내려오는 세 명의 서양 트레커를 만났다. 프랑스팀인가 했는데 영국팀이라고 한다. 아주 반갑게 인사한다. 사실 정확하게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파상이 자누 베이스캠프 갔을 때 내가 베이스켐프까지 갈 필요 없다고 말했던 팀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이 팀의 대원들이 많았는데(6~7명) 그 후 이들 외에 다른 멤버는 보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람체 가는 길에 왼편 랍상라 가는 길을 안내하는 팻말이 있다. 여기서 랍상라(5510m)를 넘어 군사로 바로 가는 길이다. 지금은 현지인들도 힘든 빙하를 건너는 랍상라를 피하고 체람에서 시네랍차라를 넘어 군사로 간다.
10시 20분, 작고 얕은 빙하 호수가 나타났다. 이곳은 라통이 웅장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라통 오른편에 보이는 콕탕(Koktang, 6148m) 은 아름다운 얼음 골이 있는 능선으로 유명하다. 콕탕 왼편의 두 개의 작은 봉우리와 이어져 마치 거대한 공룡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케브의 가이드북에는 이 부분을 이렇게 쓰고 있다.
랍상라로 가는 길(군사로 가는 더 높고 어려운 길)은 호수 왼쪽으로 옛날 데체롤 수도원(Decherol Monastery)이 있었다고 믿어지는 골짜기로 향한다. 그러나 람체로 가는 길은 호숫가를 따라 가로지르며, 더 많은 야크 목초지를 건너 첫 번째보다 작지만 멋진 경치를 제공하는 두 번째 산상 호수에 이른다. 약 20분 후에는 람체의 두 개의 돌집에 도착한다. 람체(Ramche) 또는 람서(Ramser)라고도 표기된다.
람제는 얄룽 빙하 계곡의 최상단에 위치한 야크 방목지로, 동쪽과 남쪽은 높은 곡선형 모레인(빙퇴석)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서쪽에서는 보크토(Boktoh, 6114m) 봉우리가 내려다보고 있다. 1955년 성공적인 원정 당시에는 모레인 캠프로 사용되었으며, 이곳에 300명의 포터들이 6톤의 식량과 장비를 운반해 놓고, 이를 빙하 위 베이스캠프(파체스 그레이브 인근, 하부 아이스폴 아래)까지 나르곤 했다.
첫 번째 빙하 호수는 작고 얕은 연못 같았다. 그런데 묘하게 분위기가 좋다. 호숫가를 걸을 때, 마치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간 듯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길은 다시 라통 방향의 골짜기를 넘어간다.
다음 작은 호수 옆으로 체람의 롯지 초록 지붕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거대한 삼각뿔 라통과 공룡 모양의 콕탕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람체, 일몰이 아름다운 포근한 곳
오전 11시에 람체에 도착했다. 람체는 이 지역 마지막 야크 방목지다. 이곳에서 캉첸중가는 보이지 않지만 넓고 아주 멋진 캠프장이다. 람체에는 세 개의 롯지가 있다. 우리는 가장 초입에 있는 ‘스노우 홈 롯지’에 짐을 풀었다. 식당 앞에서는 이미 도착한 밍마가 느긋하게 쉬고 있다.
방은 오래된 돌집이라, 객실은 소박 그 자체다. 나무 창문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드니, 가능하면 다른 롯지를 추천항다. 햇살이 따스해 점심을 먹고, 12시 15분 땀에 젖은 옷들을 널었다. 바람도 불고, 마침 롯지 앞에 빨랫줄이 있어 아주 좋다.
오후에는 롯지 앞 빙하 모레인 언덕을 올랐다. 오는 길에 본 라통 봉과 옥탕으로 향하는 길이 아래로 펼쳐진다. 언덕 정상에는 케른(작은 돌탑)이 많다. 꼭대기까지 100여 미터를 올랐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얄룽 빙하와 설산 풍경이 압권이다. 여기까지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애 산소포화도를 측정해보니 살짝 낮았지만 몸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 하니 문제 없을 것이다. 오후 5시에는 멋진 람체 일몰을 감상. 5시 20분, 해가 지고 하늘은 어둑해졌다.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람체는 참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넓은 초지가 있고 설산 연봉이 장엄하다. 북쪽으로 산이 막고 있고 동쪽으로는 모레인 빙하 언덕이 있어 바람을 막아준다. 텐트를 치고 며칠 묵고 싶은 곳이다. 낮에는 텐트 문을 열어 두고 설산을 바라보다가,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낮잠도 잔다.
맑은 날엔 모레인 언덕에 올라 얄룽 빙하를 내려다보며 살짝 보이는 캉첸중가의 위용을 느낀다. 한나절이면 다녀오는 남면 베이스캠프인 옥탕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세상의 번잡함을 잊고, 자연에 안긴 채 하루를 천천히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곳, 람체는 그런 곳이다.♣
[요약]
트레킹 생활
고산 적응을 위해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요.
트레킹 중에는 다양한 팀과 교류하고, 현지의 목가적 풍경과 고요함을 만끽함.
비용은 총 22일간 약 90만 원(89,500루피)으로, 하루 평균 41,000원.
체람
체람~람체~옥탕 구간은 캉첸중가 남면 트레킹의 핵심이다.
1955년 영국 원정대가 이 길을 따라 초등에 성공.
체람은 고산 적응, 풍경 감상, 히말라야의 정취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
얄룽 계곡의 첫 야크 목초지로, 남면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주요 거점.
3개의 롯지가 있고 계속 신축중이다. 헬기장도 있다.
숙소는 소박하며, 고산 적응을 위해 트레커들이 이틀 머무는 곳이다.
1955년 영국 초등 원정대 경로
당시 네팔 정부의 등반 허가를 받지 못해, 영국 원정대(찰스 에반스, 조 브라운, 조지 밴드 등)는 시킴에서 캉라(고개)를 넘어 체람으로 들어왔다. 이는 네팔이 아닌 시킴을 통한 접근으로, 일종의 밀입국이었다.
오늘의 여정
● 7:40 체람 출발, 숲길 따라 급경사 오르막, 람체까지 745m 고도 상승.
● 개울 통나무 다리, 산사태 계곡, 마니월, 옴마니밧메훔 새긴 바위 지나 숲을 벗어남.
● 카브루 연봉과 라통봉이 멀리 나타남.
● 4290m 얄룽 카르카 목초지 도착. 이후 완만한 오르막.
● 9:30 영국 트레커 3명 조우, 반갑게 인사.
● 10:20 랍상라 갈림길 지나 첫 빙하 호수 도착. 라통과 콕탕(공룡 모양) 웅장한 풍경.
● 두 번째 작은 산상호수 통과.
● 11:00 람체 도착. 마지막 야크 방목지, 옛날 원정대 모레인 캠프지.
● ‘스노우 홈 롯지’에 숙박, 시설은 소박.
● 점심 후 12:15 젖은 옷 건조, 오후에 빙하 모레인 언덕 오름.
● 언덕 정상에서 얄룽 빙하와 롯지 풍경 감상.
● 5:00 일몰 감상, 하루 마무리.
캉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 주변 지도. 오랜 전부터 원정대는 네팔이 아닌 시킴에서 캉라를 넘어 체람으로 왔다. 1955년 캉첸중가 초등에 성공한 영국 원정대도 그 길을 따라왔다.
미국팀 캠프. 이들은 체람에서 하루 더 머문다고 한다.
7시 40분 출발. 위쪽 롯지를 지난다.
초반에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설산이 보이기 시작.
오른쪽 작은 계곡을 건너
한참 오른 후 뒤를 돌아보았다. 체람이 보인다.
무너져 있는 마니월
옴마니밧메훔
숲을 벗어나니 설산이 점점 다가 오고.
하산중인 영국팀을 만나 반갑게 인사
카브루 연봉과 라통
제일 오른쪽 봉우리 콕탕은 바로 왼편 작은 두 봉우리와 함께 보면 마치 공룡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언뜻 안나푸르나 남면 모습이 연상되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일출의 남벽
랍상라 이정표. 군사로 바로 가는 루트지만 5천 미터가 넘는 고개와 빙하를 건너는 길이라 지금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첫 빙하호수. 작고 얕은 연못에 불과하지만 주변 분위기가 아주 좋다. 호수 옆을 걸을 때 마치 진공상태에 든 듯한 무념무상의 상태를 느꼈다. 트레일은 가운데 라통 방향의 작은 골을 넘어간다.
다시 작은 호수가 오른쪽 빙하 모레인 언덕 옆에 있고 저 멀리 체람의 롯지 초록 지붕이 보인다.
거대한 삼각뿔 라통과 공룡모양의 콕탕이 멋있는 체람
체람에는 3개의 롯지가 있다.
우리는 초입에 있는 가장 오래된 스노우 홈(snow home) 롯지에 짐을 풀었다. 식당 앞에서 쉬고 있는 밍마.
식당 내부. 안쪽에 주방이 있다.
식당 앞에서 바라 본 롯지. 제일 왼편이 스노우 홈 롯지 객실이다. 나머지 두 롯지는 최근에 지었다. 비수기에는 스노우 홈만 문을 연다. 체람은 텐트 치고 며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이 롯지 방은 캉첸중가 지역에서 가장 소박하다.
돌집에 나무창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롯지를 권한다.
햇볕이 좋다. 바로 땀에 젖은 옷가지를 널었다. 마침 고정 빨래줄이 있어 좋다.
오후에 롯지 앞 빙하 모레인 언덕을 올랐다.
오르는 중 바라본 라통. 옥탕으로 가는 길이 아래에 보인다.
정상에는 케른이 많이 쌓여 있다. 롯지에서 꼭대기까지 100여 미터 오른다.
카브룽와 라통과 얄룽 빙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아래 롯지
오후 5시, 아름다운 일몰이 시작되었다.
5시 20분, 일몰이 끝났다.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보니 조금 낮다. 몸 컨디션은 괜찮다.
[참고영상] 체람 - 람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