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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9. 토롱단 - 야상(캉첸중가 호텔)
● 거리: 12.4km
● 시간: 5:40
● 최고: 3000m (토롱단)
● 최저: 2100m (켕스라 호텔 아래 계곡 다리)
야상으로
숲 속이라 3000m 고도에도 아침 방안 기온이 따뜻하다. 영상의 온도는 오랜만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쪽에 있는 야상(Yasang)이다. 원래 고전적인 트레일은 토롱단에서 계속 남하하여 얌푸딘으로 간다. 목적지인 수케타르까지 4일이 걸리는 일정이다. 수케타르에서 타플레중까지는 약 11km로 차량으로 30분 걸린다. 원래라면 고전적인 루트대로 얌푸딘으로 향했겠지만, 이제는 그 길이 아닌 야상(Yasang)으로 간다.
지금까지 캉첸중가 트레킹 일정이 25일 이상이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타플레중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군사를 거쳐 북면 베이스캠프인 팡페마를 방문하고 다시 군사로 내려와 5개의 고개를 넘어 체람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남면 베이스캠프를 방문하고 토롱단으로 내려와 얌푸딘으로 하산한다.
이번 여정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들여다본 건 ‘프로젝트 히말라야’의 2024년 일정표였다. 매년 이 지역에서 트레킹 팀을 꾸리는 팀답게 가장 최신의 정보가 올라와 있는데 ‘이제 얌푸딘 대신 헬록의 라니풀로 하산한다’고 적혀 있었다.
"예전 경로는 심각한 산사태와 가파른 하산이 포함된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강을 따라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트레일이 있어, 트레킹 시작 지점으로 거의 되돌아올 수 있게 됐어요. 깔끔하죠!"
그 한 문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금껏 보아온 많은 후기에는 늘 얌푸딘을 지나가는 힘겨운 이야기가 적혀 있었기에,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제로 얌푸딘 루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심한 산사태와 가파른 하산길로 인해 트레커들에게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강을 따라 있던 옛길을 새롭게 다듬어 지프를 탈 수 있는 마을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고 했다. 정비된 길, 새로운 루트(원래 현지인들이 이용하던 길이다)가 있어 트레킹의 끝에서 조금 더 덜 고생하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아침 7시 20분, 그린뷰 롯지 앞에서 사우지와 나빈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마을, 이 풍경도 오늘이면 작별이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건너자 길은 윗길과 아랫길로 갈라졌다. 윗길(남쪽)은 라시야 반장(Lasiy bhanjyang)으로 곧장 치고 올라가야 하는 급경사 코스로 앞에서 말했듯 산사태로 까다롭다는 루트다.
며칠 후 우리 뒤에 올 미국 '할배팀'은 캠핑 장비를 잔뜩 실은 좁교(짐 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갈 것이다. 좁교는 야상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몇 몇 산비탈 외나무 다리들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래 심부와 콜라 강을 따라 야상으로 간다. 이 길은 수풀과 대나무, 상수리 나무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산길이다. 현지인들의 생활 길이자, 트레킹의 고전적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솔길이 있다. 물론 심부와 계곡을 두 번 건너면서 계곡 바닥으로 내려갔다고 다시 올라가는 좁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코 한가한 길이 아니다.
출발 50분 만에 계곡을 건너는 라세 다리에 도착했다. 이 다리는 사므릿다 파하드의 지원으로 2019년 완공된 현수교다. 네팔을 사랑하며 산을 걷고 살았던 영국인, 이안 리그리를 기리는 다리라고 했다. 안내판 앞에 잠시 멈춰섰다. ‘길을 걷는다는 건 그저 발걸음이 아니라, 그 길을 닦아낸 이들의 마음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자 계곡 바닥에 초우따라 쉼터가 나타났다. 지붕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북면 루트에서는 흔히 보이는 대피소가 남면 루트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얌푸딘 길 쪽에는 몇 군데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돌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낭만적인 길. 그러나 그 낭만도 잠시, 계속되는 오르막과 급경사 내리막은 여전히 다리에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도토리가 떨어진 숲길을 지나, 가파른 비탈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또다시 정신없이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10시 45분, 초우따라(쉼터)에 도착해 티베트 빵과 계란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풀이 죽은 빵은 먹기 퍽퍽했다. 잼이나 꿀이 절실하다. 다행히 삶은 계란을 위한 소금은 가져왔다. 점심을 먹고 의자 등받이에 붙은 한글 낙서 옆에 나도 방명록을 남겼다.
길은 대나무가 우거진 레드판다의 서식지, 바위를 타고 흐르는 폭포, 그리고 구불구불 돌길로 이어졌다. 12시 15분, 다리를 건너 남쪽사면으로 넘어갔다. 다시 숨가쁜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그 끝에 켕스라 롯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구간의 유일한 롯지였다. 시계를 보니 12시 45분이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걸어 작은 계곡 지류에 걸쳐진 철교를 건넜다.
오후 1시, 캉첸중가 호텔(2268m)에 도착. 오늘의 목적지다. 금년(2024년) 봄 새로 오픈한 롯지로, 큰 건물 내부에 주방, 식당, 샤워장, 객실, 화장실(서양식 1, 네팔식 1)까지 깨끗하게 갖춰져 있다. 고도가 낮아 찬물 샤워도 거뜬했고, 무엇보다 방에 옷걸이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이런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다.
롯지 사우지 칼루 람과 트레킹을 하면서 처음부터 자주 만났던 이태리팀 포터 청년과의 대화도 정겹고 좋았다. 포터 청년은 이 마을 출신이다. 이태리팀은 이틀 전에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깊고 깊은 심부와 콜라 계곡엔 구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계곡을 올려 보면서 그 끝 어딘가에 있는 캉첸중가 남면과 라통이 불현듯 그리워졌다. 캉첸중가는 이제 멀어졌다.
저녁식사는 아직도 남아 있는 양배추 김치를 곁들인 달밧을 먹었다. 달밧의 품질도 확연히 달라졌다. 농사짓는 마을이 가까워서인지 음식도 더 신선하고 정갈했다. 오늘 길을 걸으면서, 트레커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좁교들이 멀고 험한 길을 구비구비 오르내리며 나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 노고를 생각하면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음식값이 얼마가 되든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실질적인 캉첸중가 트레킹은 오늘로 끝났다. 내일은 두 시간 남짓 산길을 걸어 내려간 뒤, 지프를 타고 타플레중까지 간다. ‘이 긴 여정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산소포화도를 재어보니 완전 정상이다. ♣
[요약]
● 오늘은 야상으로 향하는 새로운 루트를 이용한다. 기존의 험난한 얌푸딘 경로 대신, 강을 따라 새로 정비된 이 길을 이용하면 캉첸중가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일정이 조금 수월하다. 일정도 단축된다.
● 길은 토롱단 그린뷰 롯지에서 계곡을 건넌 후 얌푸딘으로 가는 윗길 대신 심부와 콜라 강을 따라가는 아랫길이다. 이 길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 라세 현수교를 지나 지붕이 있는 쉼터인 초우따라에 도착하여 점심.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속에서 대나무 숲과 작은 폭포를 지나 켕스라 롯지를 통과했다.
● 오후 1시, 오늘의 목적지인 캉첸중가 호텔(2268m)에 도착. 2024년 봄에 새로 개장한 이 롯지는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 덕분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제 실질적인 트레킹은 마무리되었으며, 내일은 짧은 하산 후 지프를 타고 타플레중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고전적인 캉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 루트(붉은 선). 수케타르에서 얌푸딘을 지나 토롱단으로 간다. 넘어야 할 고개가 많아 타플레중에서 동쪽 11km 지점에 있는 수케타르에서 토롱단까지 4~5일 걸린다. 지금은 얌푸딘까지 찻길이 나 있어 하산 때 2일이면 가능하지만 길이 험한 편이라 트레커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지금도 원정대와 단체 캠핑팀들의 짐을 나르는 소(좁교)를 이용할 때 선택한다. 토롱단에서 야상 가는 길은 산비탈 통나무 외나무 다리가 여러 곳에 있어 소가 지나갈 수 없다.
고전적인 캉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 루트인 타플레중에서 토롱단까지 고도표를 보면 길이 엄청 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발 전 그린뷰 롯지 사우지, 나빈과 함께
일단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바로 윗길과 아랫길로 갈라진다.
윗길은 얌푸딘 가는 길로 바로 라시야 반장(Lasiy Bhanjyang, 3310m)까지 치고 올라가야 한다. 얌푸딘을 경유하는 이 루트는 현재 산사태가 난 상태라 돌아가야 하고 길이 험하다고 한다. 우리 뒤에 오는 미국 할배팀은 캠핑 장비를 잔뜩 실은 소가 있어 얌푸딘으로 가는 길을 갈 것이다. 아래 야상으로 가는 길은 도중에 산비탈 옆 외나무 다리가 여러 군데 있어 소가 지나갈 수 없다.
지금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심부와 콜라를 따라 내려가는 아래길을 이용한다. 길은 무성한 숲으로 이어져 있다. 이 길은 예전부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출발 50분 후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났다. 라세(Lase) 다리다.
다리를 건너니 입구에 안내동판이 부착되어 있다.
라세 현수교 팍탕룽 농촌 자치단체; 타페톡-5, 타플레중
이 다리는 사므릿다 파하드의 자금 지원과 기술 지원을 받아 칸첸중가 보존 지역 관리 위원회에서 건설했습니다. 이 다리는 이 지역에서 활동했으며 네팔을 사랑하고 산에 살고 걷는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과 공감을 가졌던 영국 히말라야 신탁 의 설립 이사 이안 리그리(1932-2014)를 추모하며 지어졌습니다. 2019년 5월 완공
이 다리는 이 지역에서 활동했으며 네팔을 사랑하고 산에 살고 걷는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과 공감을 가졌던 영국 히말라야 신탁의 설립 이사 이안 리그리(1932-2014)를 추모하며 지어졌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계곡 바닥으로 내려간다. 그곳에 초우따라(쉼터)가 있다. 지붕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 우기에 비를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북면 트레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피소가 남면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고전 루트인 얌푸딘 쪽에는 있을 듯.
이 휴게소는 캉첸중가 보존 지역 관리 위원회(KCAMC)와 심부와 콜라 사용자 위원회(Simbuwa Khola User Committee)가 사므릿다 파하드(Samriddha Pahad)의 지원을 받아 건축했습니다. 이는 영국 블루베리 힐 자선 단체 자금을 지원하는 사므릿다 캉첸중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휴게소는 KBC 남부(옥탕) 경로를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2024년 5월 15일에 완공되었습니다.
바닥에서 다시 오르막. 우기에 길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돌길을 만들어 놓았다.
낭만적인 길로 보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다시 정신없이 내려갔다가
정신없이 올라와 잠시 한가로운 길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나빈이 앞장 서서 간다.
상수리 나무 아래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고향 소식을 들은 듯 반가웠다.
시원한 폭포를 지나
10시 45분 쉼터(초우따라) 도착. 점심시간이다.
트베트 빵과 계란. 계란용 소금은 있으나 풀이 죽은 빵은 꿀이나 잼 없어 먹으려니 퍽퍽했다.
의자 등반이에 한글이 보여 반가웠다.
앞 쪽 글을 보니 한국사람이 쓰지는 않은 듯
여기가 방명록 맛집인가요? 그렇다면 나도!
내가 쓴 방명록을 찍는 나빈
점심 먹고 잠시 한가한 '오솔길'을 걷는다. 그래도 오르막이다.
대나무가 많다 했더니 이곳도 레드판다 서식지다.
가파른 길을 내려와 돌아보았다. 흙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왔다.
12시 15분, 다시 계곡을 건너 남쪽 사면으로 간다. 출구에 켕스라 호텔 광고판이 서 있다.
돌길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니
켕스라 호텔 & 롯지가 나나났다. 작년까지 이 롯지가 유일했다.
12시 45분, 통과
뒤돌아 본 켕스라 롯지
10분 후 작은 지류 계곡에 걸쳐 있는 철교를 건넌다.
다리 옆에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멋진 폭포가 있다.
오후 1시 캉첸중가 호텔(2268m) 도착. 2024년 봄에 양명한 곳에 자리잡고 문을 연 '따끈따끈한' 롯지다. 여기서 20분 내려가면 야상 마을이다.
롯지 내부. 주방, 식당, 객실, 샤워장, 화장실(서양식 1, 네팔식 1)이 다 있어 편리하다.
방에 옷걸이가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처음 보았다. 롯지에 이런 옷걸이를 몇 개만 설치하면 트레커들에게 아주 유용한데 그걸 실행하는 롯지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트레킹에서 보기 힘들었다. 지금 새로 신축하는 롯지는 어떨지 모르겠다.
뚱바를 곁들여 주방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나빈.
이 롯지 사우지 칼루 람(kalu Ram, 왼편)과 이태리팀 포터였던 청년. 집이 이 동네이며 이태리 팀은 이틀 전에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샤워 후 롯지 뒷마당에서 깊고 깊은 심부와 콜라를 바라보았다. 불과 이틀 전까지 원없이 보았는데 다시 캉첸중가가 그리워 진다.
농사 짓는 마을이 가까우니 달밧도 수준이 높아졌다. 사우지가 음식을 잘 만든다. 아직 남아 있는 양배추 김치를 곁들이는 일은 필수. 실질적인 캉첸중가 트레킹은 오늘 끝났다. 내일은 두 시간 트레킹 후 지프를 타고 타플레중으로 간다.
[참고영상] 체람 - 토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