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 야상 – 티와 - 타플레중
● 거리: 42km (트레킹 6km + 지프 36km)
● 시간: 6:10
● 최고: 2268m (야상 롯지)
● 최저: 878m (미틀룽)
마지막 트레일을 걷다
포근한 밤을 보내고 오늘도 변함없이 티베트 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두 시간 내려가야 하는 아래 마을에서 출발하는 차를 타기 위해 아침을 일찍 먹었다. 티베트 빵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려가면 메뉴의 선택이 다양해 굳이 칼로리 축적 차원에서 먹었던 티베트 빵을 먹을 이유가 없다.
6시 40분, 요리 솜씨 좋은 젊은 사우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길을 나섰다. 이제 두 시간만 내려가 차를 탈 수 있다니 힘이 났다. 롯지를 나서며 코너를 돌기 전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깊고 울창한 계곡의 숲 가운데 아늑한 롯지 건물이 서 있다.
하산길에서 보니 중산간 지방의 집들이 가파른 사면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고립되어 있지만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풍경이다.
길은 한 학교 앞을 자나가고 있다. 학교 문은 잠겨 있다. 나는 트레킹 중 산중 학교를 지나가게 되면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앞에 가던 나빈에게 물었다.
“왜 문이 닫혀 있죠? 오늘 휴일인가요?”
나빈이 대답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요.”
음, 그렇군.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7시 20분이다. 이런 산중 마을 학교는 보통 9시, 어떤 곳은 10시에 수업이 시작된다. 마을이 산재해 있어 통학길이 멀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내려가자 길가에 염소를 치는 천막이 서 있다. 안에는 앞서 내려갔던 밍마가 염소지기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전 8시, 쉼터인 초우따라에 도착. 산 건너편으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문명의 세계에 접어들었다. 초우따라 벽에는 오래된 비석이 세워져 있다. 내용이 궁금해 사진을 찍고 내려와 ChatGPT에게 해석을 부탁하니, 데바나가리 문자로 새겨진 경구이며 내용은 이 마을과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시바신의 가호와 평안을 내려달라는 판드세 마을 주민들의 공동 기원비라 한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다. 가파르고 돌길이 많아 발걸음마다 조심스러웠다. 8시 30분, 지프 스탠드에 도착. 타플레중행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이 근처 통학생들도 이용하는 통학용이기도 해서 몇 몇 아이들이 나와 있다.
차를 타고 내려가며 북쪽으로 올라가는 계곡을 바라보았다. 20일 전, 저 계곡을 따라 세카툼으로 올라갔던 길이다.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맵스미를 켰다. 휴대폰 화면으로 앞으로 내려가야 할 비탈진 비포장 커브길을 보니 아찔하다.
헤어핀 같은 비포장 길을 달리다 제법 큰 마을에 도착해 차가 멈췄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보니 오토바이 한 대가 대기중이다. 그 오토바이를 짐칸에 싣느라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마디씩 거든다. 20여분 동안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해 결국 싣는데 성공하고 다시 출발했다.
고도가 낮아지니 이 지역 특산인 카다몸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강바닥도 가까워졌다. 10시 45분 티와(Thiwa)에 도착했다. 점심 시간이다. 타는 줄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차 지붕에 타고 있다. 점심 식사는 올라올 때 들렀던 같은 식당에서 했다. 이 길을 지나는 차들이 모두 들르는 곳인지 차량과 현지인들로 붐비고 있다.
쫑 파티는 저녁식사로
식사 후 한참을 올라가 12시 50분, 캉첸중가 트레킹의 기점이자 종점인 타플레중에 도착했다. 실질적인 트레킹은 여기서 끝난다. 이제부터 더 이상 걸어다닐 일은 없다. 예약해둔 자누 인 호텔에 짐을 풀었다.
포터 밍마와는 오늘 이곳에서 헤어진다. 집이 타플레중에서 63km 아래에 있는 살레리인 밍마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3일 뒤 유럽팀과 북면 베이스캠프로 다시 떠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포터들의 대기숙소가 있어 대기하다가 카트만두 여행사에서 연락이 오면 일을 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타플레중에서 지낸다고 한다.
파상과 밍마에게 각자 총보수의 15% 조금 넘는 액수의 팁을 주었다(파상은 15,000루피, 밍마는 10,000루피).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들이 없으면 히말라야 트레킹은 꿈도 꿀 수 없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백패킹을 한 것은 20대 중반이었던 1982년 여름 지리산 종주였다. 무려 42년 전이다. 이미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된 지 오래다.
저녁 식사를 겸해서 조촐하게 쫑파티를 했다. 파티 음식으로는 뚱바와 스쿠티. 나빈이 추천한 음식이다. 뚱바는 역시 캉젠중가 산자락에서 먹을 때 맛있다는 것을 느꼈다.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
[요약]
● 아침 일찍 식사. 6시 40분 하산 시작. 두 시간만 내려가면 차를 탈 수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산중 학교는 아직 문이 닫혀 있다.
● 8시에 초우따라 도착. 산 건너 마을이 보이며 문명의 경계에 다다랐다. 그곳에 있는 비석은 시바신의 가호를 비는 내용이 담겨 있는 마을 공동 기원비다.
● 8시 30분, 지프 스탠드 도착. 차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내려갔다. 중간에 오토바이를 싣느라 20분 지체했지만, 다시 출발해 10시 45분 점심 먹을 티와에 도착. 점심은 올라올 때 들렀던 같은 식당에서 먹었다.
● 12시 50분, 캉첸중가 트레킹의 기점이자 종점인 타플레중 도착. 저녁 쫑파티 때 그동안 수고한 파상과 밍마에게 팁을 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6시 40분, 요리솜씨 좋은 젊은 사우지와 기념사진 찍고 출발. 여기서 두 시간 하산 후 차를 탄다.
롯지 출발 후 코너를 돌기 전 돌아보았다.
중산간 지방이 외딴 집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
야상 초등학교. "왜 문이 잠겨 있나요?" 하고 나빈에게 물으니 대답 왈,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요." 시간을 보니 7시 20분밖에 되지 않았다.
염소를 치는 천막
앞서 출발했던 밍마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
집이 드문드문 산재해 있다.
오전 8시, 초우따라 도착. 산 건너편으로 마을이 보인다.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곳 벽에 세워져 있는 비석. 내용이 궁금하여 ChatGPT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해석을 부탁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비석의 문장은 데바나가리 문자(오늘날 네팔어, 산스크리트어, 힌디어, 마라티어 등 인도-아리아 계통 언어에서 널리 사용되는 문자)로 새겨진 네팔어/산스크리트어 경구입니다.
“이 마을과 이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시바신의 가호와 평안을 내려주소서. 마을이 번영하고, 마음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옴 나모 시바야. 판드세 마을의 모든 주민이 함께 이 자리에 시바신께 경배드리며, 마을과 이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비크람력 2050년.”
이런 석비는 네팔 히말라야 산길 곳곳에 세워져 있으며, 마을의 공동 기원비로, 종교적 수호와 마을의 평안, 길을 오가는 이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네팔 동부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마을 어귀나 중요한 트레일 길목마다 이런 비석을 새기고, 오랜 세월 전승해왔습니다.
하산길도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다.
8시 30분, 지프 스탠드 도착. 타플레중 가는 차가 대기중이다.
학생들 통학용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바라본 풍경. 20일 전 저 계곡을 따라 올라 세카툼으로 갔다.
산중턱에 집들이 드문드문 있다.
9시 2분 현재 위치. 앞으로 내려갈 길을 보니 아찔하다. 계곡 아래까지 내려간 후 좌회전하여 왼쪽 아래 타모르 강을 따라 타플레중을 향해 남행한다.
비포장 커브길 한참 내려가다가 제법 큰 마을이 나왔다.
차가 정지해서 웬일인가 나가보니 오토바이 하나를 짐칸에 싣느라 고생 중
온 동네 사람들이 싣는 방법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20분 후 싣는데 성공. 우리 짐은 지붕으로 이동.
다시 출발. 오전 10시 지역 특산작물 카다몸이 보이기 시작. 강바닥이 보이기 시작.
10시 45분 티와(Thiwa) 도착. 아이들이 차 지붕에도 많이 타고 왔다. 이런 풍경은 네팔 시골에서는 일상이다.
점심을 먹을 식당은 올라올 때 먹었던 식당이다. 이곳을 지나는 모든 차량은 이곳 식당을 이용하는 것 같다.
12시 50분, 캉첸중가 트레킹의 기점이자 종점인 타플레중 도착. 실질적인 트레킹이 끝났다.
호텔 자누 인
저녁 음식을 주문하는 나빈과 주문 받는 이 호텔 운영진 중 한 사람인 라잔(Razzan). 라잔은 6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여 번 돈으로 지인들과 동업하여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말로 대화했다.
밍마는 여기서 헤어진다. 3일 후 유럽팀을 만나 다시 북면 베이스캠프로 갈 예정이다. 저녁에 파상과 밍마에게 팁을 주고 조촐한 쫑파티를 했다.
마지막 파티 음식은 뚱바와 스쿠티.
마을로 내려오니 음식 값이 확실히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