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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5. 콩마 - 쉽턴라 - 도바테
● 출발 콩마 (3500m)
● 도착 도바테 (3860m)
● 거리 12.5km
● 소요시간 7시간
10. 26 (일)
마칼루 트레킹은 예전부터 업다운이 많아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맵스미 지도에 표시된 고도표에 나온 것을 보면, 세두와에서 마칼루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내리는 누적 고도는 상승 8,828미터, 하강 5,607미터에 이른다. 오르막만 놓고 보면 해수면에서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오른 것과 비슷한 수치다. 작년까지만 해도 눔에서 세두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했으니, 그만큼 부담은 더 컸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 길에는 롯지가 없어 캠핑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원정대나 GHT 트레커들이 오갔고, 베이스캠프만을 목표로 들어오는 팀은 많지 않았다. 오늘은 그 전체 여정 가운데서도 상승과 하강이 가장 큰 하루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길에 나섰다.
아침 7시 반 출발. 오늘 일정은 마치 거대한 공룡의 등에 올라타는 여정이다. 날씨는 맑다. 영국 팀도 함께 짐을 꾸리고 있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서 포터들이 우리를 앞질러 올라갔다.
8시 반, 콩마 전망대에 섰다. 동쪽 멀리 보이는 캉첸중가는 여기서 직선거리로 약 94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전망대를 지나 본격적인 능선길이 시작된다. 나는 이 구간을 마칼루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 부르고 싶다. 디금까지 경험했던 네팔 트레킹에서 이렇게 길게 능선을 타는 코스는 없었다. 네팔에서는 아마 이곳 마칼루가 유일할 것이다.
이런 능선길을 굳이 찿아보자면 인도 서뱅갈 다르질링 산닥푸 트레킹에서 산닥푸-팔루트 구간이다. 팔루트 톱에서 바라본 쿰부히말에서 캉첸중가까지 이어진 파노라마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광이다.(참조: 산닥푸-팔루트)
오늘 구간은 4천 미터가 넘는 고도에서 네 개의 고개를 연이어 넘어야 한다. 사방이 열려 있어 전망은 뛰어나다. 그렇지만 오르내림이 끊이지 않아 체력 소모가 클 것이다.
4개의 고개와 2개의 호수를 지나는 하늘길
한 시간쯤 올라 뒤를 돌아보니 콩마라 전망대가 까마득하게 멀어져 있다. 동쪽으로는 세계 3위봉 캉첸중가의 설봉이 또렷하다. 줌으로 당겨 보니, 남쪽에서 바라볼 때 부처의 머리에 비유되는 쿰바카르나봉이 분리되어 보인다.
9시 50분, 두 번째 고개 군구루라에 닿았다. 마칼루는 여전히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능선 뒤에 머리를 숨기고 있다. 조금 내려서자 첫 번째 호수, 사노 포카리가 나타났다. 크지는 않지만 호수 주변 분위기가 좋다. 서쪽에는 마치 진안 마이산을 닮은 두 봉우리가 서 있고, 오른쪽으로 참랑의 넓은 설봉이 보인다.
사노 포카리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세 번째 고개인 쉽턴라까지는 300미터 가까이 올려야 한다. 눈이 많은 지역이라 봄철에는 러셀을 하며 올라야 하는 경우 에너지는 두배가 든다.
11시 반, 쉽턴라(4,246m)에 도착. 이 고개는 히말라야 탐험사에서 마칼루 지역을 처음 횡단한 에릭 쉽턴의 이름을 따 부르고 있다. 그러나 원래는 현지인들이 툴로 단다(Tholo Danda) 패스라 부르는 길이다. (툴로는 네팔어로 '크다'는 뜻).
에릭 쉽턴은 20세기 히말라야 탐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경량 원정이라는 개념을 정립했고, 난다데비와 에베레스트, 카라코람과 중앙아시아를 누비며 수많은 미지의 길을 열었다. 에베레스트 남측 루트를 발견한 것도, 젊은 텐징 노르가이와 에드먼드 힐러리를 세상에 알린 것도 그의 공헌이다. 빌 틸먼과 함께 보여준 소규모 탐험의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쉽턴라에는 롯지가 두 채 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기 코끼리 모양의 호수 칼로 포카리 (Kalo Pokhari)
식사를 마치고 밀크티 한 잔 마시며 잠시 쉰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내리막이 시작되고 산안개가 서서히 올라온다. 조금 내려서자 제법 큰 호수인 칼로 포카리가 나타났다. 구글위성 지도로 재어 보니 대략 550미터x350미터쯤 되는 호수다. 쉽턴라에서 약 280미터 내려온 지점으로, 야크들이 주변 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칼로'는 '검다'는 뜻이다. '포카리'는 '호수'. 직역하면 '검은 호수'라는 뜻이다. 호수 물이 흘러나가는 곳에는 작은 힌두교 사당이 있고 그 주위로 타르초와 룽다가 펄럭인다. 다리를 건너니 추모탑 하나가 서 있다. 그 너머로 오늘의 마지막 고개로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이어진다.
고개로 오르는 계단길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호수의 모습이 분명해진다. 나빈은 이 호수가 코끼리 모양이라 힌두교에서 가네시 신으로 여겨 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호수가 코끼리 모양인지 현지에서는 잘 모르겠다. 정말 코끼리 모양일까 궁금하여 나중에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보니 과연 귀여운 아기 코끼리 모양이다.
오후 1시 35분, 케케라(4,170m) 도착. 물 한모금 마시고 잠시 숨을 고른 뒤 하산 시작, 1시간 걸려 도바테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롯지가 많지 않은 마칼루 지역 롯지는 오르내리는 트레커들이 모두가 한 롯지에 모인다.
저녁에 다이닝룸으로 가니 트레커와 가이드 포터들로 만원이다. 트레커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한 젊은 커플이 있다. 마침 그들의 식탁 앞에 자리가 나 앉았다. 둘이 나누는 말이 생소하다. 북유럽 사람인가 하여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바스크(Basque)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이 첫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 북부에 있는 한 주로 이들 바스크 민족은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민족 중 하나이며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등 게르만, 라틴족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문화를 유지해 왔다.
1937년에 바스크 지역이 스페인에게 항복하고 병합되었지만 지금도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을 만큼 강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를 소개할 때 바스크 사람이라고 하며 자기들끼리는 바스크 말을 쓴다. 내가 어느나라 말인지 알 수 없었던 이유다.
저녁식사로 김치와 고추장과 깻잎 장아찌를 곁들인 달밧을 맛있게 먹었다. 땀깨나 흘렸지만 공룡 등을 타고 '하늘길'을 걸었으니 대만족이다.
내일은 바룬 강으로 내려가 계곡을 따라 오르는 전형적인 히말라야 트레일을 걷는다. 마칼루 트레킹에서 난이도가 제일 높은 '산사태 지역'을 통과한다고 하지만 낭가 파르밧을 다녀온 이후로 어떤 코스든 두렵지 않다. 문제는 체력!
오전 7시 30분 출발. 날씨가 좋다. 영국팀도 짐을 꾸리고 있다.
우리 먼저 출발
얼마 후 우리 뒤를 따라 오는 영국팀 포터들. 콩마부터 거대한 공룡의 등이 시작된다.
8시 30분, 전망대 도착. 전망이 좋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동쪽 히말 산군. 캉첸중가가 보인다. 여기서 직선거리로 대략 94km.
전망대에서 마칼루는 대략 27km, 로체는 43km, 에베레스트는 46km, 초오유는 72km 떨어져 있다. 마칼루는 쿰부 히말 오른쪽에 바로 붙어 있고 캉첸중가는 먼 동쪽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전망대 북쪽 풍광. 마칼루가 처음 모습을 보여준다. 에베레스트는 참랑(Chamlang) 연봉 25km 뒤에 있다.
몽환적인 아침 안개가 낀 남쪽 풍경
힘든 오르막을 오른 후 잠시 휴식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룡의 등을 타고 마칼루(앞에 보이는 설산)를 향해 걷는 하늘길 시작이다. 마칼루 트레킹의 하일라이트 구간이다.
어제 보았던 네팔 친구들이 앞서고
오전 9시 30분, 1시간 올라 뒤를 돌아본 풍경. 콩마라 전망대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힘든 오르막이었지만 멋진 풍광이다.
고개에 거의 도착했다. 이 구간은 힘든 오르막의 연속이라 초우따라(긴 돌의자)가 자주 나왔다.
동쪽을 보니 세계 3위봉 캉첸중가(8586m) 설봉이 뚜렷하다.
줌으로 조금 당겨보았다. 남쪽에서 보면 잠자는 부처님 머리에 해당하는 쿰바카르나가 따로 떨어져 있다.
9시 50분, 두 번째 고개 군구루라(Ghungru La, 4093m) 도착. 마칼루는 여전히 머리만 조금 내밀고 있다.
첫 번째 호수 사노 포카라(3960m)
서쪽으로 진안 마이산 같은 모양의 두 봉우리가 독특하다. 오른쪽 설산은 참랑 연봉.
잠시 쉬면서 간식으로 건빵을 먹었다. 호수 분위기가 좋다.
사노 포카리를 지나 다시 오르막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았다. 풍광 좋은 하늘길이다.
세 번째 고개 쉽턴라를 향하다. 사노 포카리에서 300m 가까이 올라가야 한다. 꼭대기에 쉽턴라 롯지 지붕이 보인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리는 편이어서 특히 봄에 트레킹 하는 사람들은 눈밭을 힘들게 러셀하며 올라가는 영상이 많다.
11시 30분 쉽턴라(4246m) 도착. 히말라야 탐험 중 마칼루(Makalu) 지역의 이 고개를 최초로 횡단한 에릭 쉽턴의 이름을 따 쉽턴라로 부르고 있다.
구름 위에 있는듯한 쉽턴라에는 롯지가 두 개 있다.
쉽턴라를 지키고 있는 댕댕이님에게
치킨스틱 하나 공양
점심 먹고 12시 15분 출발. '신나는' 내리막길이다. 산안개가 몰려오기 시작.
제법 큰 호수인 칼로 포카리(3970m)가 나타났다.
주변에 넓은 야크 방목 초지가 있는 호수다.
호수 물이 흘러 나가는 곳. 조그만 힌두 사당이 있고 타르초와 룽다가 장엄하고 있다.
나무다리 건너 추모탑이 하나 있다. 멀리 마지막 고개로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보인다. .
고(故) 닐 프라사드 구룽(1974 - 2008)을 기리며 (In Loving Memory of Nil Prasad Gurung)
이 추모비는 2008년 마칼루(Makalu) 등반 중 사망한 네팔의 전문 산악 가이드 닐 프라사드 구룽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호수를 지나 마지막 고개를 향하다.
계단길을 오르는 중 돌아본 칼로 포카리. 바로 아래 네팔 친구들은 좀 지친듯 속도가 느리다.
조금 더 올라 뒤를 돌아 내려다 보았다. 이 호수가 코끼리 모양이어서 특히 힌두교도들이 숭배대상인 코끼리 머리를 한 가네시 신으로 여기고 순례를 많이 온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구글어스에서 내려다 보니 귀여운 아기 꼬끼리 모양이다.
마지막 고개까지 거의 다 왔다.
오후 1시 35분, 케케라(4170m) 도착.
그리고 하산 시작. 도바테까지 300여 미터 내려간다.
도바테가 나타났다.
오후 2시 30분, 도바테(3862m) 도착. 2층 건물이 객실, 앞 건물은 주방+다이닝룸. 롯지 옆에 탑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 여정은 힘들었지만 충분히 풍광을 즐긴 좋은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