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6. 도바테 - 페마탕 - 양글레 카르카
● 출발 도바테 (3860m)
● 도착 양글레 카르카 (3557m)
● 거리 11.5km
● 소요시간 6시간 35분
10. 27 (월)
고산의 아침은 언제나 차가운 공기로 문을 연다. 롯지에 비치된 두툼한 이불이 제법 따뜻하지만, 작년 캉첸중가 트레킹 때부터 분신처럼 챙겨온 필파워 800+ 침낭의 안락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이 먼저 무거운 의복과 침구의 무게를 알아채는 일인지도 모른다. 비단 트레킹 롯지에서뿐만 아니라 카트만두의 호텔에서도 침낭을 쓴다. 더우면 지퍼를 열고 덮으면 그만이다.
밖으로 나서니 영국 팀의 텐트 위로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아침 식사 후 바룬강을 향해 수직으로 600m를 내려가야 하는 하강을 준비한다. 오전 7시 35분, 먼저 출발한 스페인 바스크 커플의 포터들 뒤를 따라 우리도 천천히 움직인다.
길은 잠시오르막을 보이다가 이내 바닥을 알 수 없는 급강하로 이어지다가 잠시 너덜길을 만났다. 불규칙하게 흩어진 돌무더기를 밟으며 걷다 보면, 잘 만들어진 계단길이 얼마나 편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끝없이 이어진 돌계단. 이 많은 돌을 어디서 가져와 이토록 정교하고 튼튼한 길을 놓았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직 600m를 내려가는 이 길은, 산의 사면을 굽이굽이 휘감아 내려가기에 그 실제 길이는 낙차의 세 배를 훌쩍 넘길 것이다. 인간의 의지가 산의 험준함을 이겨낸 흔적에 경외감이 일었다. 그건 그렇지만 며칠 후 여기를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출발 후 1시간 30분이 지났다. 얼마 후 바스크 커플이 우리를 추월했다. 얼마 후 바룬강의 물줄기가 손에 잡힐 듯한 계곡 아래에 닿았다. 마칼루 서쪽, 바룬 빙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바룬체(7,150m)에서 이름을 따온 이 강은, 바룬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다. 이제부터는 강물을 거슬러 다시 고도를 높여야 한다.
산사태 지역을 지나다
타르초가 걸려있는 초우따라(쉼터)에 이르니,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 중인 트레커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길은 곧 산사태 지역으로 이어져 있다. 몬순 때 폭우로 종종 산사태와 낙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지역은 당연히 계단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몇 군데 지류에서 떨어지는 물길을 건너기 위해 돌다리를 디뎌야 한다. 마칼루 트레킹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는 않다.
50분간 긴장 속에 돌길을 헤치며 걷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30분을 더 나아가니 걷기 좋은 부드러운 산길을 만날 수 있었다. 강 건너편 사면으로는 GHT(Great Himalaya Trail) 하이루트를 통해 캉첸중가에서 넘어오는 길이 뚜렸하다.
오전 11시 45분, 해발 3,500m에 위치한 작은 찻집 페마탕에 닿았다. 어제 도바테에서 마주쳤던 또 다른 네팔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 쉬고 있다.
운행을 멈추고 찻집 앞 초우따라에 앉으니, 땀이 식으면서 으슬으슬한 한기가 파고들어 모자를 고소모로 바꾸어 썼다. 점심으로 주문한 감자라면이 나왔다. 조금 시큼하게 익어버린 김치를 한 점 곁들이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얼마 후 갑자기 구름이 산자락을 타고 거세게 피어오르더니 기온이 급강하한다. 뒤이어 도착한 영국 팀도 서둘러 실내로 들어와 주방팀이 준비하는 점심을 기다리고 있다. 별일 없으면 이들과는 계속 같이 다닐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별일이 생겼다).
오후 12시 50분, 다시 신발 끈을 조이고 길을 나섰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 GHT 하이루트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뻗은 산길은 아제 걷기가 좋다.
오후 2시 15분, 드디어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 양글레 카르카에 도착했다. 제법 큰 롯지다. 영국 팀의 텐트는 이미 초지 한편에 자리 잡았다. 짐을 풀고 마을 가운데 서 있는 탑으로 향했다. 아직 채색을 마치지 않은 시멘트 탑이었지만, 그 조각의 정교함은 깊은 신심을 짐작게 했다. 롯지 조금 위에 있는 곰빠는 문이 잠겨 있어 참배하지
밤에 내리는 폭우
잠시 침낭에 들어가 쉰 후 식당으로 갔다. 프랑스에서 온 노년의 트레커들이 하산의 여유를 즐기고 있고, 한쪽에서는 바스크 커플과 네팔 친구들이 모여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계곡 속, 오늘 하루도 이렇게 평화로운 소란함과 함께 저물어간다.
저녁 먹고 방에 들어와 대충 짐을 정리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태양광 전기를 이용하여 방에 전기불이 들어왔다. 충전은 할 수 없다. 트레킹 첫날 세두와 이후로는 전기가 없어 유일하게 충전이 가능한 곳은 발전기를 돌리는 베이스캠프였다. 이번에 보조배터리 3개(2만/1만/1만) 가지고 왔는데 사진만 찍으니 모자라지 않았다.
갑자기 지붕을 '뚜드리는' 소리가 났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세 빗소리에 거저 잠시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웬걸 계속 정신없이 두드린다. 이 곳에 비가 내린다면 위쪽 고산지역은 당연히 눈이 내릴 것이다. 내일 4410m의 랑말레 카르카로 가는 데 눈이 쌓이면 낭패다.
걱정되어 밖으로 나가보았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 지붕을 두드리고 굵은 빗물이 처마 아래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 될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다."
"케세라 세라(Que Sera, Sera)."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산이 허락하는 만큼만 가면 될 일이다. 내일의 날씨가 어떠할지, 마칼루가 그 얼굴을 허락할지는 오로지 산의 마음일 뿐.
쌀쌀한 아침. 서리가 내린 영국팀 텐트. 어제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아침 먹고 출발 준비
어제 저녁에 보았던 바스크 커플. 그들의 포터들이 출발한다. 7시 35분, 우리도 바로 뒤를 따랐다. 바룬강을 향해 600m를 내려간다.
처음에는 잠시 오르다가
바로 급강하한다.
너덜길이 나왔다. 이런 너덜길을 걷다 보면 계단길이 얼마나 편한지 알게 된다.
출발 1시간 경과.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길.
1시간 30분 동안 내려왔다. 바스크 커플 팀이 우리를 추월했다. 가이드가 천천히(비스따레) 오시라 인사한다.
15분 후 드디어 바룬강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왔다.
이제 다시 강 상류를 향해 오른다
이렇게 타르초가 있는 곳은 뭔가 이벤트가 있는 곳이다. 영국팀 포터들이 우리를 앞질렀다.
그곳은 쉼터(초우따라)가 있는 곳이고 산길을 벗어나 넓은 개활지가 시작되는 곳이다
곧 계곡을 따라 오르는 전형적인 히말라야 트레킹 길이 나왔다.
오전 10시, 산사태 지역에 도착. 낙석주의 구간이다. 길이 점점 험해진다.
30분 더 너덜길을 걸어 비로소 걷기 좋은 산길을 만났다. 계곡 건너편에 보이는 길은 캉첸중가쪽에서 GHT 하이루트 통해 마칼루로 오는 길이다.
캉첸중가에서 시작하는 GHT 하이루트 길
11시 45분, 페마탕(3500m) 도착. 작은 찻집이다.
먼저 도착한 네팔 친구들. 이들은 이전에 만났던 친구들이 아니다. 어제 저녁 도바테에서 처음 만났다. 속도가 빠른 이전 친구들은 이미 어제쯤 양글레 카르카에 갔을 것이다.
점심으로 감자면을 먹었다.
영국팀은 실내에 들어가 점심을 기다리는 중
갑자기 구름이 심상찮게 피어오른다.
점심 먹고 12시 50분 출발.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너
GHT 하이루트 길과 합류했다.
앞에 가던 네팔 친구들의 초대
오후 2시 15분, 양글레 카르카 도착.
객실이 제법 많은 큰 롯지다.
마칼루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 넓은 초지 가운데 탑이 하나 서 있다.
참배 차 탑으로 가다. 멀리 보이는 집들은 이 지역을 오가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아직 색칠을 하지 않은 세멘트탑인데 조각이 정교하다.
탑에서 바라본 롯지. 왼편에 위쪽 건물은 곰빠인데 문이 잠겨 있어 참배하지 못했다.
이곳 댕댕이님도 치킨스틱 하나 드시고...
식당에서 만난 하산 중인 프랑스 시니어 팀
한가한 오후, 스페인 커플과 네팔 친구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참고영상] 도바테-양글레 카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