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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8. 양글레 카르카 - 타도사 - 랑말레 카르카
● 출발 양글레 카르카 (3557m)
● 도착 랑말레 카르카 (4410m)
● 거리 10km
● 소요시간 5시간 10분
10. 29 (수)
눈은 그친 듯했지만 대신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 정도면 운행이 가능하다. 오늘은 860여 미터를 계속 올라가는 힘든 여정이다.
아침 7시 30분 출발. 네팔 팀이 숙소 복도 난간에서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오늘도 시바다라 동굴 사원으로 올라가는 순례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팀도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원이 많으니 아무래도 조금 늦다.
환자가 있는 영국팀은 움직임이 없다. 고산병 증세가 호전되었는지 모르겠다. 보통 이름 있는 에이전시에서 준비하는 캠핑팀은 가모우백(Gamow Bag, 휴대용 산소백)을 준비하는데 이 팀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가모우백은 내부를 부풀려 대기압을 2~3배 높여 혈중 산소 포화도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고압 치료 백으로 뇌부종이나 폐부종 초기 증상 시 긴급 사용하는 고산병 치료 장비다.
이곳이 아주 높은 곳은 아니어서 조금 나아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팀을 이후에 만나지 못했다. 더 이상 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내려간 듯하다.
넓은 강바닥을 따라 전나무와 소나무 숲을 지난다. 계곡은 빙하가 깎아 만든 U자형이고, 양옆으로 솟은 절벽은 캘리포니아 요세미티를 닮아 있다. 스케일만 놓고 보면 이곳이 더 거칠고 더 깊다.
시바다라 순례와 아마부중
시바다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 길은 계곡을 건넌다. 시바다라(Shiva Dhara)는 ‘시바의 물줄기’라는 뜻의 신성한 폭포 동굴로 매년 7~8월 보름달 무렵이면 순례자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동굴의 물이 병을 고친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힌두교 전통에서 이 물은 시바 신이 내려준 성수로 여겨지며, 순례자들은 가파른 길을 올라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 아래에서 몸을 씻고 치유와 정화, 축복을 기원한다. 그곳에는 시바 동굴과 그의 아내 파르바티 동굴, 두 개의 동굴 사원이 있다.
하지만 시바다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쇠줄을 붙잡고 오르는 구간이 여러 번 이어지고, 고도는 4,316미터. 양글레 카르카에서 거의 750미터 이상을 한 번에 치고 올라야 한다.
순례(巡禮)란 신성한 장소를 찾아가며 몸과 마음을 닦는 여정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성지에 이르기까지의 이동과 고행 자체가 수행이 되며, 그 과정에서 치유, 속죄, 서원, 혹은 깨달음을 구한다.
순례자들은 가파른 길을 오르고, 불편을 감수하며, 마침내 성스러운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축복이 주어진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시바다라 야트라(순례)는 힌두교도들이 고행을 통해 축복을 얻는 순례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오르니 갑자가 구름 속에서 거대한 바위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바다라 옆에 서 있는 이 바위를 현지에서는 아마부중(Ama Bhujung)이라 부른다. ‘아마’는 어머니, ‘부중’은 아이 혹은 배를 뜻한다. 아이를 잉태한 여인이 서 있는 듯한 모습에서 붙은 이름인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여 압도적이다.
전설에 따르면 오른쪽 배가 불룩한 바위는 어머니, 왼쪽 바위는 아버지를 상징하며,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풍요와 생명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다. 시바다라와 아마부중 모두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에 속해 있다.
이제 수목한계선을 넘었다. 큰 나무는 보이지 않고 낮은 관목이 길을 안내한다. 출발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0시, 타도사(4013m)에 도착했다. 당연히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문이 잠겨 있다. 찻집의 개폐는 주인장 마음이다. 이런 오지를 운행할 때는 항상 비상용 행동식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나빈이 탄식한다. 김치통을 양글레 카르카 롯지 주방에 두고 왔단다. 이미 멀리 와버려 다시 되돌아갈 수는없다. 며칠 후 다시 내려오니 그때까지 참으면 된다고 자책하는 나빈을 위로했다. 깻잎장아찌와 김자반, 고추장이 있으니 별 문제없을 것이다.
타도사를 떠나자 넓은 오르막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의 길은 분명하지 않아 각자 알아서 오른다. 오전 11시, 작은 찻집에 도착. 여기에도 먹을 것은 없다. 홍차 한 잔 마시며 휴식.
비는 이미 눈으로 바뀌었다. 정오를 조금 넘긴 12시 30분,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 랑말레 카르카(4,410미터)에 도착했다. 몸이 제법 무겁다. 이 롯지는 우리 가이드 파상의 누나가, 위쪽의 좀 더 큰 롯지는 어제 만났던 니마 셰르파의 누나가 운영하고 있다.
80세의 독일 트레커
늦은 오후, 80세의 독일 어르신 한 분이 롯지로 내려왔다. 거대한 체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이드의 말로는 ‘초슬로우’로 움직이는 분이라고 한다. 보통의 하산이라면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양글레 카르카까지 내려가지만, 이 어르신은 오늘 여기서 잔다고 한다. 지금 도착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마칼루처럼 험한 코스를 이 연세에 택한 이유가 궁금해 슬쩍 물으니, 이분 역시 히말라야 트레킹만 10여 번 이상 마친 베테랑이다. 나이가 들면서 조급함 대신,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산의 품을 음미하는 노병의 여유가 느껴진다. ‘초슬로우’라는 말은 어쩌면 느리다는 뜻이 아니라, 산과 대화하는 그만의 가장 완벽한 속도일지도 모르겠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밤이 이슥해졌음에도 여전히 눈이 조금씩 소리 없이 내려 쌓이고 있다. 과연 내일 베이스캠프에 갈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품게 되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히말라야는 늘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80세 독일 노병의 '초슬로우' 걸음처럼, 나 또한 이 밤의 불안조차 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잠을 청했다.
양글레 카르카에서 랑말레 카르카 거쳐 베이스캠까지 2일 일정이다.
Langmale Kharka Teahouse (https://mapcarta.com/W537686656/Map)
눈은 그쳤지만 대신 비가 내리고 있다.
7시 30분 출발. 남은 친구들이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었다.
넓은 강바닥을 따라 전나무, 소나무 숲을 지난다. 마치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같은 절벽들이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시바다라로 가는 갈림길. 강 건너편 건물이 시바다라 입구 찻집이다. 시바다라(Shiva Dhara)는 직역하면 “시바의 물줄기(샘)”라는 뜻으로, 네팔 마칼루-바룬 지역 바룬 계곡에 있는 신성한 폭포 동굴을 가리킨다.
양글레 카르카에서 바라본 시바다라 동굴사원(Robert Parker 페이스북 사진). 왼편이 시바 동굴, 오른편이 파르바티 동굴이다. 거대한 동굴 천장에서 물줄기가 낙하하고 있으며 힌두교도들은 그 물을 신성시 여겨 물을 맞고 마신다.
시바다라는 이렇게 쇠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여러 곳 있다. 난이도 최상급 코스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 번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 한다. 오를 자신이 없는 사람은 이 구간에서 포기한다고. (유튜브 캡쳐)
곧 거대한 두 개의 바위산이 구름 속에서 나타났다. 아마부중(Ama Bhujung)이다. '아마(Ama)'는 어머니를, '부중(Bhujung)'은 아이 혹은 배를 의미한다. 바위의 모양이 마치 아이를 잉태한 여인이 서 있는 모습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쪽 바위는 어머니, 왼쪽 바위는 아버지를 상징하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시바다라와 아마부중은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에 속해 있다. (유튜브 캡쳐)
구름과 어울린 신비한 모습의 거대한 아마부중
이제 수목한계선에 도달했다.
출발 2시간 30분 경과 타도사(4013m) 도착. 이른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문이 잠겨 있다. 건빵을 먹으며 휴식. 이슬비는 계속 내리고...그런데 나빈이 김치통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늘 손에 들고 다니는데 어제 하루 쉬는 바람에 깜박 잊은 모양이다. 두 번째다.
타도사를 외로이 지키고 있는 마니월
타도사를 출발하자 곧 넓은 너덜지대가 나왔다. '길 없는 길'을 알아서 가야 한다.
11시, 언덕 위 작은 찻집 도착. 비는 눈으로 바뀌었다.
여기도 음식은 없다. 홍차 한 잔과 사탕을 나누어 먹으며 쉬었다.
끝없는 오르막길에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
마지막 고개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올랐다. 그나마 계단이 있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궂은 날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12시 30분, 랑글레 카르카(4410m) 도착. 계속 올라오느라 조금 지쳤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수도가에 있는 이 롯지 사우니가 파상의 누나다. 위쪽에 더 큰 롯지가 하나 보인다. 그곳은 어제 만났던 니마 셰르파의 누나가 운영하는 롯지다.
방에 들어가면 우선 빨래줄부터 친다. 이렇게라도 널어두면 옷의 습기가 조금이라도 제거될 것이다.
구름이 몰려와 이제 위쪽 롯지는 보이지 않는다.
식당 벽에 걸린 현수막 '2025 6남매 마칼루 원정대(6 SIBLINGS MAKALU EXPEDITION 2025)'.
음식 가격은 고도에 비해 그리 비싸진 않은 편이다.
식당에는 먼저 도착한 카트만두에서 온 네팔 청년 세 사람이 있다. 파상이 흐믓한 얼굴로 조카를 보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젊은 친구들'이 반가운지 천방지축으로 뛰어 다니는 롯지 아들래미 녀석.
[참고영상] Shivadhara Barun Valley Makalu
시바다라 방문은 힌두교도가 아니더라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있을 만한 코스다. 어린 청소년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잘 오르는 것이 신기하다. 히말라야의 품에 사는 네팔 사람의 특징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