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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13. 도바테 - 콩마 - 타시가온
● 출발 도바테 (3862m)
● 도착 타시가온 (2100m)
● 거리 19.8km
● 소요시간 10시간
11. 3 (월)
오늘은 마음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하는 날이다. 이틀치 일정을 하루에 몰아쳐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표상으로는 1580m의 하강이지만, 실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케케라(4170m)와 쉽턴라(4246m)까지 오르고 내린 후 다시 군구루라(4093m)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타시가온까지는 자비 없는 2000m의 하강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 6시 30분, 단단한 각오로 도바테를 출발했다. 출발한 지 한 시간 남짓, 케케라에 도착할 때까지 손이 시려 혼났다. 히말라야의 새벽은 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이틀 전, 양글레 카르카에서 파상에게 건네준 고소 장갑이 못내 아쉽다. 조금 더 있다가 줄 걸...
칼로 포카리를 지나 쉽턴라에 닿자 발아래로 운해의 바다가 펼쳐졌다. 2004년 랑탕의 로우레비나 패스에서 마주했던 그 장엄한 풍경이 21년의 세월을 건너 눈앞에 재현되었다. 쉽턴라 젊은 롯지 주인과 인사를 나누며 차 한 잔 마시며 휴식.
군구루라(4093m)를 지나 콩마로 내려가는 길은 가이드북의 표현대로 '구름 숲(Cloud-forest)' 그 자체다.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 속에서 베이스캠프를 향해 오르는 트레커들을 마주쳤다. 8일 전, 땀 흘리며 저 계단을 오르던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콩마에서 군구루라 구간을 묘사할 때 가이드북은 한결같이 구름 숲(cloud-forest)이라고 쓰고 있다. 우리는 구름 바다(cloud-sea)라고 한다. 거대한 공룡의 등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마치 《장자(莊子)》의 첫 대목인 〈소요유(逍遙遊)〉 편에 등장하는 붕(鵬)이라는 상상의 거대한 새가 생각난다.
"북쪽 끝 바다(북명)에 사는 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붕이다 붕은 그 등의 길이가 몇 천 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며, 날개를 펼치면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한 번 날개를 치면 파도가 3천 리에 달하고, 구만리 상공까지 솟구쳐 올라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남쪽 바다(남명)로 날아간다."
군구루라에 이르자 비로소 휴대폰 신호가 잡혔다. 나빈은 동생과의 통화에서 동생이 최근 히말라야 전역에 내린 폭설과 한국인 실종(사실이 아니었다) 소식을 전해 듣고 한국인을 가이드하러 간 오빠의 안부가 걱정되어 노심초사하던 중 통화가 되자 울고불고했다고 한다.
휘청거린 오후
오후 12시 30분, 콩마에 도착했을 때 몸은 이미 지쳐 아우성치고 있다. 콩마 롯지에는 번잡함을 피해 이곳을 찾은 시니어 트레커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나에게 내게 남은 숙제는 1400m의 하강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 하강을 시작했다. 오후 3시, 단다 카르카 도착. 차 한잔 마시며 잠시 휴식.
오후 5시, 멀리 타시가온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미 비몽사몽의 상태였다. 파상이 배낭을 대신 메고 나빈이 앞가방까지 들어주었지만, 내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타시가온 마을 가까운 지점에서 몸이 비틀거리더니 왼쪽 계곡으로 미끌어 떨어졌다. 길 바로 아래 관목들이 있어 바닥까지 추락할 일은 없다.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나빈이 놀라 크게 소리지르며 끌어 올렸다. 몸이 힘들면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분명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생각과 달리 비틀거리더니 왼쪽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나중에 AI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답한다.
"우리 뇌가 근육에 "움직여!" 라고 명령을 내릴 때는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하나 피로가 쌓이면 이 물질들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져 뇌가 명령을 내려도 근육까지 전달되는 신호가 약해지거나 느려집니다. 그것은 세포 내 배터리가 거의 바닥났다는 뜻입니다. 마음은 '100'의 힘을 쓰고 싶어도, 근육에 남은 에너지가 '20'뿐이라면 몸은 둔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께 설중 20km 운행, 어제 우중 운행으로 누적된 몸의 피로는 오늘 다시 20km의 운행으로 피로의 절정을 달리고 있다. 힘들었던 2022년 낭가파르밧 트레킹에서조차 경험하지 못했던 탈진을 오늘 경험했다. 낭가파르밧 트레킹을 마친 후 더 이상 어려운 코스는 없을 것을 확신해 장차 어떤 코스를 마난든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은 간단없이 흘러 노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때의 체력은 이제 없는 것이다.
오후 6시, 10시간의 힘든 운행 끝에 타시가온의 땅을 밟으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롯지에는 몇 몇 팀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전에 나도 그랬다. 이제는 기대감 대신 무사 귀환의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저녁에 나빈과 파상을 초대해 간단하게 쫑파티를 열었다. 내일 세두와에서 점심 먹고 바로 칸드바리행 지프를 탈 예정이라 따로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이 세두와인 파상은 내일이면 일이 끝났다.
밥과 음료와 오랜만에 뚱바를 함께 먹고 팁으로 그동안 수고한 나빈과 파상에게 조금 넉넉하게 주었다(나빈 2만 루피, 파상 1만 루피. 참고로 이번 트레킹 가이드와 포터 일당은 각각 30불, 22불이다).
열심히 가이드해 준 나빈과 무거운 짐을 묵묵하게 짊어지고 따라온 파상. 두 친구 모두 수고 많았다.
도바테-콩마(12.5km)
도바테의 아침. 날이 춥다.
모두들 출발준비 중. 왼쪽 불랙야크 카고백이 나의 짐가방이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20km를 가야 해서 아침을 일찍 먹고 6시 30분 출발했다.
1시간 15분 걸려 케케라(4170m) 도착. 새벽길 손이 시려 혼났다.
고소장갑을 껴야 했다.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작년 캉첸중가 트레킹 때 셀렐레에서 체람으로 넘어가던 날 아침, 손이 시려 혼났던 기억이 났다. 고도가 아주 높지 않아도 새벽은 항상 춥다. 베에스캠프에서 내려올 때는 오히려 춥지 않았다. 가져온 고소장갑과 4발 아이젠은 엊그제 양글레 카르카에서 파상에게 주었다. 고소장갑은 10여년 전 구입했지만 몇 번 사용
하지 않았다. 트레킹을 마칠 때마다 가져간 소소한 장비는 가이드와 포터에게 주고 온다. 다시 히말라야에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아끼지 않는다.
칼로 포카리로 내려간다. 햇볕을 받으니 비로소 몸이 따뜻해졌다.
호수로 내려와 뒤를 돌아 보았다. 지그재그 계단길이 고맙다.
독일팀 포터들이 바로 따라오고
도바테로 가는 네팔 트레커들
쉽턴라를 알리는 타르초가 보인다.
9시 20분, 쉽턴라 도착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
아래로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런 운해는 2004년 랑탕 로우레비나 패스에서 본 후 처음이다. 아래는 당시 사진.
차 한잔 마시며 이 롯지 주인장과 인사. 37세라고 하고 내 나이를 말하니 놀란다. 자기 아버지 뻘이다.
쉽턴라에서 북쪽 설산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이야기 나누는 산사나이들
가이드 나빈
20분 휴식 후 하산 시작. 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다.
사노 포카리로 내려오다. 콩마에서 올라오는 트레커들 만나 인사하고.
10시 40분, 군구루라(4093m) 도착
군구루라에서 콩마로 내려가는 길. 이곳을 묘사할 때 가이드북은 한결같이 구름 숲(운림, cloud-forest)이라고 쓰고 있다. 우리는 구름 바다(운해, cloud-sea)라고 한다. 10여 일 전 이곳을 올라올 때도 그랬지만 이곳의 풍광은 그야말로 구름 속을 걷는 거대한 공룡의 등을 타는 기분이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가장 독특한 풍광을 지닌 곳이 이곳 마칼루 콩마라 전망대 - 군구루라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올라오는 트레커 팀들을 자주 만난다. 멀리 보이는 콩마라 전망대까지는 아직 멀다.
구름은 계곡을 타고 북쪽 설산을 향하여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군구르라를 지나니 비로소 휴대폰이 터진다. 여동생과 통화 중인 나빈.
11시 45분 콩마라 전망대 도착. 전망대 기둥이 흔들리니 꼭대기층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전망대 2층서 바라본 북쪽 풍경
마니월
현대미술 작품 같은 마니월의 조각 글씨
11시 50분 독일팀이 도착했다.
12시 30분 콩마 도착. 피곤한 몸이라 운행을 마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보통 표준 일정은 여기서 멈춘다.
한가로은 노 부부 트레커. 이곳 마칼루는 트레커들이 많지 않은 가운데 시니어들이 많이 보인다.
콩마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독일 그룹 일행. 그들은 점심을 먹고 빠르게 하산했다. 오늘 세두와까지 간다고 한다. 젊음이 좋기 좋다.
오후에 콩마에서 타시가온까지 1400m를 정신없이 내려가야 한다. 타시가온에서 콩마로 올라올 때 기록을 보니 9.3km, 7시간 20분 걸렸다. 내리막이라고 해도 4~5시간 걸린다.
단다 카르카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계속 하강 중. 오후 1시 50분,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후 4시 40분, 초우따라에서 휴식. 고도는 2470m.
오후 5시, 멀리 타시가온이 보인다. 타시가온에는 오후 6시 도착. 고난의 행군이었다. 마지막 1시간 동안은 비몽사몽. 파상이 배낭을, 나빈이 앞가방을 대신 매어주었어도 비틀거렸다. 너무 힘들어 사진을 찍을 생각도 나지 않았다.
타시가온 마을 도착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서 몸이 비틀거리더니 길을 벗어나 왼쪽 계곡으로 떨어졌다(원 지점). 아래에 관목 나무들이 막아주여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나빈이 놀라 크게 소리지르며 끌어 올렸다. 탈진하면 몸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