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14. 타시가온 - 세두와 - 눔 - 칸드바리
● 출발 타시가온 (2100m)
● 도착 칸드바리 (1058m)
● 거리 60km
● 소요시간 9시간 45분
11. 4 (화)
사이클론 몬타
어제저녁 삼툭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그동안 연락이 없어 많이 걱정했다며 무사함을 반가워했다. 알고 보니 며칠 전부터 네팔 히말라야 전역에 사이클론 '몬타(Montha)'가 북상해, 서풍과 맞물리며 폭설과 눈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가 상당했다.
에베레스트와 마나슬루 일대에서는 수백 명의 등반객과 트레커들이 폭설에 갇혀있었고, 롤왈링의 얄룽리(Yalung Ri)에서는 외국인 등반객 5명과 셰르파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양글레 카르에 도착했던 10월 27일 즈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
가을은 원래 히말라야의 ‘안전기’라지만 이번엔 달랐다. 벵골만에서 일어난 사이클론이 엄청난 습기를 몰고 와 저지대에는 비, 고지대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요즘 들어 ‘전형적인 날씨’라는 말이 무색하다. 히말라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앞으로는 언제든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트레킹에 나설 땐 시기와 상관없이 비옷, 스패츠, 아이젠을 꼭 챙겨야 한다. 예비일도 넉넉히 잡고, 귀국 편은 여유 있게 예약해야 한다. 삼툭 사장 말로는 자기 손님 중 한 명이 폭설로 하산이 늦어져 귀국 편을 놓쳐 새로 발권하여 귀국했다고.
이틀 전 콩마에서 들은 소식도 떠올랐다. 올라갈 때 식당에서 만났던 스페인 노인은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혼자서 베이스캠프를 거쳐 세 개의 고개(쓰리 콜)를 넘는다고 했다. 그때도 무척 놀랐다. 아마 전문 산악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연락이 두절되었다. 다행히 위성전화기를 가지고 있어 스페인 부인에게는 연락이 닿아 네팔 구조팀에 연락해 사흘째 수색 중이라 했다. 폭설이 계속되어 헬기도 못 떴다는데...과연 눈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파상은 세두와까지
오늘이 실질적인 마지막 트레킹 날이다. 아침, 캠핑팀들이 분주히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타시가온의 아침 공기가 유난히 포근하다. 아직 캠핑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이들은 이제부터는 진짜 히말라야의 거친 구간을 오르내려야 한다.
꼬마 파상은 내가 준 재킷을 잘 입고 다닌다. “따뜻해서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니 나도 행복하다. 이번에 오래 묵은 등산옷들을 정리하여 나누어주었다. 하얀 우모복 바지도 그중 하나였다. 녀석은 비와 눈 속에서도 신나게 입고 다니다 나중에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팀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긴 여정의 끝자락이라 몸이 무겁다. 무릎이 욱신거려 보호대를 찼다. 이번 트레킹에서는 스패츠, 아이젠, 무릎보호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쓸 일이 있었다. 가져온 게 헛되지 않았다.
타시가온을 벗어나며 뒤를 돌아보았다. 저 너머 산을 넘고 또 넘어온 길. 새삼 우리가 참 먼 길을 걸어왔다 느껴진다. 현수교를 건너자 곧 넓은 길이 나왔다. 찻길이지만 차는 다니지 않고 트랙터만 다닌다.
9시에 착세단다에 도착. 트레커들이 계속 올라온다.
멀리 아룬강이 보였다. 그 강 오른쪽 안부를 넘어야 한다. 초우따라에서 잠시 쉬고, 카다몸 밭을 지나 오전 11시에 세두와 도착. 공원 체크포스트에서 신고를 마쳤다. 타시가온에서 세두와까지 2시간 반 걸렸다. 세두와에 오니 비로소 휴대폰 데이터가 터진다. 2주 만에 다시 문명 속으로 복귀했다.
파상의 일은 여기까지다. 함께 점심을 먹고 13일 치 임금 4만 루피를 주었다. 나빈이 삼툭 사장으로부터 받아 온 돈이다. 어제 팁으로 1만 루피 받았으니 이번 트레킹 일로 5만 루피, 우리 돈으로 50만 원 벌었으니 합하면 일당 38,500원. 네팔에서는 제법 짭짤한 금액이다.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 알바로는 최고다. 수고 많았다. 나도 네팔 산촌 경제에 일조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 마음이 들었다.
내 고장 날 줄 알았다
11시 50분, 지프스탠드에 도착해 짐을 실었다. 1인당 1200루피, 칸드바리까지 가는 정기노선 지프다. 오후 12시 30분 출발. 하지만 한 시간 남짓 달려 아룬강을 건너 조금 오르면서 차가 멈췄다. 예상대로다. 이런 험한 길을 항상 잘 버텨낼 수는 없을 터. 결국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가 부러졌단다.
이럴 땐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네팔이든 인도든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다 고쳐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부품을 가져왔고, 기사들이 능숙하게 수리하고 1시간 30분 후 다시 출발했다.
오후 4시 눔 도착. 가게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다시 출발. 길은 비포장이었고, 구불구불한 커브가 끝도 없다.
오후 7시 15분 칸드바리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세두와에서 이곳 칸드바리까지 60km에 불과한데, 고장 시간을 빼도 거의 8시간이나 걸렸다. 몬순 때는 흙탕 반죽길이 심해 통행에 애를 먹는다.
14일 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옥상 식당으로 올라갔다. 이곳이 저지대라 해도 1000m가 넘는 곳이라 밤바람이 차다. 가볍게 나왔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재킷을 걸치고 나왔다. 나빈과 가볍게 축하 파티.
유난히 길게 느껴진 하루였지만 험난했던 마칼루 트레킹이 이제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베이스캠프 출발 준비로 분주한 캠핑 그룹
우리도 출발 준비
오늘이 실질적인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친 터라 내 배낭은 파상이 메는 짐가방에 넣었고 앞 가방은 나빈이 대신 매고 간다. 어제 오랜 운행으로 무릎이 아파 무릎보호대를 착용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무릎 보호대는 이번에 처음 이용했다. 2023년 난다데비 때는 동행했던 노자님이 내 것을 빌렸다. 이번 트레킹에서 스패츠, 아이젠, 무릎보호대 모두 다 사용했다. 오랜만에 가져간 보람이 있었다.
타시가온을 벗어나며 뒤를 돌아보았다.
마을 앞 현수교를 건너면
곧 넓은 길이 나온다. 찻길이지만 공용 지프는 다니지 않고 트랙터만 다닌다.
오전 9시, 착세단다 도착
롯지 앞에 있는 착세단다 초등학교. 아래에서 올라온 트레커들이 많이 보인다. 네팔 동부에 위치한 마칼루는 비와 눈을 만날 가능성을 줄이려면 아예 11월 달에 오는 것이 좋다.
마을 집에 핀 달리아를 보니 이곳이 저지대임을 알겠다.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
마을이 큰 타시가온이나 세두와가 아닌 착세단다에 학교가 있는 이유는 두 마을의 중간이기 때문이다.
멀리 아래로 아룬강이 보인다. 오른쪽 산 안부를 넘을 예정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날씨는 봄날이다.
카다몸이 자라고 있는 마을 입구를 지나
11시, 세두와 도착. 마칼루 바룬 국립공원 경찰 체크포스트에 신고하고
앞 롯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타시가온에서 여기까지 2시간 30분 걸렸다(9.8km). 세두와에 오니 비로소 휴대폰 데이터가 터졌다. 2주 만에 문명과 접속.
점심 먹고 11시 50분, 세두와 지프 스탠도 도착
곧 출발하는 지프에 짐을 싣는 중.
우리가 타고 갈 지프. 뒤에 짐칸이 있고 승객은 6명이 탄다. 칸드바리까지 1인당 1200루피.
이 길을 따라 내려온다.
12시 30분 출발. 아룬강을 향해 정신없이 내려갔다가 강을 건너 눔까지 다시 정신없이 올라가야 한다.
오후 1시 35분, 강을 건너 조금 오르다가 차가 고장 났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무슨 문제인지 몰라도 차 하부에서 이 것을 떼었다. 드라이브 샤프트라고 엔젠의 동력을 차축 바퀴로 전달하는 추진축이다.
이럴 땐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에서 차나 길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오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이 거친 비포장 커브길을 오르내리면 차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자주날 수밖에 없는데 또 이들은 귀신같이 고치는 능력이 있다.
7~80년대 우리나라 운전기사들도 모두 그렇게 고치며 운전했다. 지금처럼 카센터가 많지 않아 누구나 운전을 배우면 기본적인 차의 기능을 알고 비상시 수리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전화로 연락하고 지나가는 차를 잡아 이야기를 하고....오토바이를 탄 친구가 부속을 가져오고... 어찌어찌해서 1시간 30분 후 다시 출발했다.
오후 4시 눔 도착.
세두와-눔 구간은 아룬강을 건너는 험난한 코스다.
가게에서 음료수 한 잔 마시며 잠시 휴식
다시 탑승
4시 30분 현재 열심히 가는 중. 칸드바리-눔 구간은 약 38km의 비포장길이며 4~5시간 걸린다. 칸드비리-세두와 구간은 내가 지금까지 히말라야에서 경험했던 최고난도의 비포장길이었다.
7시 15분 칸드바리 호텔 도착. 고장수리 1시간 30분을 빼면 7시간 45분 걸렸다. 세두와에서 60km를 7시간 45분 걸렸으니 이 길이 얼마나 빡센 길인지 알 만하다. 진흙탕 길도 많아 비가 조금많이 오면 통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14일 만에 뜨거운 물 샤워를 하니 비로소 험난했던 마칼루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문명의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참고영상] 칸드바리 - 눔 바자르 버스여행 (몬순 시즌)
Khadhbari to Num Bazaar |Bus trip| Monsoon season | Rough Roa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