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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
day 15. 칸드바리 - 툼링타르 - 카트만두
● 출발 칸드바리 (1058m)
● 도착 카트만두 (1400m)
● 거리 13.6(툼링타르)+190(카트만두)km
11. 5 (수)
호텔 옥상 식당에서 아침을 기다리는데 나빈이 반가운 소식을 들려준다. 며칠 전 실종됐던 스페인 영감님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것이다. 링크를 열어 보니 셰르파니 콜에 고립돼 있던 스페인 산악인 헤수스 마르티네스 노바스가 악천후와 폭설 속에서 6일을 버티다 해발 5,700미터 지점에서 헬기로 구조됐다는 기사였다. 기적 같은 일이다.
구조된 뒤에는 솔루쿰부 딩보체로 옮겨져 회복을 돕고 있고, 베이스캠프 주변에는 여전히 수십 명의 외국인과 네팔 트레커들이 날씨 탓에 발이 묶여 있다는 내용이다. 며칠 전 우리가 겪었던 일이다. 히말라야의 예측 불가능한 날씨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새삼 느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오전 9시 30분, 공항으로 향했다. 칸드바리는 산쿠와사바 지역 행정 중심지이자 가장 큰 도시로, 2021년 기준 인구는 약 3만 5천 명 남짓한 곳이다. 30분쯤 달려 툼링타르 공항에 도착.
거기서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에 봤던 스페인 바스크 커플을 다시 만났다. 우리보다 이틀 먼저 내려갔던 팀인데 이제야 내려가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가이드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칸드바리에서 현지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한 모양이다. 그럴 경우 가이드 왕복 항공료를 아낄 수 있다. 카트만두-툼링타르 왕복 항공료는 외국인은 45만 원, 내국인은 15만 원이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로 향하는 길은 소박하고 낭만적이다. 해발 400m 남짓이라 그런지 덥다. 출발 예정 시각은 이미 넘겨 11시 40분. 정확히 한 시간 지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 한 편 운행하는 카트만두에서 온 이 비행기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툼링타르는 안개가 잦아 한두 시간 지연은 일상이라고 한다.
이륙 후 창밖 아래로 네팔 동부 산자락이 흘러간다. 4,000m 상공에서 내려다본 쿰부 히말 파노라마는 늘 숨을 멎게 만든다. 저 멀리 까마득하게 서 있는 마칼루를 다시 올려다보며, 길고도 험했던 이번 트레킹을 조용히 되짚어 본다. 40분가량 날아 헬람부 지역 멜람치 강 상공을 지나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려 나빈과 함께 예약해 둔 호텔 타멜 파크로 갔다. 나빈은 여기서 헤어졌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팁을 넉넉하게(30%) 주었으니 가이드한 보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 호텔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3성급 호텔로, 한국인 손님도 많아 한국인 담당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라무 다할이라는 사람이 형제들과 함께 세운 호텔인데, 라무 씨는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며 자금을 마련한 뒤 돌아와 이곳에서 사업을 일궜다고 한다. 코리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사람이다. 네팔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 한국인에 대해 대부분 우호적이다.
귀국 하루 전 저녁에는 나빈의 초대를 받아 그가 사는 랄리푸르로 갔다. 나빈이 호텔로 데리러 와 함께 갔다. 랄리푸르는 타멜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동네다. 식당 앞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나빈의 조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팝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를 즐겨 본다며 신나게 얘기하는데, 정작 나빈은 처음 들어본다며 웃는다. 42세인 이 친구의 취향은 의외로 올드팝이다. 스콜피언스, 레드 제플린 같은 60~70년대 음악을 줄줄 꿰고 있다.
귀국일인 8일 삼툭 사장이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귀국편 비행기 시간은 오후 7시 25분이다. 이번 트레킹은 내가 느닷없이 나빈을 가이드로 지정하는 바람에 혼선이 좀 있었다. 그래도 삼툭은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물론 적절한 사례는 하지만 늘 고마운 친구다.
나와의 인연은 2002년 ABC 트레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새 23년째, 이번까지 15번의 네팔 트레킹 중 14번을 함께 했다. 그도 이제 6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삼툭 사장이 공항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모든 출국이 중지됐다는 안내가 들린다. 활주로가 폐쇄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으니 활주로 조명 시설이 고장 났단다. 야간 운항에 필수적인 가장자리 조명, 이른바 런웨이 엣지 라이트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최근 지속된 폭우로 조명 배선에 빗물이 스며들어 누전이 발생해 꺼져버렸다. 이미 상공에 와 있던 비행기들은 조명이 복구되기를 기다리며 하늘에서 선회하거나, 인도 델리와 럭나우 같은 인근 공항으로 회항했다. 출국일은 자연스럽게 하루 뒤로 미뤄졌다.
갑작스러운 변수로 항공사에서 제공한 타멜 위쪽 라짐팟의 라디슨 호텔에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 날 오후 다시 공항으로 가 저녁 7시 45분으로 바뀐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을 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가운데 마칼루 트레킹을 잘 마쳤다.
에필로그
카트만두로 돌아오자마자 하산길 악천후 속에서 버텨온 몸이 결국 신호를 보냈다. 콧물과 기침, 몸살이 동시에 찾아왔다. 준비해 간 종합감기약 다섯 통을 모두 비웠음에도 증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이 고생은 귀국 후에도 한 달간 이어졌다. 이번 마칼루 여정이 그만큼 수많은 변수와 난관의 연속이었음을 몸이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 해(2024년) 캉첸중가 트레킹이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트레킹이었다면, 2025년 올해는 나의 히말라야 입문 25주년을 기념하는 ‘실버 주빌리(Silver Jubilee)’의 장이었다. 동시에 스스로의 체력을 냉정히 시험해 보는 무대이기도 했다. 그 결과 나는 이제 이런 험로를 예전처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통상적인 트레킹 일정은 평균적인 체력과 연령대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하지만 체력 저하를 마주하는 60대 이후의 트레커에게는 그들만의 속도가 필요하다. 기존의 일정을 무리하게 따르기보다, 예비일을 충분히 확보하여 체동의 여유를 두는 식의 유연한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히말라야와 함께한 25년. 그 기념비적인 여정은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추억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그들의 마음이 안락하기를."
"May all living beings be happy and at peace.
May their hearts be at ease."
(『숫타니파타』 「자애경」)
호텔 옥상 식당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데 나빈이 새 소식을 알려준다. 며칠 전 실종되었던 스페인 영감님이 무사히 구조되었단다. 반가운 소식이다. 보도된 링크로 들어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보았다.
산쿠와사바 마칼루 베이스캠프에서 스페인 등반가 구조
2025년 11월 2일
산쿠와사바 당국은 마칼루 농촌 지방자치구 2 구역에 위치한 마칼루 베이스캠프에서 고립되었던 스페인 산악인을 성공적으로 구조했다. 지방 경찰청의 쿠마르 프라사드 마이날리 부경감에 따르면, 헤수스 마르티네스 노바스(Jesus Martinez Novas)는 악천후와 폭설로 인해 6일 동안 갇혀 있다가, 오늘 아침 해발 5,700미터 지점에서 헬리콥터로 구조되었다.
구조 직후 노바스 씨는 솔루쿰부 파상 라무 농촌 지방자치구 4 구역의 딩보체로 이송되었다. 이는 그가 고산 지대에서의 시련을 겪은 후 적절한 보살핌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당국은 또한 현재 마칼루 베이스캠프 지역에 약 70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60명의 네팔 트레커들이 머물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지속되는 기상 악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이 묶인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번 대피 사례는 히말라야 지역, 특히 예측 불가능한 날씨 속에서 등반가들이 직면하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경찰과 구조팀은 노바스 씨를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 항공 작전을 조율했으며, 이는 신속한 대응과 고산 구조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고립된 관광객들은 현재 면밀히 모니터링되고 있으며, 당국은 기상 조건이 개선되는 대로 추가 대피가 필요할 상황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https://tourisminfonepal.com/spanish-climber-rescue-from-makalu-base-camp/)
간단한 아침
오전 9시 30분 공항으로 출발.
30분 후 툼링타르 공항 도착
공항청사로 이동
대합실에서 스페인 바스크 커플을 다시 만났다. 작년 캉첸중가 사진을 보여주니 관심을 갖는다. 히말라야에 한 번 발을 디디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설산병(snow fever) 치료를 위해 분명 다시 오게 된다. 트레킹 직후에는 힘들어 "이런 험한 곳은 다시 오지 않겠다"라고 다짐하지만, 몸의 통증이 가라앉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다시 그 푸른 하늘과 설산의 능선을 그리워하게 되는 마음의 병이다.
탑승권 받는 중.
10시 40분 비행기 탑승권. 카트만두로 돌아갈 때는 C와 D석이 히말라야를 볼 수 있는 자리다.
한가한 탑승장 대합실
낭만적인 탑승로. 해발 400m 저지대라 조금 덥다.
탑승완료. 시간은 이미 11시 40분이다. 1시간 지연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비행기가 카트만두에서 늦게 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아래 풍경
4000m 상공에서 바라본 쿰부히말 파노라마. 여기서 70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마칼루를 바라보니 새삼스럽다.
마칼루는 에베레스트에서 그리 멀지 않다. (20km)
40여 분 비행 후 헬람부 지역 멜람치강 상공 통과 후 하강 시작
공항 도착 후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가는 중
호텔 타멜파크(Hotel Thamel Park). 3성급 호텔로 트레커들이 선호하는 호텔이다. 한국말 도우미 직원도 있다.
오랜만에 김치찌개 한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대장금 식당). 가지고 간 깻잎 장아찌는 아직 남았다.
11월 7일 저녁 나빈이 자기 동네인 랄리푸르(Lalipur, 타멜 남쪽 6km)로 초대했다. 이 식당은 핫플레이스인 듯 손님들이 많다.
나빈의 조카. 초등학교 5학년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즐겨 보고 있단다. 나빈은 고추장을 좋아해서 남은 고추장 튜브 모두 선물로 주었다.
떠나는 날 삼툭 사장이 점심을 대접해 주었다. 이번 트레킹은 내가 뜬금없이 나빈을 가이드로 고용한 까닭에 혼선이 좀 있었다. 나빈에게 가이드 면허가 없기 때문에 보험 등 에이전시에서 처리할 일이 조금 복잡해졌다고 한다.
뒷이야기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모든 출국이 중지되었다. 공항 활주로가 폐쇄되었다. 활주로 조명시설이 고장 났다고. 조명이 없으니 모든 이착륙이 금지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공항을 나와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항공사에서 준비한 호텔로 갔다.
항공사 안내메일
항공사에서 제공한 라짐팟에 있는 라디슨 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호텔 리셉션에 부착된 안내문.
대한항공 앱에 들어가 보니 시간표가 바뀌어 있다.
다음날 호텔 야외 식당에서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로비에서 오후 3시까지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준비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탑승권을 다시 받아 출국심사를 마치고
탑승장 대합실로 가 한참 기다린 후
체크인 하고
7시 45분 탑승. 다음날 새벽 4시 55분 인천 공항 도착.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칼루 트레킹을 잘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