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책읽기 4
옛이야기, 들려주세요
글 이경이
엘지빌리지 거주. 어린이 도서연구회 회원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옛날이야기는 더 좋아하지요. 글로 읽는 것보다 눈을 맞추며 들려 줬을 때 이야기는 더 생생해집니다. 글을 모르던 옛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면서 삶의 고단함을 달래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이야기, 어리석은 도깨비나 호랑이가 골탕 먹는 이야기, 힘없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씩씩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꿈꾸게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옛이야기 속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얻게 되지요. 아이들은 뛰어 노는 것이 가장 우선이어야 하겠지만 추운 겨울 날 구운 고구마를 곁에 두고 엄마나 아빠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도 아이들의 마음을 쑥쑥 자라게 해 줄 것입니다.
《옛이야기 보따리》/서정오 글/ 보리
오랫동안 옛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책으로 엮어내고 옛이야기 다시쓰기와 들려주기에 힘을 써 온 서정오 선생님이 묶은 책인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옛이야기 112가지가 실려 있습니다.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참 신기하고 무서운 이야기, 배꼽 빠지게 우스운 이야기, 새록새록 일깨우는 이야기 등을 10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책머리에는 옛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면 좋은지에 대한 도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화려한 시청각 자료가 넘쳐나는데 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 하겠느냐는 물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들려주자니 이야기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말재주도 없어서 고민이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으며 들려주는 일은 재주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성이 필요한 일이므로 그저 들은 대로, 읽은 대로, 생각나는 대로 편안하게 들려주면 된다고 말합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은 불친절하게 조금은 뻔뻔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어른들도 어려움 없이 옛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저 이야기, 오랜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던 이야기일 뿐인데 뭐가 어렵겠다고 아이도 어른도 모두 좋아하는 옛이야기 들려주기를 당장 시작해 보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1,2,3》/그림형제 지음/ 펠릭스 호프만 그림/한미희 옮김/비룡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그림 형제 동화> 200여 편 중 특히 재미있는 101편을 묶어 낸 책입니다. 신화와 전설, 동화와 민속에 관심이 많았던 그림 형제는 ‘근대독일 문학의 창시자’라 불릴 만큼 뛰어난 문장력을 선보입니다. 번역된 책에서 그 맛을 느끼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원작에 담긴 내용뿐 아니라 리듬감 있는 말의 묘미를 오롯이 살리기 위해 애썼다는 옮긴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만큼 번역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집니다. 화소를 마음대로 없애지 않고 원작 그대로 살린 덕에 우리 정서와는 또 다른 독일 옛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책의 거장 펠릭스 호프만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