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제안) 우리집에선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그분 만두!님!
요리, 그 기다림의 미학...“아가 갖은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는겨~~”
글 이재옥 (금곡 신미주A 주민)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금방 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와 김치, 동치미를 가지고 엄마가 들어오신다. 그럼 시간가는 줄도,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식구들과 수다 떨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먹을거리가 참으로 많다. 특히 긴긴 겨울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집에선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그분 만두!님!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엄두도 못 내다가 언젠가부터 온 가족이 만두 만들기에 참여하여 만두와 같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손이 크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던 나는 이웃과 1박2일 동안 만두를 만든 적도 있다. 만들며, 먹으며, 여기저기 조금씩 나눠줘가며 참으로 재미나게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만두는 만두피가 중요하다.
요즘엔 만두피만 사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해볼 만하다.
1Kg중력분밀가루에 계란 흰자를 하나 넣어 반죽을 한다. 찰지게 치대어 냉장고에 8시간정도 숙성시키면 만두피반죽이 완성이다. 완성된 만두피는 조금씩 뜯어 얇게 밀어 피를 만들면 된다. 만두피의 생명은 쫄깃함이라! 웬만해선 찢어지지 않으니 얇게 미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나중에 만두피가 남으면 수제비로 사용을 하여도 좋다.
만두속은 묵은김장김치와 돼지고기(밑간을 하고 볶은걸로 준비한다) 부추 두부 당근 당면 청양고추 버섯등을 넣고 소금간을 하여 버무려 만들면 만두속 완성이다. 만두속은 나중에 볶음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손색이 없다.
만두피에 만두속을 푸짐하게 넣어 20분정도 쩌낸 뒤 먹으면 그 맛은 만드는 사람의 노력과 정성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일품이다.
아들은 엄마가 만들어 주는 만두가 사먹는 어떤 만두보다 맛있다고 하니 절로 신이 난다. 준비하는데도 만드는데도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며 만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두피가 만두속을 감싸고 있는 건지, 속이 피를 감싸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간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모양도 맛도 따지지 말고 그냥 좋아라 만들어 먹으면 되니까.
요즘같이 뚝딱 뚝딱 쏴악~하고 만들어내는 패스트푸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맛이다. 1년 이상을 기다린 묵은 김장은 만두 하기에 지금이 딱! 제일로 맛날때다.
작년에 만두를 만들다 딸이 물어본다 “엄마는 원래 요리를 잘했어?” 그럴 리가 있나!! 신혼초엔 뭐하나 만들려면 점심 먹고 준비하여 저녁에 완성해서 먹으면 되었다. 하루가 요리준비만 하다 다 간적도 있다.
어느날은 얼갈이 겉절이를 맛있게 하고 싶어 요리책과 얼마나 치열히 싸웠든가?? 비주얼은 책사진과 비슷하게 그럴듯하게 나왔지만 맛이 영 나질 않았다. 어머님께 전화해서 여쭤보면 우리 어머님 말씀은 항상 똑같다.“아가 갖은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는겨~~”에고고..
애들 키우고 살림한지 10년이 넘다보니 이제는 갖은양념! 조물조물!을 조금 아주조금은 알것 같다. 2년 전에 결혼한 올케가 나에게 물어 본다.“형님 오이 무침은 어떻게 해요? 저번에 해주신 거 맛있어서 해볼려구요”“그냥 갖은 양념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돼” 그 어머니에 그 며느리라. 나의 어머님의 얘기를 내가 하고 있다. 요리란 그런거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화려하고 황홀할 정도의 레시피가 너무 잘 나와 있지만 정작 그 맛은 느낄 수도 맛볼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게다. 내가 그렇게 내고 싶었던 우리 어머님의 손맛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열매를 맺고 영거는 자연처럼 시간이 지나는 것만큼 맛을 낸다는 것을 한해 두해 살림을 하며.. 요리를 하며 깨닫는다..어머님만큼의 세월이 내게 오면 난 그 맛을 낼 수 있을까? 그래서 기다려야 하나보다. 그래서 기다린다.
첫댓글 애들하고 엄마하고 조잘조잘 하면서 만두 빗는 모습이 그냥 좌악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참, 동네사람들이랑 모여서 신년회 할때 만두 해 먹자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