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진냥 님이 교권 주제의 오늘의 교육 포럼 발제 중 또는 다른 자리에서 말로 한 적이 있고, 원고에도 더 자세히 들어가길 기대했던 거지만 아쉽게도 이번 <오늘의 교육> 76호 원고에는 그리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네요. 다른 기회에 보게 되기를 기대하며 간단히 기록 겸 공유용으로...
"무엇보다 근대적 교사론은 교사의 취약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여성인 신규 교사가 교육적 실천에서 취약한 것은 부족한 경험 때문만이 아니다. 성별 권력과 나이 위계에서 가지는 취약성 역시 그 이유다. 시각장애를 가진 10년 경력 교사가 계속 담임 업무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해당 교사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맥락과 다양한 제도 사이의 복합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주장되고 있는 교권 담론은 ‘전문적인 교사의 교육적 실천을 방해받지 않게 해 달라’는 요구에만 집중되어 있다."(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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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취약성이 가리키는 대상은 소수자성이나 약자성만이 아니다. 취약성은 인간의 불완전함, 상처, 동요, 질병 등을 모두 포함하며 교사로서 요구받는 역할을 오롯이 해내지 못하는 상황, 부적절한 언행을 하게 되는 상황도 포괄한다. 그러므로 어떤 취약성은 교사가 학생에게 부당하게 해를 입히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모든 교사는 그런 속성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우리는 보통 가해자는 강자이고 피해자는 약자라고 생각하기에, '취약성으로서의 가해성'이라는 관념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가해는 취약성에서 비롯된다. 개인사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학생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공부나 훈련의 부족으로 잘못된 대처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적극적 가해까진 아니더라도,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마비될 수도 있다. 취약성이 가해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해를 용인하거나 책임을 면제하자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연민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해야만 아동학대 관련 논의를 포함하여 교사가 처한 어려움을 더 적절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의 취약성이 학생에게 가해로 더욱 쉽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겠고, 일방적인 돌봄의 관계를 상호적인 돌봄의 관계로(그럼으로써 교사의 취약성을 학생이 돌볼 수 있게) 바꾸는 일도 필요하겠다. 그럼에도 취약성 자체가 사라질 수 없는 인간(교사, 학생 모두)의 속성이라면 이를 인정하면서 그런 상황까지 포함한 분담과 지원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전문가론이나 교권 담론 같은 것과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