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고원길 2회차(5월13일~16일) 삼일째 되는 날, 오늘(5월15일)은 일정상 4구간은 내일로 남겨두고
5구간부터 먼저 걷기로 하고, 진안공용버스터미널에서 9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성수면사무소' 앞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콜, '오암마을'에 도착했다.(10시11분)
조용한 마을 골목을 지나는 길 담벼락에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리다만 것 같은 소소한 벽화가 눈에 들어오고,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 날 것 처럼 하나하나 간섭하기 시작, 출발하자 바로 오늘 사용할 감탄사 총량을 아낌없이 꺼내쓴다.
마을 뒤 농로를 부지런히 걷다가 산길로 접어들자 바로 시작되는 은근한 경사로에 컥컥대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차소리가 반가운 이유가 있었네.
진안고원길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분 역시 아는 사람을 만난 듯 서로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지난 회차에 '바이고서(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에 합류해 함께 8구간을 걸었는데, 그 때 카풀을 해주신 사무국장님께서
진안고원길 예초에 대단한 자부심을 보이던걸 기억하는터라 트럭 뒤에 실린 예초기를 보며 '드디어 실체를 보게 되는구나'
내심 기대를 하면서 트럭을 뒤따르는데...습도가 높은 날 늙은 다리는 얼마나 무거운지...힘들다 힘들어.
무거운 다리와는 무관하게 경사도 몇 발자국만 오르면 발 아래 풍경은 따라 잡히는 마법.
드디어 가까이서 들리던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 예초기를 지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와~머찌구리~
우리가 다가서자 잠시 멈추고 예초기 대신 웃음을 날려주시네...
진안고원길은 눈에 보이는 우리 둘만 걷고 있는 게 아니었네...감사,또 감사합니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그런데 밟을 게 없네.
너무 말끔하게 정리된 길을 걸으면서 길을 걷기도 전에 진안고원길은 여는 둘레길 보다 잘 관리되고 있는 티가
나서 너무 좋았다고 극구 걷기를 추천하던 블친이 생각났다.
진안고원길 5구간 고개 너머 마령길 첫번째 인증지점인 '황소마재'
다음 날(5월16일) 이번 회차의 마지막 날, 상대적으로 짧은 4구간을 걷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하고
'진안공용터미널'에서 9시에 출발하는 무진장버스를 타고 '성수면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09시50분)
'성수면행정복지센터' 뒤 숲 입구를 지나면 바로 눈 앞에 계단이 펼쳐진다.
어라? 발 아래만 보고 가던 중에 옆지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어제 5구간 걸으면서 예초하시던 두 분을 또 만났다.
전 날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니 가족을 만난 듯 왜 그리 반가운지...
이번에는 예초뿐 아니라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손보고 계신 듯 하다.
아예 나무 계단 주변을 헤집어 새로 다지신 것 같다. 말끔해진 계단...예술이다.ㅋ~
진안고원길 4구간 섬진강 물길 첫번째 인증 지점인 '반용재'
'반용재'에서 700m 정도 찻길로 내려 오다가 옆지기가 뭔가를 바라보며 서있다.
'여~도 예초한 것 같은데?' 헐~ 진짜 그러네~
조금 전에 계단을 새로 정리한 것을 못봤다면 눈치 채지도 못했겠지만 이 곳에도 그 분들의 손길이 지나간 게 보인다.
진안고원길 4구간 두번째 인증 지점인 '가장골'을 올라서서 길 가에 퍼질러 앉아서 잠시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11시55분)
적당히 쉴 곳을 찾지 못해서 대충 궁색하게 앉았다가 가다보면 바로 가까운 곳에 근사한 쉼터가 있다는 머피의 법칙.
아...다시 앉았다가 가고 싶다.
유난히 땅에 많이 떨어진 오동나무 꽃을 보면서 계단을 내려서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상에나... 이 곳도 예초하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는 아예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숲에 들어서면 실체가 없는 피톤치드를 마시느라 머리가 띵할 정도로 숨을 들이쉬고는 하는데
지금 예초한 풀들이 내뱉는 푸릇한 향은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내 폐부를 가득 채우고 들어와 주는 듯 하다.
내가 원래 이런 신선한 향을 좋아한다.
도저히 만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ㅋ~
오후 3시에 비가 올거라 예보가 된 참이라 이 즈음에는 발이 안보일 정도로 빨리 걷고 있는 중이다.(12시35분)
운동장을 지나가며 이런 시설들을 보면 진안 참 살기 좋은 데라며...
운동장을 빠져나오는 길, 설마...이 곳도 예초하고 지나가신 건가요?ㅋㅋ~
둘레길 걷기 10여 년 동안, 가끔 예초가 된 듯한 깊숙한 산길을 걸을 때면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밀려오곤 했다.
그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면, 이번 진안고원길을 걸으면서 궁금해 하기만 하던 감동의 실체를 두번, 그리고 여러 번의 감동을
선물받은 듯한 느낌에 몸과 마음이 충만해 졌다. 내가 둘레길을 걸으면서의 또 다른 소확행을 진안고원길에서 찾았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고생많으시고, 감사합니다! ^^
잘관리된 길을 걸을때면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행복이 배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와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은것처럼 글이 재밌고 감동이에요. 한자한자 놓칠새라 꼼꼼히 읽었습니다.
걷다가 만나신 두분은 저희 진안고원길 노선팀 입니다. :)
좋은 글과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수고해주신 진안고원길 노선관리팀 최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