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의 미학
차는 좋은 음식으로서의 역할과 약으로서의 효능을 동시에 지녔다하여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했습니다. 음식과 차는 인간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힘의 시원이기 때문에 식약동원은 차의 미학을 이루는 본질입니다.
음식은 인간의 정신과 성격을 형성하는데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음식 먹는 법은 예절을 만드는 근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때의 ‘관련’은 인간의 습관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성질입니다. 정신은 예절을 통하여 사회화되며 인간의 삶을 자연이 되게 돕습니다.
채식 문화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함으로써 인간도 자연의 한 유기체임을 깨닫게 되는 것과 달리 육식 문화는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낳았습니다.
이는 음식과 정신의 관계를 보여주는 인류의 체험이자 역사입니다.
음식 먹는 법이란 음식의 재료가 되는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고, 음식으로 장만하는 방법, 음식을 먹는 일까지를 포함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식물의 경우는 이를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농사로 재배하여 장만합니다.
자연 채취일 경우에도 그 시기와 방법이 정해져 있어서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식물과 자연과의 조화 사이에 존재하는 경우 자연으로의 순응 정도는 더욱 정교해야 합니다.
씨앗의 종류에 따라 심는 시기와 방법이 다르고, 키우고 거둬들이는 것도 각각 다르지요. 이때의 시기와 방법의 결정은 오랜 체험을 통하여 터득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데, 이를 거역하면 그 식물 본래의 맛과 역할은 줄어들거나 없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독으로 변하여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도 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법이란 식물이 지닌 자연성을 인간 몸 속으로 받아들여 자연의 유기체로 돌아가기 위한 지혜입니다. 이때 조리법과 양념은 식물마다의 고유한 특성과 인간과의 조화를 이루기위해 인간이 고안해낸 장치들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그 성질에 알맞은 방법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예절이 생겨났지요.
결국 채식 문화의 예절은 자연의 섭리에 따르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절은 엄격성과 지속성을 갖게 된 것이지요.
육식 문화는 그 재료가 되는 동물이 사육된 것이거나 야생상태로 사냥한 것이거나 간에 인간의 욕망이 유일한 기준입니다.
음식 만드는 방법도 철저하게 인간의 기호(嗜好)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기호란 욕망의 형태지요.
먹는 사람의 신분과 계급에 따라 먹는 방법을 달리하는데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도를 비롯한 동양문명권은 채식을 주식으로 삼았고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구문명권은 육식이 주식이었지요. 그래서 두 문명권의 정신적 특성을 비유할 때 동양 정신이 식물성이라면 서양을 동물성이라 말해온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음식이 인간 정신과 성격 형성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또한 음식의 질과 양의 자연적 인위적 변화와 먹는 예절의 변화에 따라 역사도 변합니다. 역사보다 먼저 변하는 것은 개인의 운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