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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화개골의 한 차밭에서 할머니들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쓰인 방법들 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었고 오랜 경험이 쌓여 있는 것은 음식과 차를 조절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인간 삶을 우주적 존재로 거듭 태어나게 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꿈과 이 방법은 깊은 관련을 갖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차는 종교적 수행을 돕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음식과 차를 조절하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수행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차가 지닌 모든 영양소들이 기(氣)와 혈(血)을 도와 정신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음식을 절제하여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 과정이 모두 지극한 정성으로 이뤄지는 예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 차를 마심으로써 음식과 차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차살림 예절의 기초입니다. 기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차로 인한 위염이나 위궤양이 생기는 이유를 아는 일입니다. 이는 차농사, 차만들기, 차달이기, 차마시기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예절을 지키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위험입니다.
좋은 음식이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되듯이 차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예절이 필요합니다. 차의 예절 가운데서 차를 달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이 과정에서 차의 모든 것이 드러나고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차의 종류, 물의 끓임과 익힘, 차그릇의 선택, 차 마시는 장소와 시간, 계절과 날씨, 분위기와 사람의 문제가 모두 이 과정에 집중됩니다. 결코 간단치 않은 다양한 조건들이 조화를 이룬 최적의 상태를 흔히 중정(中正)이라고 합니다.
중정은 다양한 상황과 조건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최상의 상태를 이뤄내기 위한 적극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중정이란 창조적 조화입니다.
이같은 조화를 입증해주는 것이 차 성분을 이루고 있는 분자와 찻잔에 함유되어 있는 광물질 성분의 분자, 일정 온도에서 발생되는 광물 성분의 원적외선 파장의 진동이 서로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화학반응입니다.
차맛, 차의 향기, 차의 색깔은 차의 성분, 찻잔의 ‘몸흙’에 함유된 광물질의 성분, 광물의 원적외선 파장이 상호 작용하여 일으키는 화학반응의 표정이지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들의 진동은 살아있는 생명들만이 나타낼 수 있는 침묵의 메시지입니다.
문자나 지식의 체계로는 해석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불립문자(不立文字) 차원의 음악 혹은 춤이 거기 있다 할까요. 그 선율과 율동이 인간 몸 안으로 들어가서 잠들어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 갇혀있는 꿈들을 방생합니다.
이때 차의 종류는 그 교향악의 주제입니다. 물의 끓임과 익힘은 음악적 완성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차그릇의 선택은 악기의 선택에 해당됩니다. 그 나머지 조건들도 모두 훌륭한 교향악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이지요. 그래서 까다롭기도 하고, 준엄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적당하게 처리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인(茶人)은 지휘자입니다. 곡을 해석하는 능력은 전적으로 지휘자의 몫입니다. 교향악 지휘자의 손놀림은 영혼과의 대화입니다.
따라서 차인이 차를 다스리는 손놀림 또한 영혼의 울림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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