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공의회 통해 교회 단일성, 보편성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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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평협 평신도학교 `공의회 과정` 첫 강좌에서 김성태 신부가 공의회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신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한홍순)는 제2의 성령 강림이라 불릴 정도로 교회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6개 문헌 전부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평신도학교 '공의회과정'을 3월 20일 개강했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공의회 과정을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지상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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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의 의미
어원적 의미
공의회(公議會)를 뜻하는 라틴어 '콘칠리움'(concilium)은 '콘칼라레'(concalare)라는 동사에서 파생했다. 콘칼라레는 '소집하다' '불러모으다'는 뜻이다. 그리스어 신약성경에 나오는 '칼레오'도 같은 의미다. 스위스 신학자 한스 큉 신부의 설명이다. 교회 용어로 콘칠리움은 교리와 규율과 같은 교회 문제를 다루려는 몇 개 교회들 모임 또는 몇 명 주교들 모임을 뜻한다.
동방 그리스 교부들은 콘칠리움 대신에 라틴어로 시노두스(synodus)라고 불리는 그리스어 시노도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533년에 편찬된 「로마법 대전」은 가톨릭교회를 지칭할 때 콘칠리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라틴어로 교회를 의미하는 단어는 엑클레시아(ecclesia)이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의 회의'를 뜻하는 엑클레시아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공의회를 뜻하는 콘칠리움과 교회를 뜻하는 엑클레시아는 칼레오라는 같은 어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보편 공의회
보편(세계, 전체) 공의회는 라틴어로 '콘칠리움 에쿠메니칼레'(concilium ecumenicale)라고 표기한다. 에쿠메니칼은 오늘날 교회일치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에쿠메니칼레는 그리스어 오이쿠메네에서 파생됐다. 오이쿠메네는 그리스 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간이 사는 세계라는 지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오이쿠메네는 세상 또는 제국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했지만, 2세기에 나온 「폴리카르포의 순교」는 오이쿠메네를 처음으로 교회 용어로 사용했다. 그리스 교부 오리게네스(185~245)는 70인 번역 시편 32장 8절 "세상(오이쿠메네)에 살고 있는 이들 모두"라는 구절을 "하느님 교회의 세상(오이쿠메네)에 머물고 있는 이들"로 설명했다.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는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를 보편 교회 회의(ecumenical synodus)라고 언급, 오이쿠메네를 교회 공식 용어로 도입했다.
▨신학적 의미
사람이 소집하는 공의회인 보편 공의회는 하느님께서 소집하는 공의회, 즉 교회를 표현하거나 대표하지만 교회 자체는 아니라고 한스 큉 신부는 주장한다. 사람이 소집한 보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로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고 보고 있다. 또 민족, 문화, 사회 제도가 다른 다양한 세계 곳곳에 있는 가톨릭교회들이 보편 공의회를 통해 교회의 단일성과 보편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교회 본질의 하나는 사도성이다. 교회의 사도성은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한 12사도단, 이 사도단을 대표하는 주교단이라는 단체 원리에서 보장된다. 단체성은 교회 본질적 구성 요소로서 사도 이래 존재하고 항상 존재해야 하는 신법(神法)에 속하지만 보편 공의회는 주교 단체성이 구현되는 주교단 집회로서 인법(人法)에 속한다.
따라서 공의회 본질은 교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 본질적 구성 요소인 주교 단체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교회 사도성 원리에는 단체적 원리와 군주제적 원리가 있다. 단체적 원리는 주교단에 의해 이뤄지고, 군주제적 원리는 베드로 수위권을 잇는 교황권을 통해 실현된다.
공의회와 교황권
공의회를 통해 교황을 단장으로 하는 주교단은 교회 근본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교황이 없으면 권위를 갖지 못한다.
보편 공의회는 교황만이 소집하고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주재하고 장소를 옮기거나 중지하고 해산을 결정하고 교령을 승인할 수 있다. 공의회 주교들이 추가 안건을 제안할 수 있으나 교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의회 진행 중 사도좌가 공석이 되면 새 교황이 공의회 속개를 명령하거나 해산할 때까지 공의회는 중단된다. 공의회 결정들은 교황이 추인하고 공포해야 구속력을 지닌다.
공의회와 성령
「전례헌장」은 거룩한 공의회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는 공의회가 교회, 하느님, 성령에 결부돼 있어서다.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힘에 의해 소집된 인간의 공의회는 하느님께서 소집하신 공의회인 거룩한 교회의 성성(聖性)을 표현한다.
전교회에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 소집되는 보편 공의회는 단순한 인간적 집회가 아니다. 주교단이 성령의 이끄심에 맡겨져 도움을 구하는 신앙행위다. 공의회 인도자는 성령이시고 주교단은 성령의 이끄심에 귀를 기울여 사람이 협력할 일을 그 이끄심에 맡기는 것이다.
▨공의회 역사
공의회 역사는 넓은 의미에서 예루살렘 모교회 사도들과 원로들 모임(갈라 2,1-10; 사도 15,1-35)에서 찾는다. 지역 교회 주교들은 사도들 본보기를 반영해 신자들 양심을 혼란시키고 명백한 정의가 필요한 교리와 규율에 관한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자 회의를 소집했다.
2세기에 부활 대축일을 유다교 파스카 축제일로 지낼 것인지 그 다음 주일로 지낼 것인지 부활 대축일 논쟁이 격렬해지자 당시 교황은 여러 곳에서 교회회의를 소집하도록 주도했다. 3세기에 이런 주교회의 소집이 정규적으로 정착되면서 공의회 제도가 시작됐다. 초대교회 주교회의는 로마제국 원로원 회의를 본받아 조직되고 회의 방법을 따랐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21차례 공의회를 보편 공의회로 인정한다. 이 공의회들은 △고대 황제 개입 제국 공의회 △중세 서구 그리스도교 세계 공의회 △근대-현대 가톨릭교회 공의회 등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정리=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 역대 보편 공의회
1)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 5월 20일/ 6월 19일)= 아리우스 이단(성자의 성부 종속론)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집. 니케아 신경 채택 및 부활대축일 일자 확정.
2)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 5~7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작성, 아폴나리우스 이단(예수 그리스도 인성 거부) 단죄.
3)에페소 공의회(431년 6월 22일~7월 17일)= 네스토리오 주장(마리아의 하느님 모친 거부)에 따른 교리 논쟁을 해결하려 소집. 마리아가 하느님 어머니라는 칭호와 그리스도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의 실제적 일치에 대한 신앙 선언문 낭독.
4)칼케돈 공의회(451년 8월 8일~11월 1일)= 에우티케스의 단성론(그리스도 유일 신성 강조) 논쟁 종식하려 소집.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 일치돼 있다고 선포, 오늘날 그리스도론 기초 정립.
5)제2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553년 5월 5일~6월 2일)= 네스토리오 사상 주장한 글 '삼장서'(三章書) 단죄.
6)제3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680년 11월 7일~681년 9월 16일)= 단의설(單意說, 예수 그리스도는 신의 의지만 있다는 주장) 논쟁 종식하려 소집. 그리스도는 신의 의지와 인간의 의지 함께 지니고 있다고 결론.
7)제2차 니케아 공의회(787년 9월 24일~10월 23일)= 성화상 공경 문제로 소집. 성화상 공경 교리를 교령으로 공포.
8)제4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869년 10월 5일~870년 2월 28일)= 8번째 거룩한 보편 교회라는 내용 담은 선언문 채택.
9)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1123년 5월 18일~4월 6일 이전)= 교회 개혁, 성직매매 폐지, 교회 폐습의 교정 등 제정.
10)제2차 라테라노 공의회(1139년 4월 2일~17일 이전)= 평신도의 성직 서임권과 성직 매매 금지, 성직자와 수도자 규율 강화와 가정과 사회 윤리 강조 등 30개 조항 규정
11)제3차 라테라노 공의회(1179년 3월 5일~19일)= 교황 선거법 개정 등 27개 조항 규정.
12)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 11월 11일~30일)= 성지회복과 교회 폐해 일소, 이단 근절, 신앙 강화 목표로 소집. 성체성사의 실체 변화 정의, 신자는 1년에 한번 고해성사와 부활시기 영성체 의무 규정.
13)제1차 리옹 공의회(1245년 6월 26일~7월 17일)= 교권과 속권 대립 해결하려 소집. 황제 폐위하는 교황 칙서 반포.
14)제2차 리옹 공의회(1274년 5월 7일~7월 17일)= 비밀선거(콘클라베) 통한 추기경단의 교황 선출, 성직자와 수도자 관계 조정, 고리대금 문제 등 교회 개혁에 관한 규정.
15)빈 공의회(1311년 10월 16일~1312년 4월 3일)= 성전 기사 수도회 문제 해결, 팔레스티나 성지 회복, 교회 개혁 목적으로 소집.
16)콘스탄츠 공의회(141년 11월 5일~1418년)= 교회 일치, 교회 개혁, 신앙 정립 위해 소집.
17)바젤, 페라라, 피렌체, 로마 공의회(1431년 7월 23일~1445년 8월 7일)= 동방교회와의 일치 교령 인준.
18)제5차 라테라노 공의회(1512년 5월 10일~1517년 3월 16일)= 교황청 개혁 결의, 출판ㆍ설교ㆍ수도회 특전ㆍ세금에 관한 규정 등 제정.
19)트렌토 공의회(1545~1547, 1551~1552, 1562~1563)=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에 대응해 교리적 오류와 이설 박멸, 가톨릭 교리의 명료한 정의, 교회 쇄신, 십자군 운동을 목표로 소집.
20)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년 12월 8일~1870년 9월 1일)= 반 가톨릭적, 반 교황적 분위기로 약화된 가톨릭 교회 위상과 교황권 증강, 가톨릭 신학 정립하려 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