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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이름모를 잡초… 내게 와 요리가 되었다
['잡초 레시피' 개발한 권포근·고진하 부부]
장독대 뒤에 난 토끼풀을 권포근(56)씨가 뜯기 시작했다. 토끼풀과 토끼풀꽃만 줄기에서 똑똑 따내 대바구니에 조심스레 담았다. 그는 토끼풀 옆에 수북이 자란 다른 잡초들도 뜯어 담았다. 잡초를 하나씩 집어주며 "맛보라"고 권했다. 토끼풀 잎은 아삭아삭 씹는 맛이 상쾌했고, 뽑아도 뽑아도 또 나서 농부들이 아주 싫어한다는 환삼덩굴은 달큰했다. 개갓냉이라는 풀은 겨자처럼 맵싸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값비싼 허브 못지않다. 권씨는 "여름이면 먹을 수 있는 잡초가 20가지 이상 올라온다"면서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 시골 낡은 한옥에 사는 권씨는
권씨는 논밭두렁에서 개망초, 민들레, 비름 따위를 뜯어와 겉절이도 하고 김치도 담갔다. 남편과 딸에게 잡초 요리를 시식시켰다. '생체실험' 대상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맛있었다. 수퍼에서 파는 채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맛과 향이 강렬했다. 부부는 "약성(藥性)도 놀랍다"고 했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생명력 덕분이죠. 잡초를 먹고 난 뒤부터 소화가 잘되고 몸이 가벼워지더라고요. 돼지고기나 막걸리를 먹으면 소변이 탁해지는데, 잡초와 같이 먹으면 무척 맑은 거예요." 부부는 매일 한 끼는 잡초 비빔밥을 꼭 먹을 정도로 '중독'이다. 겨울이면 '잡초 절편'과 '잡초 가래떡'을 만든다. 권씨는 "잡초를 뜯어 먹는 건 우리 선조가 원래 하던 일"이라고 했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리던 시절 구황식물로 잡초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씨 부부는 "독성이 있는 잡초도 있으니 반드시 자기가 아는 것만 채취하고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약을 치는 논밭두렁에서 자라는 잡초는 안 돼요. 도시는 공해가 심하니 공원에서 자라는 잡초라도 위험하죠. 서울은 북한산 정도가 괜찮은데, 그래도 식초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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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늘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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