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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동초등학교19,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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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스크랩 한추향(75)·김광연(65) 부부 `나눔 실천` - 2014.1.4.조선 外
하늘나라(홍순창20) 추천 0 조회 77 16.02.02 22: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섬마을 老부부는 왜, 화장실 청소해 번 1000만원을 기부했나

 

부모 잃은 지적장애 손자 맡아 키우며 나눔 실천한 한추향·김광연씨 부부


학교 등서 도움받다 보니…
지적장애 3급 손자 위해
선생님이 따로 과외해주고
학용품·방한외투는 물론
장학금까지 찾아 챙겨줘

면사무소에선 컴퓨터 선물
지역단체선 때되면 장학금…


나도 남 기쁘게해주고 싶었다
예상못한 도움 계속 받으니
'내가 이렇게도 기쁜 것을…'
돕고싶단 마음이 우러났지


포크레인 기사가 꿈인 손자
포크레인 얼마나 좋아하는지
컴퓨터에서 그것만 봐요
자기를 '한기사'라 부르래요

앞으로 뭘 해 밥먹고 살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사회가 조금만 배려해주면
그녀석도 남 배려하는
사람으로 커 나갈거예요

 

 

 

새해 첫날 이른 새벽 전남 진도군의 충무공원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많은 만큼 공중화장실도 붐볐다. "아따 여기 화장실 참 깨끗하게 잘해놨네이." 흙 묻은 신발로 들어서기 미안할 정도로 바닥엔 작은 물때 하나 없었고, 칸막이마다 새 화장지가 들어차 있었다. 휴지통도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일출 행사가 끝난 오전 8시. 화장실이 지저분해졌다 싶을 때쯤 빨간 고무장갑을 단단히 손에 낀 낡은 패딩 차림의 노부부가 화장실에 들어섰다. 능숙한 솜씨로 대걸레를 짜고 쓰레기봉투를 펼쳤다. 30분도 되지 않아 60㎡(약 18평) 남짓한 화장실은 해돋이 관광객들이 드나들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남편 한추향(75)씨와 아내 김광연(66)씨는 지난해 1년 동안 이곳을 포함해 진도대교 인근 공중화장실 4곳을 청소하고 받은 급여 전부를 모아 진도군 인재육성장학회에 기부했다. 매달 약 80만원씩 1년을 모아 만든 1029만원이었다. 한 달 생활비로 50만원씩 쓴다는 넉넉지 못한 형편의 촌로(村老) 부부가 1년치 월급을 통째로 기부한 사연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이 돈을 흔쾌히 내놓을 수 있었을까?

지난 1일 오전 한씨를 따라 도착한 집에선 한씨의 손자 한승규(14)군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반겼다. "엄마! 우리 대전 고모 집엔 언제 가?" 한군은 할머니를 '엄마'라고 불렀다. 할머니 김광연씨는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부락(마을)이 이 야를 도운 것처럼 우리도 뭔가 되갚은 것뿐이에요."

김광연(왼쪽)씨가 친손자 한승규(가운데)군과 눈을 마주치며 웃음 짓고 있다. 이 모습을 김씨의 남편 한추향씨가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주변 많은 사람이 우리 손자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줬다”며 “장학금으로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되갚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연(왼쪽)씨가 친손자 한승규(가운데)군과 눈을 마주치며 웃음 짓고 있다. 이 모습을 김씨의 남편 한추향씨가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주변 많은 사람이 우리 손자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줬다”며 “장학금으로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되갚고 싶다”고 말했다. / 김영근 기자
부모 잃은 '지적장애아' 승규, 시골 섬에서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

승규는 태어난 지 20개월 만에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그때부터 진도에서 할아버지·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대전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두어 달에 한 번씩 승규를 보러 내려왔다. 그러던 2010년 겨울 아버지마저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그게 "평생의 한"이라고 했다. "엄마는 가출에, 아비까지 이리되니 청천벽력이었죠."

불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말이 어눌했던 승규는 '지적장애 3급'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할아버지는 "변비가 너무 심하다는 것만 알았지, 장애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승규 고모들이 승규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노모는 "아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라며 친손자를 품에 안았다. 할아버지는 "승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라도 해줄 수 없는 게 많았다. 교육이 그랬다. 특히나 승규는 지적장애아였고, 늙은 조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리 애에겐 국·영·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사히 자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까마득했습니다."

승규 담임 선생님은 두 명, 가정사 꿰고 있어

그때 도움을 준 건 학교였다. 한 학년에 7명밖에 안 되는 시골 학교는 승규에게 큰 관심을 쏟았다. 할아버지는 "학교 선생님들이 손자를 자식처럼 돌봐줬다"고 말했다. 승규를 위해 따로 반을 편성했고 국어와 산수 시간엔 별도의 수업을 진행했다. 체육이나 미술 시간엔 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애에게 정말 필요한 걸 가르쳐줬다"며 "밥 짓는 법, 라면 끓이는 법처럼 혼자서도 요리할 수 있는 실습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승규처럼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발달이 늦된 아이들이 주변에 더러 있다는 점도 승규에겐 보탬이 됐다. 학교는 이런 아이들을 학년에 상관없이 '도움반'으로 묶어 개별적으로 교과목을 가르쳤다. '개인별 맞춤 교육'이었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인원이 많지 않으니까 승규 수준에 맞춰서 숙제도 내주고 꼼꼼하게 봐주고, 지능에 맞춰서, 개인 지도하듯 해주니까 너무 황송했어요. 이렇게까지 신경 써줄 줄은 몰랐거든요."

지난해 중학교에 올라간 승규는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교에서 학기마다 학용품을 무상으로 지원했을 뿐 아니라, 겨울철 방한 점퍼와 운동화도 챙겨줬다. 할머니는 말했다. "돈 때문이 아니에요. 학교에서 우리 애를 챙겨주고 있단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선생님들이 승규에게 '꼭 와서 배워야 한다' '배우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게 어찌나 고맙던지."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가정방문을 통해 승규의 사정을 파악했다. 할아버지는 "그냥 형식상 왔다 간 게 아니라, 승규가 어떻게 자랐는지, 특히 승규 아버지 이야기를 온종일 면밀하게 듣고 갔다"고 말했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송수정 선생님은 승규가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찾아나섰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녀가 받을 수 있는 교통안전공단 장학금을 찾았고, 승규 대신 신청도 했다. 할아버지는 "담임 선생님이 서류를 준비해달라 해서 떼다 줬더니 나머지는 알아서 다 해주셨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우린 절대 몰랐을 장학금이었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의 '담임 선생님'인 도움반 심지영(25) 선생님은 계절마다 승규에게 필요한 건 뭐든지 챙겼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모두 챙겨줬어요. 승규에게 딱 맞는 운동화, 제일 필요했던 패딩 같은 것들요." 특수교육을 전공한 심 선생님은 여름이면 승규를 수영장에 데려가 수영을 가르쳤고, 겨울이면 혼자 요리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복잡한 버스 노선도 읽기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세심히 챙겼다.

주변의 도움, 할아버지 마음을 녹이다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승규를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경찰서에선 행여나 있을 문제에 대비해 집에 CCTV를 달아줬고, 승규의 동선을 기록해뒀다. 면사무소에선 무상으로 컴퓨터도 설치해주고 매주 틈틈이 사용법을 가르쳤다. 그 외 작은 지역 단체들도 때 되면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할아버지는 "고맙게도 마을 전체가 승규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청이나 경찰이나 이런 곳에서 승규 하나를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아버지가 없는 승규지만, 다른 분들이 그 역할을 나눠서 지고 있는 거죠. 그게 얼마나 기쁩니까."

주변의 도움으로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승규의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할머니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할아버지는 "도움이 계속 쌓이다 보니 돕고 싶단 마음이 우러났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학용품이며 옷이며 겨울 점퍼 같은 걸로. 때로는 신발도 사주고….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다 보니까, 어딘가 모르게 '나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단 말입니다."

할머니는 "기쁨으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애기를 가르쳐주시는 것만 해도 어딘데, 이런 도움까지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도움을 계속 받으니까, 엄청 기쁘더라고요. 그라믄서 그때 마음이 차곡차곡 변화가 있더라고요. 내가 이케 기쁜데, 나도 넘을 기쁘게 해줄 게 없을까. 그런 마음이 자꾸 들 때 승규 할아버지가 '부락 도움으로 우리가 이케 기쁜데, 우리도 넘한테 기쁜 것을 주면 어짜겠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할머니는 "처음엔 선뜻 그러자고 대답을 못했죠"라고 말했다. 그 돈은 1년 동안 매일 새벽 4시부터 온종일 일하고 번 돈이었다. 할머니는 말했다. "창피하지만 얼른 대답을 못했어요. 화장실 청소는 1년 열두 달, 하루도 안 빠져요. 화장실 청소는 그래요. 매일 해야 해요, 매일! 하지만 냉중에 생각을 해봤는데, 할아버지 말이 옳다. 나도 승규를 통해 엄청 내 마음이 기쁘고 행복하고 좋은데, 나도 우리도 넘한테 쪼깐 기쁜 일을 해주면 그 사람도 나만 하게 기쁠까. 그라고 결심을 했죠. 고생을 했지만, 안 벌었던 셈치고 내놓자."

지난 1일 오후 1시쯤 전남 진도군 충무공원 공중화장실에서 한추향(오른쪽)·김광연 부부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침에 청소를 끝낸 화장실을 다시 방문했다. 화장실에 도착한 부부는 포즈를 잡는 대신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한씨는 “신년 해돋이 행사 때문인지 몇 시간 만에 또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30분이 지나 청소가 모두 끝난 뒤에야 찍을 수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1시쯤 전남 진도군 충무공원 공중화장실에서 한추향(오른쪽)·김광연 부부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침에 청소를 끝낸 화장실을 다시 방문했다. 화장실에 도착한 부부는 포즈를 잡는 대신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한씨는 “신년 해돋이 행사 때문인지 몇 시간 만에 또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30분이 지나 청소가 모두 끝난 뒤에야 찍을 수 있었다. / 김영근 기자
"포크레인 기사가 되는 게 꿈"

승규는 중장비 기기, 특히 포크레인을 좋아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승규는 "포크레인 기사"라고 수줍게 말했다. 방에 들어갔을 때도 승규는 컴퓨터에서 포크레인 조작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포크레인을 좋아해서 컴퓨터에서 그것만 본다"며 "만날 기사 한다 하고, 자기를 '한 기사'라고 부르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침이면 "한 기사 일어났냐. 한 기사님 얼른 밥 먹어라 학교 가자"라며 손자를 깨운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내 마음 같아선 (승규가) 대통령이래도 되면 좋죠. 근데 그건 아니니까 무엇을 해야 장래에 밥을 먹고 살지, 지금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회사 문지기를 하든지, 청소를 하든지, 포크레인 기사를 하면 더 좋고. 많은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그저 승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사회가 조금만 더 배려해주면, 승규도 커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웃으면서 눈감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허허."

인터뷰 내내 할아버지는 승규를 "아들"이라고 불렀다. "승규가 어렸을 때 나한테 '난 누가 낳았어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누가 놓긴 누가 놔. 할애비가 놨지!'"
장영실쇼 '인류의 새로운 생존법, 나눔' - 2016.1.31.KBS  http://blog.daum.net/chang4624/1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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