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배우는 친교의 공동체!
사랑하는 온양 풍기동 성당 교우 여러분!
주님의 사랑 안에서 인사를 올립니다.
제가 우리 풍기동 성당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이 쏜살같다’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지난 1년 동안 지내면서 우리 풍기동 성당 교우들의 사랑과 정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제 그 사랑과 정성을 가득 안고 우리 본당의 향후 사목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 이것이 전부입니다.”
복자 슈브리에 신부님이 『참다운 제자』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어서 신부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면 반드시 사랑이 생기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아름다우심과 위대하심, 그리고 풍요하심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그분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커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면 반드시 사랑하게 되고, 조금씩 그 사랑이 커지면 우리는 그분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교’라고 불리는 우리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의 신앙은 그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하느님을 믿는 것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바로 하느님이 우리 아버지이심을 믿는 것이고, 그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믿음 안에서 그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배울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성경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배웁시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는 첫 번째가 바로 복음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성경은 단지 과거의 역사적 지식이나 신앙적 지식을 알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또한, 단순히 윤리적 실천을 위한 책도 아닙니다. 성경은, 특별히 복음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공간입니다. 복음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마음을 느끼며, 그분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특별히 루카 복음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배울 것을 제안합니다. 루카 복음은 ‘자비의 복음’이라 일컬어지며, 루카 복음 사가 특유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풍요롭게 드러내는 복음입니다. 이 루카 복음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 풍기동 성당 교우들의 마음에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둘째,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배웁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첫 제자들에게 “와서 보아라.”(요한 1,39)하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을 만나고 체험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한 후에 비로소 그분이 누구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이 제자들의 체험과 같은 체험을 우리에게 선물로 줍니다.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이루신 새로운 파스카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며, 그 사건은 미사 안에서 ‘재현’되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삶,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만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것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체험이 비로소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알게 하고 깨닫게 합니다. 이런 면에서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그분을 배우는 학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본당 모든 교우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평일 미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합니다. 사실 이미 많은 분이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인적인 여건상 평일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어렵지만 한 번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보실 것을 제안합니다. 의무감을 느끼며 참여하는 주일 미사와 달리 의무가 아니기에 온전히 자신의 자유 의지를 발휘해 참여하는 평일 미사는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그분을 알아가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이미 평일 미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그분을 배워 알고자 하는 지향을 더욱 분명히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기적으로 평일 미사에 참여하다 보면 익숙해져 타성에 젖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마음을 다시 환기하고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복음 15장 12절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이 나의 계명이라 하시며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고 친교를 이루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방식에 있어서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즉 내가 생각하는 사랑, 또는 세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그런 사랑이 아니라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으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친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겸손하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또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보아야 합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분과 친교를 나누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 안에서 형제들과 서로 깊은 친교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풍기동 성당 교우들에게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자주 성체조배를 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와 놀기
성체조배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성체조배에 대해 ‘기도’라는 표현보다 ‘놀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자칫 ‘기도’라는 표현이 우리 마음을 너무 진지하게 하여 딱딱하게 굳어지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사실 성체조배는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만남으로써 그분과 함께 놀며 사귀는 것입니다. 알퐁소 성인은 15분간의 성체조배가 온종일 행하는 신심 행위보다 더 큰 은총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그만큼 성체조배를 통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친교, 사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이 성체조배를 맛들이면 좋겠습니다. 다만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작은 습관을 하나 만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의 놀이, 즐겁고 기쁜 취미를 갖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5분도 좋고 10분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과 놀며 사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성당은 ‘예수님과 놀며 사귀는 놀이터’입니다. 놀이터는 짐짓 엄숙한 체하는 공간이 아니라, 솔직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며 우정과 친교를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예수님과 함께하는 이 놀이터에서 성체조배를 통해 예수님과 우정을 나누는 친교의 시간을 자주 가졌으면 합니다.
둘째, 우리 성당 카페를 적극적으로 활용합시다! - 형제들과 놀기
성당을 놀이터로 삼아 성체조배 안에서 예수님과 사귀는 것처럼, 형제들과 놀며 사귀는 놀이터로서 우리 성당 카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저의 그동안의 경험 안에서 볼 때, 많은 교우들이 성당은 봉사하러 오는 곳이고, 해야 할 일이 있어야 오는 곳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예수님과 또 형제들과 만나 놀고 사귀며 친교를 나누는 장소로써 성당은 낯설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성당의 첫 번째 목적은 예수님과 또 형제들과 친교를 나누는 장소입니다. 사실 우리가 봉사하는 것도 바로 이 친교를 위한 것입니다. 즉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사귀고 그분과 깊은 친교를 나누기 위해서, 또 예수님과의 친교 안에서 우리 형제들과 함께 놀며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 봉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당의 주된 목적은 봉사하고 일하는 장소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와 또 형제들과 사귀며 서로 사랑을 나누고 친교를 이루는 장소입니다. 그러니 성당을 놀이터로 삼아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나누고, 성당 카페를 놀이터로 삼아 형제들과 친교를 나누는 우리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온양 풍기동 본당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 온양 풍기동 본당의 사목과 관련한 몇 가지 제안을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생각에 모든 것은 하느님 안에서 천천히 무르익으며 때가 되어야 그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급하게 서두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위에서 제안한 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중단없이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망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서로 위로하며 나아갔으면 합니다. 때론 생각지도 않은 열매 맺음에 큰 기쁨을 느끼고, 이에 도취하여 나태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땐 다시 마음을 추스르도록 서로 격려하며 도와줍시다. 우리 각자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우리 공동체 전체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사랑 안에서 조금씩 나아갈 때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실 것입니다. 그리고 삼위일체이신 당신을 조금씩 조금씩 닮아가는 우리 공동체를 보시며 흐뭇해하실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좋으신 아버지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우리 안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2019년 12월 1일
온양 풍기동 성당 본당 신부
김다울 클레멘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