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 보슬 오는 날이였습니다.
꽃피는 학교를 처음 연 '김희동' 선생님이 작곡하신 '봄비'라는 노래로 늦게 오시는 분들을 기다렸지요.
'보슬 보슬 내려옵니다~'라는 경쾌한 리듬에 축 쳐져 있던 오후의 기분이 상쾌하게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였습니다.
사실 이날은 동적인 수업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라 초반부터 움직이는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는 날이였기 때문에 아주 좋은 선곡이였던것 같습니다. ^^
그래서 수업열기를 위한 명상도 움직임이 있는 '걷기 명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고요함 속에 들숨과 날숨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리는 것도 마음의 고요함인 선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어서서 발바닥 감각을 느끼며 발을 들어올림과 내려놓음을 알아차리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기르르는 정진력을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명상이기 때문입니다.
일어서서 걸으며 다 함께 '듦' '놓음'이라고 마음속으로 이름을 붙여 발바닥 감각에 집중을 했습니다. 이것을 행선이라고 합니다. 걷기 명상이라고도 하지요. 평소에는 들리지 않았던 마루바닥의 삐걱거림이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요. 후일담이지만 이날 놀이를 하면서 다들 이리 저리 뛰어다닐때는 마루바닥의 삐걱거림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움직임 속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명상 시간을 가지고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른 후 '놀이 수업'을 열어주실 박혜숙 선생님을 맞이 했습니다.
보라야! 노올자~
주영아! 노올자~
친구들끼리 함께 몰려다니면서 이집 저집 친구들을 불러 모으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놀이를 무슨 수업에서 배우나 하고 의아한 마음이 들겠지만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놀줄 모르는 아이, 놀때도 공부처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기도하고 한편으로는 나 또한 점점 그렇게 변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합니다.
놀이가 관계를 배우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련의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또다른 창구라는 박혜숙 선생님을 말은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잘 놀게 하고 잘 먹게 하여 잘 살게 한다면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서 배우고자 할텐데(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정말 그런 환경들을 조성하는데 더 많은 노력들을 했었나? 그냥 참고 참고 또 참아 너를 세상의 틀에 딱 맞추어 나중에 대학가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강요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지요.
박혜숙 선생님 별명은 '동글이' 입니다.
화명동공동육아 협동조합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 초등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계십니다.
사실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다는 표현은 안쓰고 싶은데 선생님도 그러했지요.
"15년째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몸으로 만나면서 성장과 발달을 관계적으로 만나고 싶어 합니다. 놀이강의를 하러 왔지만 어떻게 관계 할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매번 달라지는 수업환경과 수강생들의 분위기와 역량 그리고 그들의 비전은 항상 같은 커리큐럼으로 수업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역시 10년간 아이들을 만나는 배태랑 선생님다우셨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친해지고 놀아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과정이 대안교육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듣고 있습니다."
"중3아들이 있고 2째가 꽃피는 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과 느리게 크는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같이 놀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들을 같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도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교사되고 싶은 마음은 30%정도입니다, 이 과정이 나에겐 심화과정인데 이걸 들으면서 어느정도 성장하고 싶었다.
나도 대안학교 졸업생입니다. 나도 아이들과 놀아본적이 없다.
몇 년 전까지 아이였으니까. 어떤 놀이를 할지 궁금하다.
제 상태는 아침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피곤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금곡종합사회복지관에 있습니다.
저희 기관에 방과후 학교가 있는데 예전에는 학습지를 하였는데
현재는 체험위주로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하고자 배우고 싶었습니다. 지금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만나고 있습니다."
"같은 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은데 놀지를 못해서 배우러 왔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유치원 선생님이라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 통하는 아이들이랑은 잘놉니다. 청소년 도우미 교사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오게되었는데 애들이랑 잘 못놀고 인사만 합니다, 지금 몸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많이 안좋아 하는데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청소년 지도사가 되어서 청소년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집단상담 자원봉사 소양교육등을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과 어울리려고 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기운을 빼고 왔습니다."
"제가 받은 대안교육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왔고,
아이들은 자원봉사로 만나왔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것은 카멜레온처럼 정신연령이 왔다갔다합니다."
"아이들과 계속 일을 했고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불쌍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서 대안교육을 하게 되었습니다."
"컨디션은 아주 좋습니다. 사교육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학원을 26년동안 진행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를 못 받아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기장공동육아 조합의 기획교육이사, 짱짱 어린이집과 푸른들판 방과 후 학교가 만들어 졌습니다. 학교 교사입니다."
수강생들의 수업에 대한 동기와 현재의 몸상태를 모두 듣고 나니
정말 다양한 욕구로 이 수업을 듣는구나... 하는 생각과
도대체 이처럼 다양한 욕구를 수업에서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어쩌면 이 욕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스스로 수업을 통해서 얻어갈 꺼리를 정하도록 돕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수업을 이끄는 자가 모든 것들을 맞추어 준다기 보다 스스로 찾도록 하는 지표를 세우도록 돕는 것...
박혜숙 선생님도 같은 마음이였을까요?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
선생님이 준비한 3가지 자료를 빠르게 살펴 보면서 놀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졌습니다.
- 놀이 지도에 대한 부분은 편해문 선생님의 견해를 많이 따르고 일치한다.
- 아이들의 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놀이에서 얼마나 적절한지
- 아이들과 교사가 놀이를 변주시키는 것을 겁내지 말도록 하자.
- 놀이는 변주되어야 한다. 놀이의 분위기 사람들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
- 놀이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마음을 풀면서 놀 수가 없다.
- 아이들은 자기가 놀이를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놀이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하고 있는 놀이 체험활동들은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쯤 끝나 버린다.
-놀이는 수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것이 진짜 놀이냐는 어떤게 진짜 싸우느냐와 같다.
- 요즘아이들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놀이에만 접근한다. 놀이를 지켜보고 자기가 할 수 있는지 판단한 후에 뛰어든다.
그리고 자기가 잘하지 않으면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놀이를 장악하고 휘두르려는 아이도 놀이를 관찰하는 아이도 둘다 못노는 아이이다. 겁 없이 들 수 있는 것이 진짜 놀이이다.
-그냥 땅만 파고 있어도 놀이일지도 모른다.
-소통을 배우고 관계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 놀이이다.
- 전래놀이는 땅의 기운과 닿아있다.
- 겨울은 땅따먹기, 비석치기.여름은 술래잡기
-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 스스로 주도권을 가질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줄수 있다.
- 진심으로 안노는 것은 싫다.
- 평화롭지 않은 놀이판이 아이들에게 주는 힘.
- 관계에서 힘이 약한 아이들은 좀 더 쎈 놀이를 좋아한다.
놀이를 뽑을 때는
1) 잘하는 아이 둘이서 혹은
2) 못하는 아이 둘이서 혹은
3) 수준이 맞다고 생각하는 아이 둘이서 뽑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요령부터 알려 줬을 때 잘해야 하는 놀이가 되어 재미가 없어진다.
놀이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뒤로 하고 직접 본격적으로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3가지 놀이를 진행하였습니다.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새. 둥지 놀이
3. 호박따기
놀이는 무궁무진하게 변주가 되어졌고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다양한 욕구들을 안전하게 해소해 주기도 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할미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로 변주가 되었고.
새 둥지 놀이 역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결속력을 다지는 좋은 놀이였습니다.
호박따기는 조금 과격했지만 놀이를 통해서 현실세계 속에서 드러내지 못한 욕망들(밀쳐보기, 끌어 당겨보기 등의 힘을 쓰는 것 대한 욕구)을 해소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놀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