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사 짓냐고 묻거던 그냥 웃지요)
그는 오늘 주말농장에 갔다.
말만 농장이지, 3평이다.
그것도 내 소유가 아니고 1년 임대농장이다.
옛날에 그의 부친은 1000 평 논농사도 지었는데,
어떤 친구는 지금도 500평 밭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던데.
차를 타고 가면서 이생각저생각이 들었다.
왜 농사를 지을까?
그는 뭐라고 딱 한마디로 말할 수가 없다.
그는 불현 듯 김상용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 왜 사냐건
웃지요.))
동시에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
차를 타고 가면서 어렸을 때 농사지었던 생각이 난다.
모내기철이 되면 시골에 간다.
가서 못줄을 잡는다.
좀 더 커서 모를 직접 심었다.
그리고 가을에는 시골에서 가져온 벼를 집 마당에서 타작했다.
아주 옛날에는 훌테로 타작한 기억이 난다.
그렇구나!
비록 3평의 농사를 짓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과거와 소통하는구나.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집 마당에 있는 텃밭에 여러 채소를 심어서 시장에 내다 판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겨우 3평의 농사를 지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와 소통을 하는구나.
그랬었지. 농사지어서 책값이나 학용품값을 어머니가 주었지.
그리고 돼지를 키워서 납부금을 주었지.
새벽에 돼지를 팔았지.
옛날의 긴 저울에 돼지를 거꾸로 매달에 돼지 무게를 달았지.
그러면 돼지는 목청껏 울고 똥을 싸고
엄니는 돼지 팔아서 받은 돈을 주었고
그는 엄니가 돼지 팔아서 번 돈으로 납부금을 내었지.
주말농장이 보였다.
주말농장은 집으로 치면 북향집이다.
그래서 늦게 농사를 시작한다.
엊그제 주말농장이 오픈했다.
그는 주말농장에 도착하여 농장 주인에게 모종을 샀다.
파와 들깨와 치커리와 상추와 쑥갓을 조금씩 샀다.
팔려면 단일 품종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집에서 먹으려고 심는 거니까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었다.
집에서 싹을 틔운 감자를 가져와서, 싹이 난 부분을 자르고 심었다.
채소 모종을 심으면서
그는 왜 농사를 짓는가?
또 생각을 했다.
옛말이 떠올랐다.
‘과부 속은 과부가 안다’
그렇구나!
‘농민의 마음은 농민이 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의 심정을 느낀다.
그가 작년 가을에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느꼈다.
배추 모종을 심어 놓았는데 며칠 후에 가보니 배추 모종이 사라졌다.
고라니가 배추 모종을 싹둑싹둑 잘라 먹었다.
다시 배추 모종을 심었다. 며칠 후에 가보니 배추 모종 곳곳에 구멍이 뻥 뚫렸다.
그는 자기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배추벌레가 배추 이파리를 포식하였다.
그런데 무 이파리는 억세서 그런지 벌레가 없다.
농민들은 때때로 여러 가지로 피해를 당한다.
요즘 양파 가격이 폭락하여, 농민이 예초기로 양파대를 잘라내고 있다고 한다.
(( 엔진 시동 줄을 힘껏 잡아당긴 청년들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예초기 날을 앞세우고 밭 가장자리에서 한복판을 향해 파고들어 갔다.
예초기 회전 날이 훑고 간 자리마다 댕강댕강 잘려나간 양파대가 어지럽게 흩어졌다.
짙푸른 양파대 단면에서는 양파를 손질할 때 눈물을 쏟게 하는 매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
올해 뽕나무가 냉해 피해를 입었다.
(( 김 할아버지가 가꾼 뽕나무는 봄철의 난데없는 한파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뽕나무 오디 열매는 봄에 새잎이 나면서 맺히는데, 4월 7∼8일이 새잎이 나고 열매가 맺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하필 그때 눈과 함께 몰아친 영하권 추위로 뽕나무와 오디 열매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았다. ))
채소 모종을 다 심고 물을 주고,
감자는 물을 주지 말라고 하여 물을 주지 않고 일을 마쳤다.
집에 오는 길에 차에서 이생각저생각 했다.
요즘 농업은 사양 산업이다.
농민들도 갈수록 줄어든다.
농촌은 노인공화국이다.
농촌의 학교는 점차 없어진다.
젊은이가 없으니 아이가 없고, 결국 학교에 갈 학생이 없다.
농산물 정책 당국자는 농산물은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농산물 정책 당국자와 농민과의 소통이 필요하구나.
학교에서도 소통이 필요하다
교장은 교사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교장도 일 년에 하루쯤은 교사가 되어 수업을 해보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는 교사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일교사제도가 있다.
스승의 날에 학부모가 하루 온종일 교사 대신 수업을 하는 제도이다.
학부모가 학생을 가르치면서 교사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제 완연히 봄이다.
봄을 무엇으로 느낄 수 있는가?
눈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봄에 핀 꽃을 보면서
소리로 봄을 느낄 수 있다.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봄을 무엇으로 느낄 수 있는가?
손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상추 모종을 잡아서 흙을 파고 밭에 심으면서.
그렇구나!
농사를 왜 짓는가?
손으로 흙을 만지고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바람이 살갗과 접촉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는구나!
얼마 전에 우리나라 가수들이 북한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남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끝나자, 북한 사람이 박수를 친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소통을 하는구나.
오늘은 세월호가 바다에 빠진 지 4년이 지났다.
세월호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말이 많다.
그런데 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을까?
세월호 안에 있던 학생들과 세월호 밖에 있던 사람들의 소통이 부족하지나 않았을까?
‘왜 농사 짓냐고 묻거던 그냥 웃지요.’
왜 농사 짓냐고 다시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변할 것이다.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돌아가신 엄니와 소통하기 위해서.
농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서.
## 주말농장에 다녀와서
사진1 – 훌테
사진2 – 목잘린 양파
사진3 – 모종 심기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 11팀 함께 부른 ‘친구여’ ‘우리의 소원’ 평양공연 기립박수 [씨브라더]
https://www.youtube.com/watch?v=zaLmvX2Gan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