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된 여자 (외 1편)
류 경 생과 사가 왔다 갔다 하고 윤리 도덕 같은 건 낙엽처럼 굴러다니던 시절을 지나고 있어 나는 모래가 되었는데 자꾸 바위였던 시절의 꿈을 꿔 오솔길이 생겼는데 약해진 나는 걸을 수가 없어 그래도 아프지 않을 때는 가끔 네 생각을 할게 생각은 아프지 않으니까 빛나거나 어둡거나 모든 것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알바트로스와 곰 사이 사자의 속도와 자벌레의 속도 날아오르기 위해 움츠려들기 간혹 빛나고 오래 어두운 별 하나 ―계간 《포지션》 2023년 겨울, 블라인드 시 읽기 잉크 정원 세상으로 나 있는 길을 잃어버리고 책 속으로 나 있는 길을 걷다 보니 아주 고요한 곳에 오게 되었다.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한 생애가 지나가는 동안 잉크 정원을 갖고 싶은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 꿈을 몇 번의 생애가 지나가는 동안 잊지 않고 새로 태어날 때마다 첫 번째 일기장에 적곤 하였다. 잉크로 그려 넣은 나무에 잎이 돋고 새가 와서 날아와 앉는다. ―계간 《포지션》 2024년 봄, 자선 대표시 -------------------- 류경 / 2004년 《시와 세계》로 등단. 시집 『내가 침묵이었을 때』, 영시집 『Ink garden』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