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신약성서 27권을
처음으로 정한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아타나시우스이다. (아리우스와 논쟁을 벌여 니케아 공의회에서 아리우스파를 이단으로 규정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그 분이다.)
그는 기원후 367년에 쓴 한 편지에서 27권의 책만 그리스도교 경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후 382년
교황 다마수스 1세는 아타나시우스가 선별한 27권의 책을 신약성서 경전으로 제정했다. 그리스도교의 정통교리의 확립과정은 매우 복잡한데, 핵심을
말하자면 유대인의 경전인 히브리 성서(구약)와 예수가 선포한 새로운 복음(신약)을 모두 수용하고, 예수는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이다와 인간에게는
인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원죄가 있다를 핵심교리로 채택했다.
한편 아타나시우스가 채택한 책 이외의 다른
책들은 이단 문헌으로 규정하여 '분서갱유'하면서 그 흔적을 말살했다. 이단으로 분류된 문헌들, 특히 영지(그노시스)주의 문서들은 분서갱유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의 광활한 사막 어딘가에 묻혔다. 때문에 1세기~4세기 사이의 초기 기독교시절에 그리스도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영지주의의 실체는 알 수 없었고, 다만 영지주의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공격한 문서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영지주의 문서를 금서로 낙인찍은 교부는
그리스도교 첫 신학자로 알려진 2세기 교부 이레나이우스였다.
이레나이우스는 "이단논박"이라는 책을 통해
신약성서의 네 개 복음서를 경전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이것들과 신학적인 주장을 달리하는 문헌들은 이단으로 몰아 추방했다. 그는 영지주의
문헌들에 대해서 "악마가 하는 주해"라며 구원으로 인도하는 바른 길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영지주의에 대한 주장은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영지주의 문헌이 발견되기까지 그리스도교 안에서 정통으로 수용되었다.
영지주의 분파들은 파괴되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상상할 수 없는 영적이고 초월적인 신격은 악과 불행으로 가득한 이 세상의 창조자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들은 최초의 제1자로부터 우주를
구성하는 철학적인 원칙들이 등장하며, 이 철학적인 원칙들 중 '소피아'라 불리는 지혜의 신이 타락해 지상으로 내려와 물질세계를 창조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물질과 정신의 복합체로 자신의 육체적인 요소를 벗어버리고 영적인 존재로서 제1자와 하나가 되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데, 자신의 본성에 대한 직관적인 앎을 '그노시스'라고 하며, 영지주의에서 구원은 그노시스를 통해 자신의 영적인 본성을 찾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영지주의가 이른바 정통그리스도교의 검열에서 살아남았다면, 그리스도교는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945년 이집트의 나일강 상류지역
나그함마디 지역에서 무함마드 알리라는 농부가 가죽 장정된 파피루스 코덱스(두루마리가 아니라 페이지로 분류되어 있는 문서)가 밀봉된 항아리를
발견되었다. 고대 이집트어인 곱트어로 기록된 52개의 영지주의 문서들이었는데, 그리스어 원본을 곱트어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나그함마디 문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도마복음"이다. 그리스어로 된 일부만이 전해져오던 도마복음서는 나그함마디 문서를 통해 전문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도마복음서를 게벨 알 타리프 절벽에
숨긴 것은 인류사상 최초의 조직적 공동체 수도원을 만든 파코미우스의 제자들이었다. 이 성화는 파코미우스(오른쪽)와 그의 스승 팔라몬을 그린
것이다. 엘카스르의 팔라몬기념수도원에서 찍었다. 사진=임진권 기자 ]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제자 도마는 '의심하는
자'로 알려져 있는데(예수가 실제로 부활했는지 알고 싶어 자기 스승의 몸에 난 상처에 손을 집어넣은 자), 도마는 그리스도교의 가름침을
'의심없이 믿지 못하는 어리석은 제자'로 폄하되어 왔다.
'도마'는 아람어로 '타우마', 즉
'쌍둥이'라는 의미이다. 요한복음에서는 '디뒤무스'라는 그리스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 또한 '쌍둥이'라는 의미다. 예수와 혈육관계로서의 쌍둥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쌍둥이로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 즉 영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예수가 한 말의 의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전달했던
제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도마복음은 "이것은 살아계신 예수가 가르쳤고
유다 도마 디뒤모스가 가록한 비밀어록들이다"라는 표제로 시작하여, 110개의 예수 어록이 담겨 있다. 110개의 어록은 "예수가 말했다"로
시작한다. 도마복음은 예수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리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마복음의 내용은 자기 자신과 주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면서 그 본질, 즉 내 안에 숨겨신 신성을 찾아가는 '그노시스'의 개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의심"이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신성을 찾아가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그리스도교가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심' 혹은 '회의'라는
도마신앙의 재발견이 필요하다고 주장도 있다.
"삶의 의미와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고
추구하는 자는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그 탐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자신이 알고 지내온 것과는 전혀 달라
혼동에 빠질 것이다. 그 혼동의 과정을 통해 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 놀라운 경이로움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면 그 발견한 경이로움을 통해 모든
것을 다스리는 지배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