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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 헤라클레스 신화 이야기 @
헤라클레스는 올림푸스 산의 제우스신과 지상의 유부녀였던 알크메네 사이에서 나온 영웅이다. 알크메네는 영웅 페르세우스의 자손이었다. 헤라클레스가 태어날 때 즈음에, 제우스는 곧 나올 페르세우스의 자손이 훗날 아르고스의 왕이 되리라고 말한다. 평소 제우스의 행동거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늘 감시했던 제우스의 부인 헤라여신은 이 아이의 출생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역시 페르세우스의 자손이 되는 아르고스왕 스테넬로스의 아들 에우리스테우스를 먼저 세상에 나오게 만든다.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남편인 제우스가 바깥에서 남의 유부녀와 사통하여 낳은 자식이라 하여 불결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알크메네가 그의 아들을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을 가진 헤라클레스로 지어줬기 때문에, 헤라여신의 노여움을 더 사게 만들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를 선과 악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지각없는 청년으로 자라게 저주를 했던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장성해서 테베의 공주인 메가라와 결혼하여 세 명의 자식을 두며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질투의 여신 헤라는 이런 꼴을 보고 있을수만 없어서 헤라클레스의 집안에 큰 화를 내린다.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크게 미치게 만들어 메가라와 자식들을 모두 죽이게 만든다. 그리곤 헤라클레스가 자신이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서 양심의 가책을 크게 받는 고통을 겪게 했다 .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깨닫게 된 헤라클레스는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삶의 의지를 잃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방황을 하게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헤라클레스는 이내 기력을 다시 차리곤, 델포이 신전으로 가서 우여곡절을 겪고 아폴로의 신탁(神託)을 물었다. 그러자 <암피트리온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가서 그곳 왕으로 있던 에우리스테우스를 12년간 시중들며 그가 명하는 일을 수행하라, 그러면 죽지 않을 것이다>라는 계시가 있었다. 이리하여 이루어진 것이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노역>으로,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아르골리스 지방 네메아의 숲에 사는 사자를 사냥하여 죽이는 일이었다. 이 사자는 어떤 공격에도 상처 입지 않는 두껍고 견고한 가죽을 가졌다는 괴물이었다. 역시 괴물이었던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이다. 헤라클레스는 여러번 공격을 해서 사자의 가죽이 화살과 창으로도 뚫리지 않고, 칼로도 베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완력을 사용해서 나무 몽둥이로 사자의 머리를 때린 후 목을 졸라 죽였다. 죽은 사자의 가죽은 벗겨서 옷으로 걸치고 머리는 투구 대신 쓰고 다녔다. 헤라클레스에 관한 그림을 보면 가끔 사자가죽을 두른 모습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네메아의 숲에 살다가 헤라클레스의 손에 족은 사자의 가죽이다.
2. 아르고스 남쪽 레르네의 늪에 사는 히드라를 죽이는 일이었다. 히드라는 커다란 뱀이었다. 이것도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으로, 아홉 개의 목을 가지고 있었었다. 그 중 여덟 개의 목은 어떻게 죽일 수 있지만 가운데 있는 단 하나의 목만은 불사신이라서 죽일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목을 하나 잘라내면 거기에서 새로운 두 개의 목이 더 생겨난다. 또한 히드라가 내뿜는 숨결이나 피부에서 스며나오는 점액에는 강력한 독이 포함되어 있어 들이마시거나 닿기만 해도 온몸의 살이 썩어들어가 목숨을 앗아가버려 신들조차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가 내뿜는 독기에 닿지 않게 입과 코를 네메아의 사자 가죽으로 가리면서 히드라가 사는 레르네의 늪지대에 당도했다. 그리고 히드라의 소굴 주위에 장작을 피워놓아 히드라가 밖으로 나오게끔 했다. 히드라가 밖으로 도망쳐나오자 헤라클레스는 재빨리 히드라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하나씩 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제거해도 아홉 개의 목 중 하나가 불사의 존재였기 때문에 새로운 목이 두 개씩 생겨났다.
이윽고 히드라의 약점을 눈치챈 헤라클레스는 조카인 이올라오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올라오스는 잘려나간 목 부분에 횃불로 지져서 새로운 목이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헤라클레스가 목을 하나씩 깨뜨리거나 잘려나갈 때마다 이올라오스는 차례차례 불길로 태워서 구워버렸다. 히드라를 완전히 없애려면, 한가운데에 있는 불사의 목을 어떻게든 해야 했지만 아무리 부수고 잘라도 죽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헤라클레스는 불사의 목을 퇴치하기를 포기하고 그 대신 거대한 바위로 깔아뭉갰다. 헤라클레스는 이 싸움으로 얻은 히드라의 맹독을 자신의 화살에 발라 필살의 무기로 만들어 이후의 싸움에 이용하였다. 한편 히드라는 죽어서 바다뱀자리가 된다.
3. 아르카디아지방 에리만토스산에 사는 멧돼지를 생포하는 일이었다. 에뤼만토스의 멧돼지는 굉장히 흉악한 동물이었는데, 멜레아그로스의 신화에 따르면 자신에게 재물을 바치치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난 아르테미스가 이 멧돼지를 들에 풀어서 해를 입혔다고 한다. 에뤼만토스 산에 도달한 헤라클레스는 큰 소리를 질러 멧돼지를 수풀에서 몰아내고 골짜기에 두껍게 쌓인 눈 더미로 몰아서 지치게 하였다. 멧돼지를 생포하는데 성공한 헤라클레스는 멧돼지를 어깨에 매고 에우리스테우스에게로 갔다. 멧돼지를 보고 겁이 난 에우리스테우스는 항아리 뒤로 숨어서 멧돼지를 없애라고 헤라클레스에게 명한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멧돼지를 에우리스테우스 앞에서 때려죽인다.
4. 아카이아지방 케리네이아의 암사슴을 상처가 하나도 없이 생포하는 일이었다. 얼룩 무늬를 가진 이 암사슴은 황소보다 크며 화살보다 빠르고 청동 발굽과 청동 혹은 황금으로 된 뿔이 달려 있어서 마치 숫사슴처럼 보였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1년 동안 그리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이 화살처럼 빠른 사슴을 쫓았다. 지친 사슴이 아르테미시온산에서 라돈강으로 내려가 쉬고 있을 때 피가 나지 않도록 사슴의 뒷다리의 뼈와 근육 사이에 독이 묻지 않은 활을 쏘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여 생포한 후 에우리스테우스에게로 데려갔다.
5. 아르카디아지방의 스튐팔로스 호반의 새를 퇴치하는 일이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바쳐진 이 새들은 청동으로 된 부리와 발톱, 수많은 날개를 가진 식인조이다. 이 새들은 아르카디아 동북쪽의 숲에 둘러쌓인 늪에서 살았다. 때때로 큰 무리를 이루어 하늘을 날아 청동 깃털을 떨어뜨려 사람을 죽이거나 독성을 가진 배설물을 떨어뜨려 농사를 망치게 하였다. 헤라클레스는 이 스튐팔로스의 새들을 몰아내야 했다. 그는 늪을 다니기가 힘들고 화살로 수많은 새떼를 몰아내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때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청동으로 된 징을 주었다. 헤라클레스가 늪이 잘 보이는 퀼레네 산자락에서 징을 울리며 노래를 부르자 새들이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헤라클레스는 흑해의 아레스 섬으로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활로 쏘아 많은 새를 죽일 수 있었다.
6. 엘리스왕 아우게이아스의 소외양간을 청소하는 일.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은 아우게이아스가 3000마리의 소를 기른 외양간을 말한다. 이 외양간은 30년간 청소를 하지 않아 배설물로 역병이 돌고 농사를 짓는데 방해가 되었다 한다. 헤라클레스는 가축의 10분의 1을 가지는 조건으로 외양간을 청소할 것을 요구하였고, 아우게이아스는 오전 안에 외양간을 청소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지키지 못할 시 헤라클레스를 종으로 삼겠다 하였다. 이 계약은 아우게이아스의 아들 필레우스가 증인이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외양간의 양쪽 벽을 부수고 알페이오스 강을 끌어다 페네이오스 강에 관통하여 흐르게 하여 외양간을 해가 지기 전에 청소하였다. 아우게이아스는 헤라클레스가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에 의해 자신의 외양간을 청소한 것임을 알고 증인이 된 필레우스를 나라에서 추방하고 계약을 부인한다. 에우리스테우스는 계약을 했다는 구실로 이 임무를 10노역에서 제외하였다. 뒷날 헤라클레스는 엘리스 왕국을 공격하여 아우게이아스와 그의 아들들을 모두 죽인 후에, 둘리키온 섬으로 추방당한 필레우스를 돌아오도록 하여 엘리스의 왕으로 세운다. 또한, 헤라클레스는 엘리스의 땅인 올림피아에 올림픽 경기를 창설하였는데, 이곳의 헤라 여신의 신전에서 올림픽 성화가 채화되었다 한다.
7. 크레타섬의 황소를 생포하는 일. 헤라클레스는 크레타 섬으로 가서 미노스 왕을 만나 크레타를 엉망으로 만든 황소를 잡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후 맨손으로 황소를 사로 잡았다. 헤라클레스가 뮈케나이로 황소를 데려오자 에우리스테우스는 이 황소를 헤라에게 바치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영광을 빛낼 수 있는 선물을 원하지 않아 거절하였다. 결국 황소는 헤라클레스에 의해 아티카의 마라톤 평원을 돌아다니게 되었고, 후에 테세우스가 이 황소를 죽이게 되었다.
8. 트라키아왕 디오메데스의 식인마를 생포하는 일. 헤라클레스가 에우리스테우스로부터 지시 받은 여덟 번째 노역은 디오메데스의 야생마들을 생포하여 데려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많은 젊은이들을 지원자로 모집한 후 트라키아의 티리다에 도착하였다. 지원자들의 도움으로 말들을 바다로 몰아 생포한 헤라클레스는 디오메데스와 싸우기 위해 헤르메스의 아들인 압데로스에게 말들을 맡기었으나 압데로스가 말들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 헤라클레스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디오메데스의 목뼈를 부러뜨리고 청동 구유에 집어던져 말들이 찢어 잡아 먹게 하였고 죽은 압데로스는 그를 기리는 도시인 압데라를 세워 그곳에 묻어주었다. 말들이 인육을 먹고 난 후 온순해지자 헤라클레스는 매듭을 걸어 말들이 입을 다물도록 하여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데리고 갔다. 에우리스테우스는 말들을 헤라 여신에게 바쳤는데,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아르고스 들판에 풀어주었다고도 하고, 제우스 신에게 바쳤지만 거절하였다고 한다. 암말은 뒷날 헬스 땅 북부의 올림포스 산에서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었다.
9.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가져 오는 일. 헤라클레스의 아홉 번째 노역은 전쟁의 신 아레스가 히폴리테에게 선물로 준 황금 허리띠를 훔쳐와 에우리스테우스의 딸 아드메테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지원자를 모으고 아마존들의 도시가 있는 테르모돈강 하구의 테미스퀴라 항구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히폴리테와 만나게 되었다. 헤라클레스에게 반하게 된 히폴리테는 자신의 허리띠를 그에게 줄 것을 정중히 약속하였다. 노역이 순조롭게 해결되어 가는 것을 안 헤라는 아마존으로 변신하여 이방인들이 히폴리테를 납치할 것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듣고 격분한 여전사들이 말을 타고 헤라클레스와 지원자들을 공격하려 하자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가 자신을 배신한 것으로 알고 여전사들과 히폴리테를 죽이고 허리띠를 가지고 뮈케나이로 돌아왔다.
10. 게리온의 사육우를 훔쳐 오는 일. 헤라클레스가 받은 10번째 노역은 게리온이 소유한 소들을 훔쳐오는 것이었다. 게리온이 살고 있는 에리테이아 섬으로 가기 위해 리비아의 사막을 지나던 헤라클레스는 더위에 지치자 태양으로 화살을 쏘는데, 태양의 신인 헬리오스가 이것을 보고 그의 용기에 감탄하여 그에게 '황금 사발'이라 칭해지는 배를 빌려준다. 이 배를 통해 헤라클레스는 하룻밤만에 에리테이아 섬에 가게 된다.
11. 세계의 서쪽 끝에 있는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의 황금사과를 가져 오는 일.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은 서쪽에 자리잡은 헤라의 과수원이다. 여기에는 불멸을 가져다 주는 황금 사과 한 그루 또는 숲이 있는 곳이다. 이 황금 사과는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할 때 가이아가 선물로 헤라에게 준 가지에서 열매맺은 것이다. 헤스페리데스는 이 숲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다 그 숲은 갑자기 나무들이 뽑히고 마는데 헤라는 헤스페리데스들을 믿을 수 없어 라돈이라는 잠도 자지 않고 머리가 100개인 용(龍)을 이 숲의 파수꾼으로 배치하였다. 동산 가까이에 창궁(蒼穹)을 어깨에 떠받치고 있는 거인신 아틀라스가 있었으므로 헤라클레스는 그에 대신하여 창궁을 짊어지고, 그 사이에 아틀라스는 사과를 따가지고 왔다.
12. 저승의 번견(番犬) 케르베로스를 데려 오는 일. 케르베로스는 명계의 입구를 지키며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일단 지하세계에 들어온 영혼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영웅들이 살아있는 채로 하데스의 나라를 찾아갈 때는 통상적으로 케르베로스의 입에 떡을 물려 짖지 못하도록 진정시킨다. 헤라클레스가 12가지 노역을 완수하기 위하여 명계에 갔을 때는 완력을 사용하여 한쪽 목을 졸라 놓고 지상으로 잠시 끌고왔다고 한다.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으로 즉시 이 맹견을 하데스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러한 노역을 끝내고 자유의 몸이 된 헤라클레스는 다시 트로이원정, 소외양간 청소의 보수를 거절한 아우게이아스에게 보복하였으며, 또 필로스 공략 등의 무훈을 세웠다. 그 동안에 칼리돈왕 오일레우스의 딸 데이아네이라(멧돼지잡이로 유명한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동생)를 아내로 삼았는데, 아이톨리아지방의 오이카리아를 공략하고 왕녀 이올레를 포로로 했을 때, 데이아네이라는 이올레에게 남편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여 이전에 켄타우로스인 네소스로부터 사랑의 묘약이 배어들었다고 하여 받은 옷을 그것이 히드라가 독을 칠한 것도 모르고 남편에게 주었다. 이로 인하여 온 몸에 독이 침입하여 그는 자신을 테살리아지방의 오이테산상에 옮기게 하고 화장단에 올라가 불을 붙이게 하였다. 이리하여 그의 육체는 없어졌으나 죽지 않은 부분은 제우스에 의하여 하늘에 오르게 되었으며, 그는 거기서 헤라와 화해하고, 그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를 아내로 맞았다고 한다.
마틴 닐슨에 따르면, 헤라클레스 신화는 소위 뮈케나이 시대에 거의 정립이 되었다. 이 뮈케나이 시대에 가장 강력하고 중요했던 도시는 테베와 티린스였다. 헤라클레스 신화는 이 두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뮈케나이 시대를 이루던 희랍인들이 자신들이 즐겨 듣던 사냥이야기나 민담 그리고 기왕에 있었던 토착민담들을 혼합해서 만든 것이 헤라클레스 신화라고 본다. 그러니까 헤라클레스라는 신화적인 인물은 그저 한 사람이 아니라, 역발산 기개세를 자랑하는 천하장사 같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합친 것을 헤라클레스 신화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노역 중에 첫번째 다섯개는 사냥꾼이라면 누구든지 꿈을 꿀 수 있는 사냥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이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원래 부터 사냥을 좋아했던 뮈케나이인들이 여러 이야기들을 엮어낸 일종의 사회신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티린스가 헤라여신 숭배의 중심지이고, 뮈케나이문명시대의 중심지였다는 사실들을 감안해 보면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의 기원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신화는 페르세우스 신화와 거의 같은 지방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하지만 헤라클레스 신화는 페르세우스 신화에 비해서 좀 더 늦게 정립이 된 것이다. 어쩌면 페르세우스 신화는 자취를 감추고 헤라클레스 신화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일 수도 있다. 헤라클레스 신화는 페르세우스 신화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며, 그 길이나 깊이가 다르다. 헤라클레스 신화는 죽음과 신격화 같은 주제도 다루고 있다. 그만큼 민담들의 수용이 더욱 크게 이루어졌다고 보며, 영웅신화의 사이클을 완성한 신화라고 보인다.
영웅신화가 있기 이전에 여신들이 등장하는 풍요신화가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웅신화들의 조각들이 여러 곳에 있었겠지만, 어떤 정해진 틀을 갖춘 영웅신화가 등장하기 이전에 풍요신화가 있었다. 이 풍요신화는 농경사회에서 거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본다. 영웅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유목생활과 수렵을 주로 하던 “전사”들이 모델들일 것이다. 이 유목 및 수렵부족 들이 농경지대로 진입하면서 부터 풍요신화는 영웅신화로 변신을 한다.
영웅신화에 나타나는 영웅들의 모험이야기는 어머니의 품안에서 벗어나 마침내 한 사람의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장과정에 다름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성인의 모델은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아버지로 상징되는 권위와 권력을 뛰어 넘으려 한다. 이것은 사회신화이다. 기존의 어른인 아버지를 혁신하고 새로운 힘과 기술의 혁신을 만들어낸 아들의 성인화의 과정인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의 작동원리를 유지시켜 주고 지속적으로 대물림하게 만든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헤라클레스에 비할바가 못된다. 그리고 헤라클레스가 걸어갔던 그 발자취하고는 일견 다른듯이 보인다. 하지만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타락하기 전에 제다이 기사로서 세웠던 많은 무용담을 헤라클레스의 수많은 영웅적인 노역에 비교가 된다면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는 바로 헤라클레스 신화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단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노역이 처음에는 아르고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점점 반경을 넓혀가듯이,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영웅적인 일들은 반경이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정신착란에 빠진 헤라클레스가 아내 메가라와 자식들을 죽인 것 처럼, 아나킨이 파드메와 두 아이들에게 했던 일이 비슷하고, 히드라의 독에 몸이 타서 죽은 헤라클레스 처럼 화산의 불에 몸이 타버린 아나킨의 이야기가 또 비슷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는 “노예해방”이라는 계급성이 짙고 이념적인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편 이후에 나타나는 아나킨의 행동이나 말을 봤을 때, 이 “노예해방” 운운은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피해의식”이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노예해방”이라는 바르고도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졌더라면, 최소한 제국주의자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모험 여정은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서”가 의식의 근원에 있다고 본다. 아주 울퉁불퉁하고 나쁜 길을 선택한 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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