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의 사면 소식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사랑하는 어머님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지금 원주기독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주치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제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고2때 만성신부전증으로 3~4년간 투병해 오시던 아버님을 갑작스런 합병증으로 여의고 어머님과 5형제 중 막내로 지내오다가, 2000년도에 어머님이 부산백병원에서 위암초기 진단을 받아 위 부분절제술로 다년간 잘 지내오시다가 2008년에 간암으로 전이되어 손 쓸 수없을 정도로 암덩어리가 커져서 간암4기 판정으로 당시 길게 잡아 6개월 여명기간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당시 기독시민연대 창립을 통한 전업시민운동가로 막 출발하는 시점에서 제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한가닥의 희망을 찾고자 전이간암에 대한 자료를 모두 검색해서 확인하던 중에, 간암환자는 기본적으로 간수치가 정상치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당시 어머님의 간수치는 정상을 가리키고 있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위암에 관한 관련자료들을 추가로 살펴보던 중에, 어머님이 위암이 아닌 육종에 해당하는 GIST(위장관기질종양)임을 확인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주치의에게 이 서류들을 내보이며, "어머님의 암 종류가 애초에 위암이 아닌 위장관기질종양이 아니냐?"라는 이의제기에 주치의는 진료차트를 다시 꼼꼼히 살피며 GIST가 맞다는 정정 판정을 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마침 2001년도에 백혈병 표적치료제로 개발된 글리벡이 위장관기질종양에 대해서도 백혈병 이상으로 치료효과가 확인되어 당시 한 알에 24,000원 이던 글리벡이 GIST환자에게도 보험수가가 적용받는 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가 주치의에게 "빨리 글리벡을 처방해달라"라고 하여 이후 기적같이 직경 10cm이던 암덩어리 두개가 4cm까지 줄어들며 이후 오늘까지 13여년의 여생을 살아오셨는데, 당시 GIST환자 전문치료병원이던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하여 정기적인 검사와 진료를 받아왔었습니다.
이후 어머님의 진료일정은 전적으로 제가 담당하여 매진료 때마다 직접 모시고 다녀오던 일을 반복해 왔었는데, 형제들 가정 여건상 핑계아닌 핑계로, 진즉부터 어머님을 아들들이 직접 모시지 못하고, 그 동안 부산에 계신 이모님댁에서 지내오셨는데, 한달 전 쯤에 갑자기 손과 발과 얼굴이 붓는 증상에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뒤늦게 제가 알게 되어 이 증상이 글리벡 복용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로, 폐에 물이 찰 경우에 발생하는 증상임을 그 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 이모님께 폐에 고인 물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이뇨제를 추가로 복용하도록 조치하여 다행히 3일 정도 경과되면서 얼굴과 손발의 붓기가 가라 앉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2월 초에 어머님 정기진료를 위해 지팡이에 의지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서울아산병원 1차 검사를 마치고, 서울에 계신 큰형님댁으로 모셔 둔 이후 2차 진료일(21일)을 3일 앞둔 날부터 이모님 댁에서 처럼 손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며 갑자기 거동 불능상태에 빠져 어머님이 소변을 이불에 지르는 일이 발생하여, 큰형님과 형수님이 기저귀를 채우며 대처했으나, 거동불능 상태에 빠진 어머님을 업고 화장실을 오가던 상황에서 큰형님조차 허리를 다쳐, 제가 긴급으로 큰형님댁에 올라가서보니, 왼손만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부어오른 상태였고, 어머님 의식 상태마저 좋지 못하여 긴급 119를 불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실하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모든 검사를 진행하였으나, 이전보다 특별히 악화된 곳이 없고 다만 왼쪽 폐에만 물이 많이 차있어 폐에 호수를 연결하여 600cc 정도를 빼낸 후에 이뇨제를 추가 처방할 뿐, 달리 응급처치할 것이 없다고 하며, 코로나로 인해 응급실에 24시간을 경과할 수 없어 부득이 정기진료 하루 앞둔 20일 오후에 퇴실하여 원주로 모시고 내려왔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원주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정기진료를 위해 재차 이동하였으나, 종양내과에서만 약을 처방 받아오고, 심장내과는 전날 응급실 퇴실 시에 미리 처방을 해줬으나, 평소 아침 저녁으로 구분한 하루치 약봉투 대신 처방약 별로 따로 포장이 되어, 어머님께 투약지도가 필요한 입장이었습니다.
마침 매번 어머님 진료 때마다 형님들이 십시일반 경비들을 지원해줘서 형제들 각자의 여건에 맞게 임무를 분담해 왔었는데, 어머님이 거동마저 힘겨운 상태에서는 더 이상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저도 평소에 계획했던 대로 형님들과의 단톡방에서 향후 어머님을 원주에서 방을 얻어 제가 직접 어머님을 케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형님들 모두 어머님의 주거비용과 생활비용을 지원하는 선에서 합의가 되어, 어제(12/23) 투룸을 계약하여 다음 주 월요일에 이사할 계획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어머님이 일주일째 대변을 못보셔서 22일에 식물성 변비약을 드시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설사를 동반한 배변으로 장을 꽉채운 변을 대부분 배출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23일 새벽에 이르도록 어머님은 십여차례 기저귀를 갈며 화장실로 부축해서 옮겨 씻기는 등의 반복으로 인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었습니다.
원주에서 제 가정은 장인어른을 모시고 살고 있었기에 아파트로 어머님을 모시지 못하고, 큰형님이 비용을 부담하여 모텔에서 케어 중이었는데, 어제(12/23) 아침 식사를 한뒤 약을 드시고 주무셨는데, 점심때 식단을 챙겨드리려고 했으나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나지 않기에, 전날 배변으로 인한 피로 누적인 걸로 판단하고 점심을 거르고 쉬는 걸 택했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식사를 준비하고 깨우려는데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계셔, 천천히 깨우려다가, 오후 7시가 되어서까지 안일어나시고 아무리 흔들어 깨우려해도 숨은 쉬면서도 깰 미동이 보이지 않아, 타지방 응급의학과 교수로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어머님 상태를 문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상황같으니 빨리 119로 전화해서 응급처치하라"는 말에 오후 7시 30분경에 119로 전화하여 원주연세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와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입주를 위해 투룸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어머님의 갑작스런 위중함에 형제들 모두 크게 당황하고 있으며, 현재 어머님은 언제 심정지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위중한 상황이라며, 연명치료 동의여부를 병원측에서 요구했으나, 심정지 시, 가슴압박을 통한 연명치료는 어머님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가슴뼈 골절을 피할 수 없어 형님들과 상의하여 가슴압박을 제외한 다른 약물치료와 기도관 삽입 등에 대해서만 동의하여 현재 치료중에 있습니다.
기계와 약물에 의존하여 불규칙한 심호흡과 저혈압을 조절하고 있으나, CT검사 등 전반에 걸친 검사결과와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금일 오전 각 진료담당교수들이 모여 결정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 중 한 명 만 보호자로 응급실에 들어와 있어 어제 저녁에 큰형님 내외분이 병원에 오셨다가 치료방법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하시고, 어머님은 못뵙고 돌아갔습니다.
<이후 치료 검사경과......>
어머님이 의식을 잃게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뇌 CT검사에서는 뇌경색 특이사항 없다는 소견. 정확한 뇌경색 판단을 위해선 MRI촬영이 유리하나, 현재 혈압유지를 위한 장비를 떼어낼 수 없어 MRI촬영은 보류.
복부쪽 내장 천공 의심에 대한 내과전문의 검진결과, 개복술을 통해 확인해야 할 정도의 특이점이 CT검사나 청진을 통해서도 확인되지 않음.(혈압악화로 개복술 중 사망위험이 큼)
요로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확인되어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우선 항생제 치료예정.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할지 여부를 물어서, 현 상태로 확신없이 장거리 전원은 자칫 더 위중할 수도 있다는 고민 끝에 원주기독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하기로 결정함. (잘한 결정인지.....)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 중 심정지될 우려도 배제 못함. (혈압유지를 위해 고강도 약물투입중)
중환자실에 입원하시면 코로나로 인해 저를 비롯한 아무도 면회가 안된다고 함. 필요치료 경과에 대해 전화로 확인하고 유사시에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함.
항생제 치료 후 의식이 회복되고 자가호흡이 가능해야 퇴원가능
오전 8~10시 사이에 주치의가 회진 후 어머님 상태를 보호자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현재시간 09시 40분경에 갑자기 방송을 통해"중환자실 코드블루 응급의학과"메세지와 함께 응급의학과 여러 의사들이 중환자실로 우르르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으나.... 다행히 다른 환자분이셨고, 담당주치의는 저를 만나지 않고 다른 환자분 가족과만 면담하고 올라간 상태더군요~
존경하는 애국동지 여러분!
저의 어머님이 다시 한번 기적처럼 회복되어서 원주에서 저와 함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이번 박근혜 대통령님의 전격사면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극적인 결말이 재연되지 않게 되어, 심히 다행이라 여깁니다.
-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 / 행동하는양심실천운동본부(행실본) 대표 정함철 010-4379-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