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치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를 읽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선 초고령사회를 지나 이젠 다사, 즉 많은 죽음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저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재택사>를 제안하고 권하는 책이다. 개념부터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그래서 더욱 한번쯤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책이란 생각인데, 이 책에서 던져준 생각꺼리들을 정리해보면:
첫째. 생활만족도: 70대 1인가구가 1위
저자는 책속에서 쓰지가와 사토시의 <노후는 혼자 사는게 행복하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그 책에서 언급한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생활만족도 조사를 인용하는데, 책에 따르면 싱글 고령자들의 생활만족도가 1위였고, 자식이 독립후 부부가 사는 2인 가족의 만족도가 최하위였다고 한다 (참고로 1인가구: 1위 > 3인 가구 2위> 4인 가구 3위 > 2인 가구 4위). 이유인즉, 싱글의 경우 누군가의 간섭이나 갈등없이 자유롭고 편하게 살기에 생활 만족도가 높은 반면, 부부 2인 가족의 경우 (자식 독립후 공통의 화제도 별로 없는데) 서로 삶의 방식이 너무 달라 특히 여성들의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다만 이 조사의 한계? 라고 할까, 전제가 오사카 주택가, 즉 중산층 이상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이다. 즉 60세 이상 고령자들 중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그래서 활발한 외부 활동을 통해 가족외 사람들과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면, 고령의 1인 가구도 생활 만족도가 높다, 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둘째. 그냥 수명아닌 <건강수명>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에선 이젠 평균수명보단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당연하겠지만 높아졌는데, 건강수명이란 <수명- 허약기간= 건강수명>이라고 한다. 이때,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정도를 허약기간을 보내게 되면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 기간을 어찌보내느냐에 따라 노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약 87세 정도라고 할때, 역산해서 75세부터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것 같지는 않고 대체적으로 평균수명보다 더 오래 장수할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물론 70대에는 질병의 유무에 따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수도 있겠다). 노년의 삶이란 몇살까지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란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포인트
셋째. 고독사아닌 재택사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1인 가구라 할지라도 각자 건강수명을 오래 유지하다 고독사가 아닌 재택사를 하자는 주장이다. 고령화가 심화되며 사회가 모든 개인을 돌보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저자는 개인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데 역시나 각자 젊어서의 생활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게 가장 좋고 그러려면 시설이 아닌 각자 집에서 건강히 오래살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겠다. 다만 그러기위해선 <재택 의료- 재택 간호- 재택 간병> 이 세가지가 기본적으로 잘 갖춰져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아직 우리나라는 미약한 부분이겠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지난 20년간 이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오며 이젠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간병사가 임종을 지킬 정도가 되어서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홀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직 우리에겐 요원한 일인듯하다.
정리하면 한국도 최근엔 집보단 병원사가 일반화되어가는 추세인데, 이제 고령화시대를 지나 다사의 시대로 넘어가는 일본에선 이 흐름을 엮으로 돌려 다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흐름이 생성되는 시기로 들어서는 것 같다. 그것이 개개인에게 훨씬 더 평안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리 되려면 위에서 언급한 재택의료-재택간호-재택간병, 이 3가지 조건이 어느정도 갖춰져야 하겠다. 이제 고령화시대 초입에 들어서는 우리로선 아직 다사시대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일본 사례는 좋은 벤치마킹이 되는 것 같다
첫댓글 재택사라는 말조차도 낯설고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논의조차 요원할 것만 같은 말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는 책이 나오고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통계와 상황들을 기반으로 죽음을 대비하고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재택의료-재택간호-재택간병이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진 사회에 대한 기대와 준비가 먼저 필요할 것이다.
부부 2인 가족의 경우, 살아온 시간이 길어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면 체념하고 살거나 갈등을 내버려두어 점점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재택사의 경우, 죽음 이전에 노인 요양의 개념이 생활로 바뀌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연로하신 부모를 가까운 곳에서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특히 질병이 있는 경우는 많은 이들이 요양원을 생각했다. 요새는 실버케어 센터 혹은 커뮤니티라고 보증금과 월세를 내면 그에 맞는 수준의 잘 갖추어진 시설에서 커뮤니티 생활이 선호된다. 내 입장에서는 기관 중심보다 개인 중심의 노인복지 서비스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한편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는 <재택의료-재택간호-재택간병>서비스가 원격의료와 로봇이 보편화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