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강의>를 읽고 있다
본격적인 신곡 설명에 앞서 3강까지 얼개를 설명하는데 3강. 단테로 향하는 길로서의 그리스도교편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 자존심대결: 호메로스 Vs 베르길리우스
로마가 힘으로 그리스를 굴복시키고 지배하지만 문화적으론 그리스 문명 앞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고. 특히 신들의 자손이라 일컬는 그리스 민족에 비해 로마의 탄생신화는 늑대의 손에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 고아들. 게임이 안된다. 이에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하여 로마의 국가적 신화를 탄생시키며 로마인들을 신의 후예의 반열에 올리니 바로 <아이네이스>라고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에서 비록 트로이는 그리스의 모략 (= 트로이 목마)에 의해 멸망하였지만 여신 베누스 (그리스어로는 아프로디테)의 자식인 아이네이스가 멸망한 트로이를 떠나 지난한 모험을 거쳐 로마에 정착하여 나라를 건국하게 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로마인들은 베누스 여신의 후예가 되었다고 한다. 민족적 자손심을 건 문화적 대결이 흥미롭다
근데 단테의 경우는 호메로스보다 베르길리우스를 연옥까지 인도하는 길잡이로 출현시키며 자신의 스승 혹은 길잡이로 삼는데 그 이유가:
첫째. 베르길리우스가 그려내는 아이네이스의 신세가 어딘가 자신의 고향에서 정치적 이유로 추방당한 자신의 신세와 비슷하고
둘째. 호메로스가 신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적는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베르길리우스는 신들의 이야기를 옮기되 내가 기록한다, 라는 작가로서 자의식이 더 뚜렷이 들어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즉 단테의 신곡은 모든것을 잃고 자신의 고향에서 추방된 이가 (= 지옥에서 시작), 스승을 만나 연옥까지 인도되지만 (인간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연옥까지), 그 다음 천국은 인간의 힘이 아닌 신의 힘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서사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신곡의 기본 얼개부터 이해가 필요한 부분
즉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모든것을 잃고 바닥에 내쳐짐을 당하지만 (지옥편) 그럼에도 자신의 정신적 고향( 천국)을 찾아 끝없이 삶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런 면에서도 호메로스는 오딧세이아에서 과거의 물리적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베르길리우스나 단테는 과거의 물리적 고향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정신적 근원 (=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할 무언가로 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지옥을 피해갈수 없겠지만 또한 누구나 스스로의 천국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일수도. 본격적인 신곡이 궁금해진다
첫댓글 신곡의 어려운 이유와 정말 많은 것을 담고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지 이해를 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신곡에서의 지옥과 천국은 곧 인간의 삶에서 거쳐야되는 과정이며 인간으로서 그 과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대한 고민들이 내적성찰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옥에서 시작하는 인간이 스승을 만나 연옥까지 인도되고 신의 힘으로 천국에 들어간다는 신곡의 서사적 구조를 보며, 어두운 무지에서 괴로워 하다가 나보다 앞선 이들, 스승을 통해 점점 깨달음으로 밝아지고, 결국은 스스로, 스스로의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성장, 인간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여차해서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있지만 지나온 삶에 대한 참회와 깨달음과 발원이 함께하여 지속적 노력을 한다면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고 그 천국이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천국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