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2>를 읽고 있다
제5장. 경제적 역사주의
포퍼는 마르크스가 추구했던 사상 역시 자유였는데 <자유론>의 존 스튜어트 밀과 마르크스가 추구한 자유가 그 두 사상가들이 개인과 사회를 어떤 관계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존 스튜어트 밀: 개인이 모여 형성되는 것이 사회. 그러므로 자유란 개인들의 자유
이에비해 마르크스는 인간의 삶은 생산과 소비라는 물질적 연결고리에 메여있기에 여기서부터 해방되는 것이 자유라고 여겼다고. 그런만큼 마르크스에게 인간은 영혼 혹은 정신보다 육체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의 유물론 사상).
그러므로 마르크스 사상은 필연적으로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슬로건 아래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평등화하는 노동자 운동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건 정작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은 막상 혁명을 시작하니 마르크스 사상은 그다지 쓸모없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마도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이었던듯).
(지금까지 흐름을 정리해보면 소크라테스나 밀의 경우는 개인을 중시하는데 특히 개인을 단순히 육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혼 혹은 정신적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플라톤이나 헤겔 및 마르크스는 개인보다는 사회 혹은 국가를 중시하는 관점이다보니 개인의 영혼 혹은 정신보다는 육체가 더 중요시된다)
여기까지 공부를 하니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중심갈래가 왜 NL & PD 였는지 좀더 이해가 된다. NL (National Liberation)은 민족해방파들은 소위 말하는 헤겔의 종족주의에 더 가까운 민족에 무게중심이 있고 ( 386 주사파 계열), PD (People's Democracy Revolution) 민중 민주주의는 마르크스의 노동자 계급 해방 (정의당 계열) 에 더 무게중심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당사자들 사이에선 이보단 훨씬 더 복잡한 계열과 분파가 있겠지만 멀리서 볼때 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민족주의는 인공지능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안의 숨겨진 불씨와도 같은 거여서 뭐할 논하기 어렵지만, 마르크스가 주장한 노동자들의 자유에 대해서는 이제는 확실히 지나간 사상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로:
첫째. 노동자 해방이란 마르크스 그 자신도 말한것처럼 대다수 노동자들이 <단순 노동>에 종사할 때 성립된다. 즉 사회가 발전하고 분화하여 단순노동이 아닌 지적노동으로 전개될수록 노동자 스스로 노동의 과정에서 즐거움이나 만족 혹은 행복감까지 가능할 수 있기에 마르크스의 노동자 사상은 현대사회에선 너무 단순한 이론이란 생각이다 (지적노동에서 창작활동으로 넘어가면 정신세계는 더욱 중요해진다).
둘째. 마르크스의 생각과는 달리 노동자들 사이에도 엄연히 (보이던 보이지않던) 계급이 존재한다 (이건 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귀족노조께서 너무 잘 보여주고 계신다는 생각). 즉 마르크스는 플라톤이 그러한것처럼 인간의 욕망 부분을 너무 단순화하거나 간과한 측면이 있다. 그의 주장대로 노동혁명이 성공해도 결국 노동자 계급사이에 다시금 지배-피지배 관계는 반복될 뿐이다.
셋째. 인공지능 시대까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인간을 단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더 이상 길위의 투쟁이 아니라 AI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마르스크의 유물론은 아무래도 20세기 산업혁명시대까지가 그 한계인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극진보 정치인들도 아젠다를 단순 노동운동에서 이제는 21세기에 필요한 아젠다로 옮겨가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히 노동운동에 집중하신다면 귀족노조에만 집중하시지 말고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자간의 격차가 왜 줄어들지 않았는지에 먼저 답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에도 포퍼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철학적 논의를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경제학의 영역으로 옮겨온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존 스튜어트 밀과 마르크스가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완전 시조라기는 뭐하지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라는 생각이다.
첫댓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단순한 육체노동에서 해방되기 위한 노동운동은 의미가 없고 마르크스의 유물론도 귀조노조가 나온 상황에서는 지배와 피지배 계급의 구분만 더 명확히 해줄 뿐이다. AI가 인간의 단순노동 의외에 많은 걸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 인간 존재의 필요성과 존재의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더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
사람은 알면 알수록 결코 단순하지 않은 미지수같다. 개인의 다양성과 다름을 이해한 소크라테스의 '너의 영혼을 보살펴라'라는 말이 떠오르며 시대를 뛰어넘은 통찰력이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가기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겠다. 통찰력은 시대를 이어주는 인문고전에서 나올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