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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에스프레소에 담긴 세 가지 사연
1946년 등장한 에스프레소는 커피 역사에 충격적인 변화와 진화를 촉발시켰다. 현재 전 세계 커피전문점에서 소비되는 메뉴의 90퍼센트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콜드브루나 드립 커피가 맹위를 떨친다고 해도 대세는 여전히 에스프레소(Espresso)다. 지금도 전 세계 커피전문점에서 소비되는 메뉴의 90퍼센트가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연하게 만든 것이고,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에 스티밍한 우유를 넣어 보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든 음료이다.
커피 역사 속에서 1946년 에스프레소의 등장은 혁명 이상의 충격적 변화이자 진화였다. 인류가 커피를 음료로 즐기기 시작한 시점을 백번 양보해 기원전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기원 후 7세기 아라비아반도라고 해도, 커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해보면 에스프레소는 불과 71분 전에 출현했을 뿐이다.
짧은 기간 커피문화를 통째로 바꿔버린 에스프레소의 마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기엔 세 가지 관점이 있는데, 각각의 스토리텔링이 제법 근사하다. 첫째, 에스프레소를 ‘빠르다’는 의미의 익스프레스(Express)로 해석하는 견해다. 18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가 붐을 이루면서 카페마다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선 풍경은 일상이 됐다. 돈을 조금 더 내고 빠른 서비스를 받는 팁(Tip)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였다. 사람이 많이 몰린 탓이 컸지만, 한 잔의 커피를 제공하는 데 시간이 너무걸리는 게 문제였다. 당시 커피가루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천으로 거르는 방식으로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적어도 4~5분이 소요됐다.
실마리를 푼 인물은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였다. 1901년 그는 물의 증기압을 이용해 25초 만에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기계를 발명했다. 1906년 밀라노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이 장비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 베제라는 빠른 추출을 부각시키기 위해 스포츠카를 탄 운전자가 머신 옆을 지나면서 커피 잔을 낚아채가는 내용의 포스터를 활용했다. 그림 아래에 영어로 ‘빠른 커피(CAFE EXPRESS)’라는 글씨가 적혀 있어 사람들은 베제라의 커피를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라 부르기 시작했다.
둘째, 에스프레소를 ‘과하게 압착하다’로 보는 시각이다. 에스프레소를 ‘~으로부터 나오다(Exit 또는 Out)’를 뜻하는 ‘Ex’와 ‘압력을 가하다’는 뜻의 ‘Press’의 합성어로 보고 ‘압력을 가해 커피의 성분을 빼내다’는 의미로 풀이한 것이다. 베제라의 커피는 빠르기는 했지만, 증기압을 이용한 탓에 물의 끓는점이 섭씨 100도를 훌쩍 넘으면서 쓴맛과 탄맛이 너무 강했다. 1946년 아킬레 가찌아(Achille Gaggia)가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피스톤으로 바꾸면서 물의 과도한 온도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증기압을 활용했을 때 1.2~1.5기압에 그치던 압력이 9기압을 넘어서면 추출된 커피에 크레마(crema)가 생겨났던 것이다. 향기를 품은 미세한 거품인 크레마 덕분에 향미의 풍성함은 차원이 달라졌다. 이 맛에 감동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레마가 있는 커피만을 에스프레소라 부르기로 했고, 이때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압력은 최소 9기압을 넘게 됐다.
셋째, 에스프레소의 어원적 의미를 ‘특별함’에 두는 입장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탄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커피는 한 사람의 입맛에 맞춘 게 아니라 한번에 4~5인분을 넉넉히 만들어 나눠 마시는 문화였다. 반면 에스프레소는 주문한 사람만을 위한 음료가 된다. 솜씨 있는 바리스타는 추출조건을 달리하며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이 마치 ‘지정한 사람의 손에 쥐여주는 속달우편(Express)’ 같다고 해서 에스프레소의 의미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에서 찾기도 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정답이든 이 한 잔의 커피가 인류에게 선물한 행복은 어떤 말과 글로도 다 담아내기 힘들 것이다.
출처 :
글
요약
강한 압력으로 추출한 이탈리아식 커피.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로 ‘빠르다, 신속하다'의 뜻이다. '에스프레소'라는 용어는 현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존재하기 전인 1880년대에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의 뜻은, 고객의 주문에 맞추어(expressly) 추출한 신선한 커피라는 의미였다. 오늘날 에스프레소는 ‘곱게 갈아 압축한 커피가루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9~11bar의 압력으로 뜨거운 물을 가하여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한 고농축 커피’를 의미한다.
강한 압력으로 추출한 이탈리아식 커피. 보통 드미타스(demitasse)라는 조그만 잔에 담겨서 제공된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로 ‘빠르다, 신속하다'의 의미인데, 고압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빠르다는 의미로 이렇게 불리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에스프레소라는 용어는 현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존재하기 전인 1880년대에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의 뜻은, 고객의 주문에 맞추어(expressly) 추출한 신선한 커피라는 의미였다. 당시 카페의 고객들은 지금처럼 바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터로 가기 위해서 주문을 하고 5분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증기를 이용한 커피 추출 방식이 1896년 고안되었는데, 1시간에 3000잔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관심을 끌긴 했지만 맛은 최악이었다. 증기의 온도가 커피 추출에 적당한 온도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커피의 향이 제대로 살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1901년 이탈리아의 발명가 루이기 베체라(Luigi Bezzera)가 비로소 실용적인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했고, 1905년 파보니 회사가 이 기계를 제작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기계도 증기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증기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물의 압력을 높여서 원두분말을 통과하며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금속으로 된 필터나 탬퍼 등의 구조는 지금의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조와 매우 유사했다. 1920년에서 1950년대 중반까지 머신은 계속 개선되었고, 마침내 커피 추출에 적정한 온도인 90°C 정도에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에스프레소는 ‘곱게 갈아 압축한 커피가루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9~11bar의 압력으로 뜨거운 물을 가하여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한 고농축 커피’를 의미한다. 높은 압력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드립커피와는 다른 농축된 맛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압력으로 커피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과 향기가 결합한 크레마(crema)가 생성되어 커피 액체 위를 덮게 된다. 이 크레마는 에스프레소의 온도와 향미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크레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커피의 신선도와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가 커피를 뜻한다. 한국에서 에스프레소는 카페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기본 원액으로도 이해되고 있으며, 에스프레소 원액에 물이나 우유, 크림, 캬라멜 시럽 등을 섞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캬라멜 마끼아또, 카푸치노 등을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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