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펼치며
복지관 퇴사 후 자유활동을 하면서 사회사업가 동료 혹은 사회복지대학생을 만날 때가 있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장으로 나아갈 확신이 없다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 상황과 처지를 제가 온전히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때마다 먼저 듣고 지금 할 수 있는 말을 합니다.
'그 상황에선 그럴 수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일을 선택했으나 숨 한번 고르고 다시 가보자!'
그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도 그렇게 잘 난 것 없는데 괜히 말을 꺼냈나 싶으면서도
지금까지의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슈퍼비전'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슈퍼비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하며 그 실제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때에 반가운 학습 과정을 만났습니다!
이번 연수가 사회사업 슈퍼비전을 깊고 넓게 알아가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그 때를 풍성하고 유익하게 누리기 위해서 '자기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책장에서 아래의 책을 꺼내어 펼쳤습니다.
#2. 책을 읽으며
어떤 일 혹은 어떤 공부든 먼저 개념을 정의하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눈에 보이는 현상을 개념과 목표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슈퍼비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책에 소개된 슈퍼비전의 개념과 틀을 살폈습니다.
슈퍼비전(Supervision) : 후배의 실천을(후배의 질문을) 이상에 빗대어 해석하고 제안하며 안내하는 일입니다. 높은 차원에서(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설명하고 응원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르고자 하는 '이상(Vision)'의 자리에서 그 일을 바라보며 위치를 이해하고, 나아갈 길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9쪽
위의 개념을 이해하고 후배에게 이상의 사다리를 보여주며
후배가 스스로 그 사다리를 올라가 이상에 닿을 수 있게 거드는 것,
그게 사회사업 현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슈퍼비전임을 배웁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하는 일(현상)을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에 비추어
해석하는 훈련(생각)을 나부터 꾸준히 하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사업 이상'이 없다면 후배가 어려움이 있어 질문했을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이 길로 가도 되는지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회사업 바르고 안전하게 할 수 있을지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슈퍼바이저 자신도 길을 모르는데 슈퍼비전을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업 이상이 없는 슈퍼바이저는 분명 슈퍼비전을 주며 우왕좌왕할 겁니다. 횡설수설할 겁니다. 그것을 후배가 모를 리 없습니다. 금방 눈치챕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하는 말들은 분명 '잔소리'로만 들릴 겁니다.
-54쪽
후배 사회사업가에게 '이상의 사다리'를 만들어주고 '사회사업 소명'을 맛볼 수 있게 도와갈 뿐입니다. 때떄로 이를 점검하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나부터 내 이상의 사다리를 손보고, 내 이상과 소명을 점검합니다. 여기서 권위가 나오고, 존경이 따라옵니다.
-15~16쪽
위에서 본 슈퍼비전의 개념과 이상의 사다리를 생각하며
책 속에 담긴 여러 선생님들의 슈퍼비전 기록을 읽었습니다.
아픔을 경험한 사회사업가가 비슷한 아픔 속에 있는 당사자를 깊이 공감하면서 더 잘 도울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아픔을 경험해서 그를 잘 이해한 것 같지만, 이미 그 아픔을 경험하고 또 극복까지 했다면 오히려 아픔 속에 있는 당사자의 상황을 '별 것 아니라' 여길 수 있습니다. 동일한 경험이 오히려 공감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18쪽
사회복지사는 당사자가 누구든 도와야 합니다. (...) 설령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후 사회적 관계를 통하여 공동체 일원으로 잘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 원칙은 이렇습니다만, 여러 가지 상황, 사람과 사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칙을 지켜 잘 돕고자 하는 기준도 필요하지만, 기관과 사회복지사의 상황, 역량, 적절한 슈퍼바이저 유무도 살펴야 하고 주민 정서,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복지사와 주민 또한 보호받아야 합니다.
-66쪽
몸이 아픈 당사자를 사회복지사인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의사가 아닌 우리는 당사자의 신체적 고통을 낫게 할 수 없다. 우리는 타이레놀 한 알도 처방할 수 없다. 그저 우리는 당사자의 사회적 고통 즉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146쪽
우리 주위에 많은 '콜필드[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기행(奇行) 청소년]'가 있다. 그들에게 그들을 믿어 줄 가족, 친구, 선생님, 이웃 등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자.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사람이 되어주자
-179~180쪽
'산티아고[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연륜있는 어부]'는 요즘이라면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지식하다고 소문난 어른과 비슷한 모습일 것 같습니다. 나는 '소년[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와 함께하는 인물]' 처럼 흔들리지 않고 '곡선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합니다. 의도적으로 강점을 보고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같은 사람도 누가 보느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입니다.
-209쪽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눈을 돌리지 않으며,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는 슈퍼비전이란 무엇인지
여러 선생님들의 슈퍼비전 단상을 읽으며 그 실제가 그려졌습니다.
더하여, 그 내용을 잠깐 반짝이는 말보다 오래 빛나는 글로 기록하여
후배에게 전하는 멋도 느껴졌습니다.
이런 실제와 멋을 잘 익혀서 제가 하는 일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동료, 후배와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는 동료,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그 모습이 '슈퍼비전으로 더불어 성장하는 사회사업가' 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비전은 말로 할 때도 있지만, 때때로 글로 전합니다. 선배 사회사업가는 후배에게 전해준 이런 기록이 쌓이면 '슈퍼비전 선집'도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예시 : 김은진, 『한 번쯤 고민했을 당신에게』 구슬꿰는 실) 그렇게 선배와 후배가 함께 성장해 나아갑니다.
-10쪽
#3. 책을 덮으며
슈퍼비전 필요성을 느끼며 그 개념과 실체를 이해하고자 펼친 책,
흥미롭게, 깊고 넓게 그리고 유쾌하게 여행하듯 읽었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있는 슈퍼비전의 숲을 지나며 저 또한 키가 커짐을 느낍니다.
슈퍼비전이라는 큰 숲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책을 덮으며,
슈퍼비전을 잘 기억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현상을 '직시'하며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로써 '명확'하게 '통역'한다면! '슈퍼(Super)비전'
현상에 '직면'하며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없이 '막연'하게 '오역'한다면? '슬퍼(Sad)비전'
<슈퍼비전 : 직시, 명확, 통역>
<슬퍼비전 : 직면, 막연, 오역>
이어,
이를 성찰하게 할 '자기 생각(질문)'도 만들었습니다.
'후배인 나는, 선배에게 어떤 비전을 받고 싶을까?'
'선배인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비전을 전하고 싶은가?'
저의 답은 '슈퍼비전'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직시' '명확' '통역'하는 슈퍼비전을 하고 싶습니다.
그 훈련 과정으로써 책 속에서 확인한 슈퍼비전의 개념과 실체를
오늘 내가 하는 일에서 꾸준히 적용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걸어가며 절차탁마 하는
선배, 동료, 후배가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연수 때 인사드렸던 고경화 학교사회복지사입니다.
연수 참여 전에 읽고, 연수가 끝난 지하철에서 선생님 글을 읽었습니다.
슈퍼비전 연수를 풍성하고 유익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참석하시는 선생님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제대로 슈퍼비전 받아본 적이 없어서, 학교 현장이라 슈퍼비전 체계가 없다며 미루고 미루며 위험한(?) 실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슈퍼비전 고민이 생겼고, 지역 내 모임을 궁리하다가 지치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오늘 참여한 슈퍼비전 연수는 내적 동기 뿜뿜 되었네요.
이틀 연수도 화이팅입니다!
연수 끝난 후 선생님 생각을 정리하신 슈퍼비전 연수 후기 글도 기대됩니다!👍
고경화 선생님~
꼬리말 남겨주어 고맙습니다.
내적 동기 뿜뿜! 저도 그렇습니다.
슈퍼비전 글 쓰는 분은 일 잘하는 사회사업가의 기본이 튼실해지겠다는 생각에 더하여
오늘 연수 참여하며 정리하고 싶은 주제도 생각났어요.
제게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일정도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