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책을 펼치며
지난 3월 책사넷 모임에서 저자 최우림 선생님에게 직접 선물 받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출간되었던 책 『덕분에 사회복지사』 를 읽었습니다.
읽으며 최우림 선생님의 지나 온 성장 과정과 마음의 깊이를 느꼈습니다.
(자기 일에 대한 멋을 넘어 '격'이 있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 느낌이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되는 마음이 컸습니다.
3년만에 나온 신간, 그 안에 담겨있을 성장과 성찰 경험에 관한 궁금증도 있지만
보다 큰 궁금증은 잭의 부제 <'할머니'라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마음, 눈빛, 표정으로 그분들과 함께 살아왔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나의 지금, 또 여기에는 온통 '할머니'로 가득하다. 양가 할머니 얼굴조차 알지 못하지만, 현장에서 나는 수십 명의 할머니로 둘러 싸여 있다. (...)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 또 감동과 감사가 한데 섞인 '할머니'라는 세계. 단단하게 굳은 몸과 마음, 정신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우리 '할머니'라는 세계. 우리 현장의 이 아름다운 장면 장면을 가지런히 담아내고 싶다.
-6쪽
# 2. 책을 읽으며
이번 책도 지난 번과 동일한 읽기 방식으로 따라갔습니다.
와 닿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별표와 메모를 하며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갔습니다.
(사진 외에도 표시한 대목이 많습니다. 그만큼 책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습니다)
최우림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 이야기를 읽으며,
할머니들과 함께하며 성찰하는 인간적인 순간들이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을 고뇌, 후회, 분노, 회고.. 그 복잡한 마음들도 전해졌습니다.
이런 순간과 마음이 쌓여 '할머니'라는 세계의 깊이와 넓이를 알아왔겠구나 싶었습니다.
"... 그냥 이렇게 살까? 배우지 말고?"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순간 마음이 덜그럭 댔다. 첫 번째 덜그럭은 놀람의 '덜컥', 다음은 마음 아픔의 '울컥', 그리고 바로 이어진 약간의 분노. 무엇이 어르신 마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56쪽
이씨 어르신은 '욕쟁이 할머니'도, '악성 민원인'도 아니었다. 말씀을 찬찬히 들어보니 참 정직하고 경우 바른 분이었다. 어르신은 깊은 믿음, 신앙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아주 독실한 천주교 신자. 이씨 어르신은 믿음으로 살고 믿음대로 살기위해 노력했다. 그런 분을, 그런 귀한 마음으로 사는 분을 젊은 사회복지사가 나는 감히, 함부로 명명했다.
-62쪽
표면적인 이유는 채씨 어르신을 향해 자행했던 그 사기, 기만이다. 강약약강, 우리사회의 비열하고 못난 면면은 가리봉동 한구석, 우리 어르신 삶터 깊이 침투했고 이를 본 나는 두 눈에 핏대가 설 만큼 분노했다. (...) '약자' 채씨 어르신을 얕잡아 보고 사기 치고 기만하는 그 모습은 나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106쪽
정씨 어르신 미자막 모습이 아직 눈에 선명하다. 웃음소리, 남은 힘 쥐어짜듯 뱉어내던 노랫소리, 손뼉소리. 몸과 정신이 허물어져 가는 그 마지막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해 '어르신다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게 아마 어르신이 기억되고 싶은 모습일테다. '하하 할머니'로 말이다.
-126~127쪽
이런 인간적인 순간과 마음들을 모아온 최우림 선생님은
흥미로운 부제, '할머니'라는 세계를 무엇이라 표현 했을까?
(이 부분에 관한 내용은... 스포일러 패스! / 궁금하시다면 구매하여 직접 살펴보세요 ^^)
'할머니'라는 세계에 대한 최우림 선생님의 생각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쩌면 더 살아봐야.. 아니 더 살아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세계,
그럼에도 분명하게 이해되고 (크게) 공감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보유했기 떄문에, 할머니 덕에 가정과 사회, 국가는 적어도 먹고 살 만한 곳, 사람 살만한 곳이 됬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 어른모두에게 적어도 마음 붙일 곳, 잠시 쉬어갈 곳으로써, 할머니는 묵묵히 자기 세계를 지켜가고 있다.
-204쪽
이 대목을 보면서..
복지관 실무자로 일할 때 만나온 많은 할머니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때마다 전화드리며 안부를 나누는 고향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전화 한 통, 가벼운 인사 한 마디에도 '고맙다' '반갑다' '건강해라' 하는 그 분들,
전에는 언제 어디서든 쌩쌩하게 잘 다니는 '보물' 같은 존재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르는 '고물'이 되었다고 하는 그 분들,
그 분들 덕분에, 보물 같았던 그 존재감 덕분에
오늘도 제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이 글을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 3. 책을 덮으며..
할머니들을 만나며 인간적인 사회복지사로써 성장한 이야기를 덮기 전,
이 책, 이 글을 왜 쓰게 되었을지를 짚어주는 대목을 다시 읽었습니다.
말로 추억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말은 금방 휘발한다.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더 써야 한다 생각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써야 함은 당연하고 어르신 여섯 분이 자기 삶을 담담히 써 내려갈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아들딸, 손자손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의 지난 몇 년, 몇십 년, 알고 싶을 것 것다. 그 귀한 시간, 그 귀한 삶이 마지막 숨과 함께 소멸되지 않도록 글과 그림으로, 사진으로 새겨넣고 때가 되면 아들딸, 손자손녀, 주변 여러 사람에게, 그 귀한 한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유산'으로 선물하고 싶다.
-35쪽
삶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우리 일에 대한 믿음. 그 믿음으로 이 책 한권을 썼다. 또 이에 더해 소망과 바람, 결심을 담아 제목을 지었다.
-211쪽
말보다 진한 글로써 '할머니'라는 유산을 남기며
삶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믿음으로 책을 쓰는 사회복지사
그런 최우림 선생님이니 이번 책, '할머니'라는 세계를 쓸 수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더하여,
사회사업가로써 갖춰야 할 기본기로써 '관점과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 기본기를 튼튼하게 갖추고 매일매일 단단하게 만들어 내는 사회사업가,
그 사회사업가가 우리 현장에서 귀하게 대접받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좋은 선배가 되어가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귀히 여겨 달라. 허리가 무너지면 똑바로 설 수 없듯,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바로 설 수 있게, 적어도 '현타'와 '노잼'으로 시들시들하다 현장에서 진저리 치고 떠나지 않게,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해 달라.
또 한가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십 년차 사회복지사, 나의 동료에게 할 말이 있다. 나는 안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아니, 알 사람은 다 안다. 우리가 지난 십 년을 지켜왔던 그 귀한 마음을 쉽게 내려놓지 말자. 부당하고 불합리하고, 저 사람은 왜 저렇고 우리 조직은 왜 이모양이고,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자꾸 내려앉겠지만, 그럴수록 우리 다음을 생각하자. 우리 현장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배가 되자. 그래서 우리가 바꿔보자.
-181~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