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책을 펼치며
3월 서울 책사넷에 함께 한 최우림 선생님에게 신간 『그래도 사회복지사』 선물받았습니다.
저자에게 직접 사인받아서 선물 받는 기쁨이 참으로 컸습니다.
한해 애씀의 결실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선물 받은 그 책을 읽기에 앞서, 그 전에 출간된 책을 읽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면 최우림 선생님이 지나 온 성장 과정을 알 수 있기에
이번 책이 더욱 입체적으로 와 닿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다시' 이 책을 꺼내 펼쳐들었습니다.
# 2. 책을 읽으며
구매했을 2021년에는 '그렇구나! 애써 오셨구나' 라며 넘겨봤던 이야기,
이번에는 정성으로 읽고 싶어서 '빨간펜(!)' 들고 읽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광부가 광맥을 만난 듯 반갑게
어떤 부분에서는 수맥을 만난 듯 위태롭게 살폈습니다.
와 닿은 문장에 밑줄과 별표했고 떠오른 생각들을 여백에 메모했습니다.
그렇게 읽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것은..
사회복지사로써 최우림 선생님이 겪어 온 고뇌와 성찰 과정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난중일기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수 체육 시설대신 지역사회 체육시설을 찾은 장애인 당사자, 그 당사자를 오래, 자주 만나고 싶어 하는 운동하는 사회복지사,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장애 비하 발언을 하는 그 남성이 한 공간에서 운동하는 이 모습이 참 우습고 슬프다.
-47쪽
'독거 남성 장애인' '공과금 연체' '잦은 입&퇴원' '알코올 문제'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 안에 이미 구씨 아저씨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구씨 아저씨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보였다. (...) 며칠 후 구씨 아저씨 전화를 받았다. 나는 더 이상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무능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58~59쪽
그날도 비슷했다. 큰 문제없이 늘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지, 검지 두 개로 도시락을 집어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엄청나게 오염된 물건을 내 손에 닿지 않게 하기 이해 애쓰는 모양으로.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순간 '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이게 무슨 짓이지?' 했다. (...) 두꺼운 장갑은 손과 손이 맞닿을 때 전해지는 그 따뜻한 온도를 전하지 못한다. 사람살이 참 삭막하게 느껴진다.
-69쪽
사회사업 본질을 살피지 않고 쉽고 빨리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 쉽게, 조금 빨리 도착한다 한들 그곳이 사회사업 본질을 한참 벗어난 곳이라면? 작은 씨앗 하나 심을 곳 없는 메마른 땅이라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면? 그래서 나는 쉬운 길 대신 옳은 길 선택한다. 융통성 없고 미련해 보일 수도 있겠다. 물론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다. 시간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내가 오르고 있을 이 비탈 너머 사람을 사람답게 자주, 사회를 사회답게 공생하는 사람살이 생각한다.
-77쪽
일을 하는 위치에서 편리하다. 나름 객관적인 근거로서 여러 사업에 활용한다. 하지만 나는 한발 물러 생각한다. 편리하기 위해, 일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목록으로 나는 어떤 '택일'을 해왔을까? 쌀 10kg 받을 사람 '택일' 김치 15kg 받을 사람 '택일' 하며 목록 밖 당사자 삶을 잊고 살지 않았을까?
-98~99쪽
당시 나는 섭이 아버지 선택이 옳다 생각했다. 섭이는 시설에서 충분히 교육받고 보호받을 수 있어 좋고 섭이 아버지는 아들 양육부담을 조금 덜어낼 수 있어 좋고. 그래서 나는 섭이 아버지 선택 지지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았다. 섭이 아버지는 '섭이 아버지'로 살고 싶어했다. 몸은 힘들지만 섭이 보며 삶의 의지를 단단하게 했다. 바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섭이가 없으니 굳은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 참 힘들었을테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섭이 시설 입소한지 반 년 만에, 그렇게 홀로 죽음 맞이했다.
선택은 온전히 섭이 아버지 몫이었다. 하지만 나는 죄책감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수년이 지난 지금 아직 큰 돌덩이 하나 얹고 살아가고 있다.
-114쪽
그런 고뇌와 성찰 과정을 스스로 '직시'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 사회사업 실천 이야기가 깊이 와 닿았습니다.
자조모임 함께했던 지난 4년여, 참 많이 실수했고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처음 하는 일이기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것도 꽤 매력 있어." 하며 격려했다. (...) 적어도 우리 모임에서 성씨 어머니는 '지적장애인' '지적약자'가 아니었다. '바보', 누구도 성씨 어머니 보인도 더 이상 스스로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우리 모임에서 성씨 어머니는 남편과 시어머니, 두 아들과 살고 있는 농사 솜시 좋은 사람, 처음에는 낯을 조금 가리지만 조금 친해지면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인정 많은 사람, 누구보다 맑고 순수한 사람, 그런 사람이다.
-56~57쪽
나는 사과했다. 문제를 찾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던 나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고백했다. (...) 구씨 아저씨는 허허 웃으셨다. 집 앞 짧은 골목을 수십 번 오고 갔다. 구씨 아저씨는 본인 살아 온 과정을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굴곡진 삶을 어떻게 버텨왔었는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과정을 알고 나니 구씨 아저씨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큰 강점으로 다가왔다. (...) 그날 이후 구씨 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61~62쪽
나는 고씨 어머니 눈을 마주보고 말을 했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는 왜,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 탐정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듯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의 중심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을 살피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 바로 그런 일을 내가 하고 있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105~106쪽
지적 약자가 평범한 사람을 넘어, 자기 재능을 발휘하며 유능한 사람이 되게 거든 지혜 있는 행동,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불편한 시선을 자각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며 다시 행동한 용기 있는 행동,
진정성을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않고 나아가려는 근성 있는 행동
위의 세 가지 행동을 보면서
고뇌와 성찰로 다져진 사회복지사 최우림 선생님의 '격'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격이 담긴 이 책, 작지만 단단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좋은 계기로 이 책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 3. 책을 덮으며
사회복지사 최우림 선생님의 고뇌와 성찰 그리고 성장 과정이 담긴 작은 책 한권,
책을 덮으며 '이렇게 성장한 바탕에는 어떤 경험이 있었을까?' 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해답이 될 문장을 봤습니다.
내가 현장에서 받은 환대 기억은 정말 차고도 넘친다. 사실 지칠 때도 있다. 더운 날은 더워서, 추운 날은 추워서, 그리고 또 다른 여러 이유로, 그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그 힘은 바로 이런 (환대) 경험 때문이다.
-41쪽
당사자, 이웃, 지역사회와 관계하며 받은 사람이던 동료에게 받은 사람이던, 사랑으로 자란 사회복지사는 그렇지 못한 사회복지사보다 더 오래 현장을 지킬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사회사업 계속 해야하나? 아니 계속해도 될까? 끊임없이 자문자답 하면서도 이 끈을 놓치 않는 것은 내가 받은 사랑 덕분이다. 그 사람이 나를 바로 서게 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게 했다.
-67쪽
사회사업 실천 과정이 마냥 좋을 때만 있지 않고,
때로는 지난하고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나아가며 성장한 바탕은 '사랑과 환대의 경험' 이었음을 봅니다.
그런 경험이 최우림 선생님이 하는 일의 격을 세우고
꾸준히 이어가게 끔 하는 원동력임을 깨닫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사로써 일하면서 둘레 사람들과 꾸준히 사랑과 환대를 주고받고 싶습니다.
그런 삶을 함께 살아가실 수 있는 환경(=모임, 활동)을 주선하고 거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사랑과 환대의 나눔 문화가 이뤄지는 모임, 활동이 지역 곳곳에서 이뤄질 때,
그 동네 그 지역에는 사람이 살만하다 여길 수 있겠습니다.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문득 생각나는 사람,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전화하면 찾아가면 늘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람, 따뜻한 언어로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
-27쪽
그런 '우리 선생님'으로써
작가 사회복지사 최우림 선생님이 이어가고 싶은 사람살이,
그 정겨운 행보를 꾸준히 기록하며 나아가길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기록하는 고통은 길지 않다. 하지만 기록을 포기하면 길고 긴 방황이 시작된다. 사회사업 기록은 고통이고 부담이다. 쉽게 쓰지 못한다. 연필로 꾹꾹 눌러 한 자 한 자 적었다가 지우개로 벅벅 지우기를 반복하는 느린 기록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나는 이 기록을 반드시 해내려 한다. 글 첫머리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온전히 내 힘으로.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기 위해, 부리지지 않기 위해.
-87~89쪽
'그래서 나는 사회사업 다시 잘 해보기로 결심했다'
-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