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이후 바로 사회사업 현장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서류 작업, 행정 절차를 익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적응했다.
업무일지, 상담일지, 각종 사업 계획서, 결과보고서 등을 작성할 때 ‘필력’이 문제 되지 않았다.
나는 글을 쉽게 썼다. 일을 한지 7년 차 되었으니 각종 서류 작업에 어느 정도 도가 텄다.
(…) 그런 내가 유일하게 쉽게 쓰지 못하는 글이 있다. 바로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글, 사회사업 기록이다.
(…) 나는 왜 유독 사회사업 기록을 힘들어하는 걸까? 왜 쉽게 쓰지 못하고 있을까?
사회사업 기록할 때 나는 긴장한다.
더욱 조심스럽다. 혹시 내가 가진 치우친 생각, 부족한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특히 당사자 삶이 부정당하진 않을까? 겁이 난다.
내가 과연 사회사업 기록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도움이 되긴 할까?
혼자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생각을 달리하면 사회사업 기록 쉽게 쓸 수 없는 글이 맞다.
가볍게 쓰고 가볍게 읽히는 글이 되면 안 된다. 사회사업 기록에는 당사자 삶이 있다.
사회사업 하는 내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사회사업 기록하며 고통을 느끼는 것 역시 당연하다.
밧줄 위를 걷는 기분 들 때가 종종 있다.
최근 들어 더욱 자주 그렇다. 불안 불안, 그래서 더 조심 조심.
크고 작은 바람을 마주할 때면 내 안과 밖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런 내가 사회사업 한다.
이 기록은 밧줄 위를 걷는 내가 중심 잡기 위해 움켜쥔 길고 무거운 장대이다.
한 발 한 발 옮기는 것조차 힘이 들어 무거운 장대를 놓아 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장대를 놓아 버리면 나는 중심을 잃고 주저앉을 것을, 아니 추락하고 말 것을. 그 직전까지 가 보았으니.
기록하는 고통은 길지 않다. 하지만 기록을 포기하면 길고 긴 방황이 시작된다.
사회사업 기록은 고통이고 부담이다. 쉽게 쓰지 못한다.
연필로 꾹꾹 눌러 한 자 한 자 적었다가 지우개로 벅벅 지우기를 반복하는 느린 기록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나는 이 기록을 반드시 해내려 한다.
글 첫머리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온전히 내 힘으로.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기 위해, 부러지지 않기 위해.
「덕분에, 사회복지사」 (최우림, 구슬꿰는실, 2021) 88~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