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가 2월 책 모임(2/20), 「제3의 장소」 책모임 잘 다녀왔습니다.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여름날 저녁, 피렌체의 종탑은 저녁 기도 시각을 알리고 사람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광장으로 모여든다. 피렌체 대성당 계단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상인, 장인, 교사, 예술가, 의사, 기술자, 시인, 학자 등 지위나 계층은 상관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 소식과 여러 가지 질문과 고민 상담, 갖가지 농담이 활발하게 뒤섞인다. 언어와 사고가 끝없는 향연을 벌이며 호기심이 샘솟고, 수많은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생각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모든 토론 주제가 무한대의 의미로 분화되며 이 모든 이야기들이 나타났다 곧 사라진다. 이것은 피렌체 사람들의 낙이다.”
「제3의 장소」 74쪽 가운데
'제3의 장소'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장소’로 현대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인 ‘관계의 단절’을 해결하고자 하는 듯했습니다.
‘장소’는 사회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신기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더 붙잡고 읽다보니 어느정도 해답도 보이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의문1.
굳이 제3의 장소를 두지 않는 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 제1의 장소, 제2의 장소에서의 인간관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 두 곳에서의 만족 또는 안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 해답 : 비공식적 공공생활이 없으면, 사람들은 대신 일과 가족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제3의 장소」 51쪽 가운데
#의문2.
‘동화’는 제3의 장소가 갖는 또 한 가지 기능이다. 「제3의 장소」 19쪽 가운데
같을 (동) / 될 (화) 1. 성질, 양식, 사상 따위가 다르던 것이 서로 같게 됨
-> 같아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의문3.
학생회 회의할 때, ‘회의실’에서만 하면 지루할 듯해서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을까?
=> 회의할 때는 회의실에서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든 생각
#의문4.
집들이 모여 있다고 공동체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3의 장소」 44쪽 가운데
-> 반상회를 떠올렸다. 더하여 과거 우리 사회도 떠올렸다. 집들이 모여 있으면 당연히 그 자체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닌가 보다.
책에서 말하는 제1의 장소는 가정, 제2의 장소는 직장입니다.
그 외에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제3의 장소'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우리가 만날 분들은 우울감을 느끼고, 유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더 제3의 장소가 필요합니다.
안혜연 선생님께서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여행 경험에서 숙소에서 만난 체스하시는 어르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는 어떤 공간이 제3의 공간일까 생각하셨다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PC방이나 아이스크림 가게 등도 아이들에게는 제3의 공간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더하여 어렸을 때부터 함께 교회에 다닌 친구들과 있는 공간도 선생님께는 제3의 공간이라 하셨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친구들만큼이나 정을 많이 나눈 작년 여름 방화11 실습 동료들과 이번 겨울 구슬 7기 동료들이 떠올랐습니다. 활동이 끝난 뒤에도 종종 연락을 하곤 하는데, 우리도 ‘사회사업’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 나누며 행복해하니 제3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화현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차 한잔의 대화’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대학교에서 교수님과 ‘연구실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는데,
연구실에서의 대화는 어떤 주제라도 조금 어색함이 감돌듯 합니다.
우리에게도 각자만의 제3의 공간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저에겐,
학교 수업 마치고 잠실경기장으로, 고척돔으로 향한 뒤 경기를 응원하고 즐기는 게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게 ‘제3의 장소’는 야구장입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 코인 세탁방이나 각종 동아리 등도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이 가고, 함께 있어서 즐거움을 느낄 때 바로 그 장소가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인 세탁방은 요즘 방영하는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주인공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코인 세탁방에 나오는 걸 보고, '이 곳도 제3의 장소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김세진 선생님, 천화현 선생님, 안혜연 선생님, 김유미 선생님, 박혜원 선생님, 김승철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함께'하는 책모임은 혼자일 때보다 더 큰 유익과 배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사람은 모일수록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생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다음 모임에는 책 남은 부분을 모두 읽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는데 무척 기대됩니다.
'제3의 장소'가 있거나, 함께 '제3의 장소'를 찾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