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보석을 찾아서
정미영, 대전 대덕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최우림 '최초발견자'
최우림 선생님의 <최초 발견자>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최우림 사회복지사의 그 날의 일이 남 일 같지 않아서였다.
물론 내가 같은 일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번쯤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이든 다른 이의 죽음이든 마주하기를 두려워한다.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의 학생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저 그 학생과 몇 번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긴밀한 관계에 있던 나의 학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학생의 죽음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도망쳤다.
그 학생의 마지막 길을 함께 가자던 선생님의 권유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도망 다녔다.
죽음이 두려웠다.
그 즈음에 자해를 해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한 학생을 상담했기에 그 죽음이 더 두려웠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 학생의 죽음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최우림 사회복지사가 자신이 동행하던 당사자의 죽음을 최초 발견하고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는지 충분히 가늠되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났다.
과제를 하는 지금도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과제는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옮겨 적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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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그 현장을 발견해서 참 다행이다 생각한다. 처음부터 변함없는 생각이다.
매주 당사자 댁을 찾던 내가, 당사자와 관계가 깊던 내가,
보호자와 자주 연락하고 '만일의 일'에 대비했던 내가 발견해서 참 다행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골치 아픈 일', '책임지기 싫은 일',
혹은 '이 지역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 정도 생각하는 몇몇 이해 관계자의 손에 맡겨지지 않아 참 다행이다.
그날 그 일은 꽤 깊은 상처를 남겼다. 출혈이 상당했고 지혈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다. 상처 아래 새살이 돋기 시작했고 주변 피부도 단단해졌다.
물론 흉터는 남겠지만 흉이 아닌 '영광의 흔적'으로 명명하고 싶다.
살갗 위로 살짝 솟은 그 흔적을 가끔 매만져 가며 그날 그 일을 기억하고 싶다.
그날 그 일, 그리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지난 여름의 땀과 눈물을 기억하고 싶다.
여러 사람의 도움과 배려, 또 응원과 기도를 기억하고 싶다.
상처의 깊이만큼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그 흉터는 한 사람으로서, 또 사회복지사로서 큰 자랑이고 또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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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림 사회복지사는 아픈 만큼 더 단단한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생각한다.
기관장으로서 우리 직원들이 그날이 온다면
그 직원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겠다.
박세경, 한 사람을 돕는 일, 세심한 시선으로부터
<내 마음이 글이 되었다>에 실린 박세경 선생님의 글 '한 사람을 돕는 일, 세심한 시선으로부터'를 읽었다.
사회사업 실천을 하며 표면적인 어려움 그 너머에
세심하게 시선을 돌린 박세경 사회복지사와 백씨 아저씨와의 동행은
박세경 사회복지사를 새로운 사회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가 되었다.
박세경 사회복지사는 기록에서 ‘단 한 가지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면
백 씨 아저씨를 찾아뵙는 자신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다시 백 씨 아저씨를 찾아뵙기 시작하니 그 전에 보이지 않던 유아용 킥보드가 보였다.
이를 통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당사자를 우울증 치료가 아닌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로 백 씨 아저씨와 적극적인 사업을 벌였다.
아저씨의 당면 문제인 우울증이 아니라 아저씨의 강점을 찾았고
이를 통해 아저씨의 문제에서 벗어나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술로 하루를 시작하고 혼자인 게 편하고 좋다고 하던 백씨 아저씨가
‘살 맛 난다’고 말했던 순간은 아저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이웃을 도왔을 때였다.
숨겨왔던 재능, 소박한 음식, 좋아하는 일로 이웃과 만나고 도왔을 때 의미와 보람을 느끼셨다.
함께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당사자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이번 글쓰기 공부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돕고 싶고, 나누고 싶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은 그것을 실천한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와 우리 복지관 직원들도 이제 세심한 시선으로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슴 속에 묻어둔 보석들을 발견하게 도우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신혜선 '다정한 이웃, 김 씨 아저씨'
우리가 평소에 사례관리 할 때 자주 만나는 사례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이다.
우리 복지관 역시 그러한 가정이 많다.
다들 사회복지사의 꽃이라고 하는 사례관리를 어려워하고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우리 직원들 역시 사례관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사회복지사는 1인 1가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9년부터 꺼내기 시작하여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21년 김세진 소장님과 함께 한 ‘복지관 사례관리 이야기 강좌’를 통해
2022년 드디어 우리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이 1인 1사례관리 업무에 도전하고 있다.
5월까지 각자가 당사자를 정했다.
정한 가정 가운데 우울과 술 문제를 가진 가정이 있다.
다정한 이웃 김 씨 아저씨 역시 술 문제로 힘든 나날을 살고 계셨다.
신혜선 사회복지사는 김 씨 아저씨와의 만남은
편견 너머에 숨겨져 있던 보석을 발견한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첫인상을 무척이나 크게 생각해왔다.
앞으로도 첫인상의 편견에 사로잡힐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보석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해 갈 것이다.
박종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배 씨 아저씨 이야기- 당사자의 ‘진짜 마음’
우리는 당사자를 위해 무언인가를 결정할 때 모두가 진심으로 당사자를 위한다고 생각하며 결정한다.
이 이야기는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당사자를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회복지사가 세워둔 목표를 이루었지만
결과는 사회복지사가 원하던 방향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결정을 하며 살아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해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난다.
배 씨 아저씨 이야기는 그 결정의 순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례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그 때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당사자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당사자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지
당사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렇다면 결정의 순간에도 그 결정은 오롯이 당사자가 해야 한다.
당사자가 잘 결정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당사자가 삶의 주인이기에 본인 삶의 결정 순간에
본인 삶을 스스로 선택, 통제할 수 있도록 우리는 옆에서 돕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고진실, <오늘 출근합니다> '초기면담지 작성 성찰'
우리 복지관도 2021년까지만 해도 초기면접지라고 하는 양식에
우리가 굳이 알아도 되지 않는 사항들을 취조하듯 묻는 내용들로 꽉 차있었다.
2021년 말 김세진 소장님과의 3일 강의가 끝나고 사례관리 양식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재 라인에 당사자를 가장 상위에 두었고 우리가 굳이 몰라도 되는 내용들은 양식에서 없애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초기 면담’ 양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사례관리를 설명하고 당사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돕고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자고 했다.
아마 올 1년은 좌충우돌하며 때로는 좌절하고 계획이 틀어지는 일들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당사자 중심의 사회사업을 실천하자고 다짐했고
당사자 중심의 사회사업의 마법도 살짝 맛보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 복지관의
‘이웃과 함께 꿈을 키우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갑니다’라는 미션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우림, <덕분에 사회복지사> '사과, 다시 시작하기'
최우림 사회복지사가 만난 구 씨 아저씨,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최우림 사회복지사도 구 씨 아저씨의 반복되는 문제에 헤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구 씨 아저씨의 문제에 집중한 자신과 마주했다.
그리고 구 씨 아저씨의 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저씨의 강점을 찾고 아저씨와 다시 만났다.
아저씨와 다시 만나 지난날의 자신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사과하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도 변했다.
최우림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한 일은 아저씨를 만나 사과하기, 다시 보기, 자주 연락하기 딱 그 정도였다고 말한다.
구 씨 아저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마도 사회복지사의 솔직한 마음의 고백이 아니었을까.
다들 어려워서 하기 힘들어하는 사례관리도 우리가 관점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