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최은경, 서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오늘 만난 행정기관 주무관 님은
박OO 군 어머님을 '민원인'이라고 불렀다.
바로 옆에서 어머님을 부를 때마다 말이다.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당사자와 가족을 한 인격체로서 바라보기 보다,
특정 민원을
꾸준히 요구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론 나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 같은 상황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꽤나 받는 처지에서
그 주무관님 편에 서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원인이라는 단어가 나를 멈칫 서게 한다.
김춘수 시인도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된다고 말하듯,
사람을 칭하는 호칭이나 이름이
그의 처지와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OO 군 어머님이 요구하는 일이
단지 처리하기 위한 민원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어쩌면 이 당사자 가족을 위한 것만이 아닌
적절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동료 당사자를 대표하여 투쟁하는 과정이며
보이지 않은 길을 개척하여 걸어가는 것이다.
나 역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상담으로 만나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나의 태도와 언어로 인해
낙심함이나 수치심을 주지 않길.
적어도 장벽이 되지 않길.
사안과 상황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우선 바라볼 수 있길.
중심을 잡아본다.
+
이렇게 또 타인의 돌봄을 위한 고심과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는 괜찮은가?
물어보고 싶다.
도리어 내가 단단히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일까.
첫댓글 최은경 선생님. 반가워요!
선생님 글 속에 '박군 어머니'를 응원합니다.
어제 오늘 읽고 있는 책(사람, 장소, 환대)에서 제가 밑줄 친 부분이 떠올라 공유드려요.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자리를 준다/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딸린 권리들을 준다/인정한다는 뜻이다. 또는 권리들을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환대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
우리가 하는 일이 환대구나!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