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SISO, 2021
동네 주민들도 시들시들한 화분은 미용실에 가져다 놓는다고 했다.
죽어가는 식물도 살리는 미용실이었 던 거다.
미용실 주인아줌마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화분을 돌보았을 것이다.
화분을 그냥 햇별에 내놓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손님들에게 정성껏 대하는 것처럼 화분에도 마음을 나눠줬을 것이다.
그러니 말 못 하는 화분조차 그렇게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화분이 저절로 무성해지는 미용실에서 또 하나 마음에 든 것이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미용실은 좁고 낡아서 세 사람이 앉으면 딱 맞을 기다란 벤치와
두 사람이 등 돌린 채 얼추 앉을 수 있는 스툴뿐이었다.
거기에 앚아 있던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빨래 건조대에 널린 수건들을 가져다가 개키고 있었다.
(...) 또 미용실 밖에 있던 건조대가 바람에 비스듬히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서 안으로 끌고 들어오기도 했다.
주인아줌마 혼자 운영하는 미용실이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알아서 일을 도왔다.
'내 돈 주고 머리하러 왔는데, 내가 왜 미용사를 도와?' 하는 마음 같은 건 누구에게도 없었다.
모두가 자기 일처럼 주인아줌마를 도와주었다.
주인아줌마 역시 친하다는 이유로 손님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늘 존댓말을 썼다.
부담스러운 대접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진심과 성의가 넘쳐났다.
말수가 적은 주인아줌마는 항상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경청의 자세가 몸에 밴 아줌마를 찾아서 그 미용실에 왔던 것 같다.
(...)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건 능력 중의 능력,
가장 귀하고 따뜻한 능력이다.
21~23쪽
첫댓글 어떤 직업, 어떤 현장이든
진정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소박하면서도 정감있고 진심으로.
단순, 단단, 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