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인 '나'
정민영,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를 선택한 이유
‘질풍노도의 사춘기’, 이 말은 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 좀 해라.” 그 흔한 잔소리도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교 1등 하는 우등생도 아니었고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알아서 할 일만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된 동기도 특별하거나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표현이 가장 설명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단순히 정해진 봉사시간만 채우려고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몇 번만 가면 충분히 정해진 봉사시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의무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었지만 봉사활동을 가는 주말이 기다려질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막연히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당사자와 해보고 싶은 일도 있었으나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만약 내가 사회복지사라면 당사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당사자의 삶을 바꾸겠다는 건방진 착각이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복지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졌습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아동수당 등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책 가운데는 유독 복지와 관련한 화두가 많았습니다.
제3세계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공정무역 상품이 확산되는가 하면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구호의 손길이 국내에서 해외로 뻗어 나갔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사회복지’가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이런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떨렸고
대학교에 가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뒤늦은 사춘기를 맞다
제 나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원하던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낼 줄 알았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뒤늦은 사춘기를 맞았습니다.
수업을 빠지는 경우도 잦았고 주위 친구들처럼 학과 생활에도 사회복지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눈도 감고 귀도 닫으며 저를 고립시켰습니다.
저는 늘 제자리였지만 시간은 흘렀습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내가 왜 사회복지를 전공했는지 그 이유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저는 사람이 좋고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성인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익숙해졌습니다.
혼자 있는 삶이 편했지만 동시에 사람이 그리운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해 혼자 삶을 일궈가며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갈 곳이 없어 뜨내기 생활을 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직 사회생활도 시작하지 않은 20대 초반 여대생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공동체의 힘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혼족이 넘치는 세상이라지만 역시 사람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제가 뜨내기 생활을 할 때도 저와 함께 울어주고 도와줬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새내기 사회사업가가 되다
2020년 여름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신입직원 교육으로 한덕연 선생님의 <복지요결> 강의를 공부했습니다.
이전에 복지요결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복지요결>을 제대로 읽고 공부하는 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복지요결> 강의는 새내기 사회사업가인 저에게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마치 길을 잃은 사람이 나침반을 주운 기분이었습니다.
<복지요결> 속에 제가 방황을 했던 이유와 앞으로 방황을 하지 않을 이유가 동시에 담겨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을 확보해서, 사업을 잘 수행하고
당사자에게 필요한 자원을 많이 공급해 주는 전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저를 발견하는 순간 부끄러워졌습니다.
가치와 철학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본질과 방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었습니다.
사회사업의 본질을 알고 근본을 세워야 사회사업 바르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새내기 사회사업가라서 부족한 점도 많고 실수도 잦겠지만
스스로와 당사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뜻있게 실천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구슬' 사회사업 글쓰기 모임 목요일반에서
함께 나누는 정민영 선생님 글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