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기는 저에게는 소풍입니다
김경연, 마산장애인복지관
책방에 들어가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서울 궁동종합사회복지관 이하나 선생님, 마포시소와그네 이은아 선생님,
제주서귀포 작은예수의집 윤주영 선생님.
'책방, 구슬꿰는실'이 주는 편안함과 김세진 선생님 덕분에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 만남이 귀하고 고맙습니다. 매번 만남이 기대됩니다.
'서울에 오고 가는 게 힘들지 않으냐?' 물음에 쉽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이지만 사실 힘듭니다. 그래도 또 가고 싶습니다.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그 시간이 저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더 살피게 되고 나를 더 알게 되고 감사하게 됩니다.
9살 첫째 아이가 새벽 6시에 동생을 깨웁니다.
“지원아, 엄마 기차 못 타! 일어나야 해”
둘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겨우 어르고 달래가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운전을 해서 친정으로 향합니다.
결혼해도 친정 부모님은 끝까지 저의 보호자입니다.
아이들은 그 시간부터 잠도 안 자고 긴 하루를 시작합니다.
목요일 저녁은 아이들도 조금 더 일찍 잠들어버립니다.
저를 이해해주는 소중한 가족에게 매번 감사합니다.
서울에 가는 날만큼은 복지관에서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제가 글 쓰는 시간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팀원들이 배려해줍니다.
팀원 중에 누가 글쓰기 모임을 간다고 하면 저 역시도 동료들을 돕고 싶습니다.
기차에 타는 순간부터 편안해집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출근하고 나서도 그랬습니다.
육아가 힘들다기보다는 육아 시간에는 육아에 집중하듯이
나만의 공간, 시간에 나에게 더 집중 할 수 있으니 즐거운 것 같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새벽 그 순간부터 마산역에 도착하는 저녁까지 오직 나의 시간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책도 읽습니다. 내 책이니 줄도 그어가고 필기도 합니다.
잠도 잡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서울역에 도착합니다.
언제나처럼 김세진 선생님께서 ‘편안히 오세요.’라고 문자 주십니다.
기차라는 이동수단은 많은 사람이 내리고 탑니다.
업무로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병원 진료를 위해 서울에 왔던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실 하나하나 다 기억하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간혹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위가 기차표 끊어줬어요.”
딸은 삼성병원 간호사고 사위는 휴가를 쓰고 오늘 기차역까지 보내주고 갔다면서 자랑을 합니다.
두 아들도 일한다며 직장까지 말씀해주십니다.
부모님들은 남편 자랑보다 자식 자랑 할 때가 제일 신나고 행복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제는 기차를 자주 타다 보니 다양한 기능을 배웁니다.
간혹 방송이 잘못 나오거나 추우면 앱을 통해 부탁드립니다.
승무원이 와서 즉각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배우는 게 있습니다.
환승이라는 기능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지 못해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환승 하면 됩니다.
요즘은 서울역에 내려서 택시를 종종 이용합니다.
9시 50분에 기차를 내려서 10시 30분까지 가려니 마음과 몸이 조급합니다.
올해는 오른쪽 아킬레스건염으로 택시를 몇 번 타보니
모임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고 여유 있게 선생님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교육하러 가면 간식이 많습니다.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닌데 먹을 게 많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매번 갈 때마다 식사며 간식이 푸짐합니다. 다들 함께 먹을 동료를 생각하고 몇 개를 사게 됩니다. 김
세진 선생님이 먼 길 온다며 식사를 준비해주십니다.
서울 맛집은 그 주변 사람들이 더 잘 안다고 하지요.
주변에 살고 계시거나 직장을 다니는 선생님이 사 오는 음식들은 엄지손을 치켜들 만 합니다.
우리들은 글을 쓰기만 하지 않습니다. 책도 읽습니다.
책을 함께 소리 내 읽고 느낀 점도 말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다. 익숙합니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각자의 업무의 이야기도 나눕니다.
고민하는 나에게 확신이 없을 때 나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든든한 동료와 확실한 김세진 선생님이 계시니 배우는 게 신나기만 합니다.
다른 복지관이 하는 좋은 사업들은 배웁니다. 좋은 사업은 실천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기관을 보고 실천하는 기관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몇 차례 소풍이 남았습니다.
그 소풍이 끝나기 전에 책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글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글쓰기를 통해 바르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살피게 되었습니다.
동료와 후배들에게 '나 또한 선생님들처럼 고민했어요.'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고민은 선생님들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자기는 글을 쓰면서 배우고 성찰합니다.
작년보다 올해는 더 잘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누가 참여할지 벌써 기대됩니다.
먼 곳에서 오는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첫댓글 목소리가 예쁘신 김경연 선생님과 얼마 전에 통화했습니다. 올 봄에 책방에서 만나 같이 글 썼던 인연이 있어요~
그때 매주 마산에서 이른 아침부터 올라오신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오가는 길이 피곤하실 것 같았는데 책방오는 길이 즐겁다며 늘 표정이 밝으셨던 게 기억나요. 이렇게 글을 보니 또 생각납니다^^
고진실 선생님^^ 잘지내시지요. 고맙습니다.^^
글을 읽는데 선생님이 옆에 계시는 것 같아요. 응원해주시면 민망하고 부끄러우면서도 힘이 납니다.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살피게 되는 힘이 되기도 하네요. 고마워요. 선생님~~~~^^
@마산장복김경연 김경연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번 주에 만나지요?
기대하며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