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영 선생님은 서귀포작은예수의집에서 일합니다.
매월 두 번, 비행기 타고 서울 책방에 와서 글을 씁니다.
책자기 목요일반을 함께합니다.
제주가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육지로 나오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쓰고 계시고,
매번 글을 완성하면 보내주십니다.
이번에 읽은 재진 씨 이야기.
시설 밖에 집 얻어 나간 이야기가 고맙습니다.
아직은 글을 공유하지 않으시는데,
아래 글은 재신 씨와 관련하여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이라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지원 일지를 발췌 정리하여 다듬고 있어
더 생생하고 재미납니다. 사회사업 의미가 잘 녹아있습니다.
지금까지 입주자 열두 명 가운데 아홉 명의 글을 완성하였고,
나머지 글도 잘 풀어내면 올해 책이 나옵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책이 될 겁니다.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요!
2017년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 상담가가 정기적으로 입주자와 만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에 재진씨가 신청했습니다.
시설직원은 교대 근무하다 보니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까지 주선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재진씨가 김명란 선생님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김명란 선생님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선생님 옆에는 활동지원사가 항상 있었습니다.
숫기가 없고 친해지지 않으면 말이 없는 재진씨입니다.
그런 재진씨를 답답해하기보다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고 언제 만날지
적극적으로 김명란 선생님이 만남을 주도했습니다.
푸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김명란 선생님 덕분에 재진씨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김명란 선생님이 주선한 동아리 견학을 위해 좋아하는 목욕탕을 가지 않았습니다.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고 직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안부 전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언제부터 동료 상담가 선생님이 아니라 누님이 되었습니다.
늦가을, 누님과 점심 약속을 잡았습니다.
식당 앞에서 기다리던 재진씨가 왼손을 번쩍 들며 “왔다!”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재진씨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습니다.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재진씨가 웃옷 주머니에 자기 카드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따 커피 살게요!”
“진짜요? 고마워요. 이젠 내가 조금 편해졌나 보네.
예전에는 내가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야 마지못해 따라나서더니 먼저 커피 사주겠다고 말해주고.”
“센터 지원사업으로 만나기 시작했지만, 내년에도 이렇게 누님과 동생으로 가끔 뵙고 식사하면 좋겠어요!”
“그럼요! 이것도 인연인데, 저도 딸한테 삼촌 소개해주겠다고 자랑해놓았어요!”
재진씨 생일에 여자친구와 함께 김명란 누님을 초대해 즐겁게 파티했습니다.
취업했을 때 기쁨을 함께 나누고 첫 월급을 타서 밥을 샀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님은 진심으로 재진씨를 축하해주고 응원하였습니다.
여느 남매보다 서로 살뜰히 챙기며 지냈습니다.
2018년 가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명란 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급격하게 나빠져 입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습니다.
재진씨에게 소식을 전하고 조문하기로 했습니다. 놀랄 줄 알았던 재진씨는 의외로 덤덤해 보였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재진씨가 누님 영정에 절을 했습니다. 일어나는 재진씨 어깨가 심하게 들썩거렸습니다.
40대 중반 아저씨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같이 조문을 갔던 직원도 장례식장에 와 있던 자립센터 직원들도 재진씨 울음소리에 모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재진씨가 이렇게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 돌아가신 일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영정사진을 보고 그제야 밀려드는 슬픔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명란 누님을 만날 때 활동지원사로 항상 함께 있던 이미선 누님이 울고 있는 재진씨를 안아주며 달랬습니다.
김명란 누님이 돌아가시고 재진씨와 누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미선 누님에게 전화했습니다.
조금 어색하게 통화하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겨울에 오랜만에 이미선 누님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명란 누님 덕분에 재진씨가 많은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명란 언니는 나에게 특별하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명란 언니 덕분에 재진씨도 만났어요.
난, 이렇게 만난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요. 재진씨 우리 전처럼 계속 만나요!”
김명란 누님 덕분에 맺어진 남매의 인연을 이미선 누님과 재진씨는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진씨가 교통사고 나서 입원했을 때 병문안 오고 회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틈틈이 살폈습니다.
재진씨가 계속 일하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재진씨가 딴살림(지취)할 때 직접 만든 밑반찬을 주며 응원했습니다.
재진씨 첫 집들이 손님은 이미선 누님이었습니다.
재진씨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 이미선 누님입니다.
〈 이재진씨 개별지원일지에서 발췌하여 엮었습니다. 〉
출처 : 제주사회복지신문 2021.8.27.
* 서귀포작은예수의 집은 12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장애인들과 직원들은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에 이들의 일상이야기를 연재하여 싣는다<편집자 주>
첫댓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에 두번 '제주사회복지신문'에 입주자 지원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jejubokj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7
윤주영 선생님, 소식 고맙습니다.
귀한 이야기 두루 전하니 고맙습니다.
곧 책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