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습이 아니라 공부를 하였다
이현철 안드레아
지난 6월 9일 홍경완 신부님께서 ‘고대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도교 하느님’ 강의 시간에 ‘여러분이 이제껏 해온 것은 학습이었다. 진정으로 공부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이 말씀은 이제껏 나의 삶의 한 방편으로 삼기 위해 뭔가를 계속 학습하기에만 열중해 왔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난 중학교 3학년 때 가톨릭신자로 세례를 받았다. 내가 세례를 받은 1971년 2월, 나라도 가난했지만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었다. 어린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6년의 힘든 시기를 지내고서야 대학의 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비록 어린 나이에 가톨릭신자가 되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나만의 신앙철칙이 있다. 첫째,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성호를 긋는다. 둘째, 언제 어딜 가든지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는다. 그동안 100점은 아니지만 A+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이후 오늘날까지 나의 생활의 중심에는 항상 신앙이 자리하였다.
성년이 되어 ‘그냥 그렇다니까 그렇겠지 하고 믿어온 신앙’, ‘교회의 기본적인 의무에만 충실한 신앙’, 왠지 신앙생활이 확신에 찬 단단한 느낌은 아니었다. 울뜨레아, 성령 묵상회, ME도 다녀왔다. 그러나 왠지 피정을 마치고 나면 잠시 그 당시뿐, 마음 깊은 곳에서의 지속적인 울림을 느낄 수 없었다.
정년퇴임 몇 년 전부터 난 두 가지의 버킷리스트를 정했다.
첫 번째인 산티아고 순례 길 920km를 퇴임한 그 해 봄 부부가 함께 걸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소중한 많은 추억들도 담고 왔지만, 순례를 통해 내가 가톨릭 신앙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 나의 신앙생활이 아직 미성숙한 수준이라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버킷 리스트인 부산 가톨릭 신학원 입학.
첫 강좌였던 ‘그리스도교 철학’ 시간에 던지신 여러 물음들은 나의 신앙의 근원에 대한 앎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모세오경과 예언서, 공관복음, 이스라엘의 역사, 그리스도론, 한국 및 세계교회사, 교부학과 기초신학 등 한 과목 한 과목 모두가 나에겐 신앙생활 중 느낀 갈증 해소를 위한 단물이 되었다. 사회교리를 통해 현실 참여를 하는 사제와 수도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분들에 대한 편견을 고치는 기회도 되었다. 50년 동안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던 미지근한 나의 신앙을 다시 반성하였다. 신자생활만 오래하였지 그동안 허공에 떠서 밑바닥이 디뎌지지 않는 것 같았던 믿음에 대한 허전함과 의심들이 신학원 공부를 통해 점차 해소되어 가는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야 제대로 학습이 아닌 공부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날 어려움에서 구해주셨고, 늘 함께 해주신 하느님은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