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세례
진두선 안젤라
“먼저 소식지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세례는 주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큰 축복이다.
나의 유년 시절,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의 행동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본받고 싶은 행동들이 별로 없었다. 그릇된 행동을 하면 ‘너는 교회 다니면서 감히 하느님을 욕 듣게 하느냐’고 질책을 하기도 했다.
교회에 나가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어느 누구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고 느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인도의 간디 수상은 “나는 그리스도는 좋아하나, 그리스도‘인’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예수님의 계명을 잘 지키지 않고, 비 신앙인들보다도 못한 행동을 하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의 현실과 별다른 점이 없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꾸준히 해 오면서 그때 그 어린 시절에 친구에게 한 말이 교만이었구나, 하면서 회개의 삶을 살았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는 누구나 죄인이고, 부족함이 많은 존재인 것을 신앙생활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남편은 내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대는 없었는데, 8년 전 성모회 간부 활동을 할 때는 당신보다 먼저 출근했다가 당신보다 늦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더니, ‘성당에 방 한 칸 구해 줄 테니 집을 나가라.’고 하였다. 참 고맙게 방까지 구해줘서 쫓아내려고… 하면서 반문하였다.
창조론보다 진화론을 더 믿던 남편이 예비자 교리 반에 등록하여 교리 공부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적이 일어난 것 같이 여겨졌다.
남편이 교리 공부를 하는데 내가 왜 그리도 가슴이 벅차고 기쁨과 감사함이 교차하던지….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20년 전 친정 고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스스로 성당을 찾아가 교리반에 등록하여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세례를 받았다.
우리들은 이 지상의 삶이 끝나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안에 남편도 세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그렇게 권유는 많이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의 자비와 성모님의 사랑만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세상에 태어나, 남편과 자식은 잠시 인연 맺었다가 하느님 나라에 갈 때는 모두 두고 떠날 것이고,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 역시 잠시 관리하다 두고 갈 것이다.
세례를 받기 전에는 모든 것이 잘되면 다 나 자신이 잘하고 잘나서인 줄만 알았는데, 신앙을 가진 후부터는 그런 어리석은 착각은 안 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하느님이 개입하시지 않은 게 없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이해하고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가기위해 신학원 원서를 내고 입학하였다.
사회의 모든 모임은 2년간 접어두고 기쁜 마음과 들뜬 기분으로 입학하여 재미있게 공부하는 기간 동안 내 삶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육적인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고 그 깊은 슬픔은 어떤 진리도 치유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예비자 교리 반에 등록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에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더 생겼다(며느리). 그것도 같은 신앙을 가진 교우 가정이다.
이렇게 방학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 보면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인지도 모른다. 방학이 아니었다면 결석도 많이 했을 것인데 2학년 1학기 지금까지 아직 결석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느님은 반드시 선으로 이끄시는 분임이 분명’하신 것 같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오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은 우리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다.
시간은 생명이고 하느님은 우리를 시간 안에 주셨고 시간 속에서 지나가게 하셨다.
나의 시댁은 요즈음 말로 하자면 어머님께서는 유사종교를 믿으셨고, 친정엄마는 불교 신자셨다. 내가 영세한 이후, 사촌 시숙님 부부가 영세를 받으셨고 큰 시누이도 처녀 때 세례를 받고 50년간 냉담하시다가 다시 성당에 나오게 되셨고, 우리 아들은 군에서 세례를 받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주보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던 중 친정엄마는 딸인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셨다. 그때 막내 여동생이 엄마를 앉혀놓으시고 “엄마, 엄마의 보호자는 아버지이시고 시집간 언니의 보호자는 형부잖아. 보호자인 형부의 반대가 없으시면 되지 엄마는 엄마 종교가 소중하듯, 언니의 종교도 소중하잖아.” 하니까 엄마께서는 수긍하시면서 “응 알겠다.” 하신 이후로 별다른 반대는 없으셨다.
우리는 세속적인 성공의 삶으로가 아니라, 신앙적인 믿음의 삶으로 불림을 받은 자들이다. 내가 주님을 찾은 게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여 자녀 삼으신 것에 더욱더 큰 감사를 드린다.
예수님은 늘 살아계시며 항상 우리 가까이에서 말없이 현존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임을 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 줄 모른다.
“여보, 당신의 세례 받음을 축하합니다!”
“주님 제게 베푸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며 매 순간 당신께 감사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첫댓글 오랜 기도의 응답을 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