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회복을 위한 특별기도회)
4. 미스바에서 에벤에셀까지…(삼상 7:5-12/사망의 그늘에 앉아)
∙묵상을 위한 이야기 : <질문, 의뢰>
학생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다가 난관에 빠졌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부는 끝까지 그 문제를 풀려고 씨름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래도 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생님께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는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관문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보면, 김성균씨가 다리미 줄이 낡은 것을 보고, 자신이 고쳐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고치지도 못하고 줄만 싹둑 잘라서 짤막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될 일을 혼자 씨름하다가 아예 물건을 망쳐버린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질문하고 의뢰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것인데도 말입니다.
∙금식기도의 원리와 능력
성경에 보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의뢰하는 기도 중에 금식기도가 나옵니다. 금식기도의 의미 중에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이 아니면 살 수 없음을 간절하게 의뢰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금식은 나의 자리를 비우고 하나님의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금식기도를 하면서 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서, 자신이 이만큼 금식하였으니 하나님이 들어주셔야 되지 않느냐고 강변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원하시는 금식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너희가 오늘 금식하는 것은 너희의 목소리를 상달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어찌 내가 기뻐하는 금식이 되겠으며 이것이 어찌 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날이 되겠느냐”(사 58:4-5)
하나님이 원하시는 금식은 우리 가운데서 허망한 말(자기 주장)과 욕구(식사)를 제하여 버리고, 오직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일로 삶을 채우는 것이며(멍에와 손가락질을 제거), 우리의 무기력함을 인정하고 생명을 걸고 하나님께 의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우리를 물 댄 동산 같게 하시고,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이 만드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을 보면 사무엘이 이스라엘에 금식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자세히 보면, 먼저 물을 길어 여호와 앞에 붓습니다. 이는 정결하게 하는 것이요 우리의 마음을 물 붓듯이 여호와께 아뢰는 것이고(애 2:19), 오롯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흐트러진 마음, 욕망에 사로잡힌 마음으로 하는 기도에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기 위하여 회개합니다. 이는 이전에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하던 마음을 제하기 위하여 하는 행동입니다. 바알과 아스다롯을 제거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내게 남아 계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cf. 삼상 7:4, 6).
그렇게 하나님을 인정하고, 오직 하나님께 구하였던 이스라엘의 금식은 하나님의 응답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의 무능함과 연약함은 실패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기도에는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금식하였을 때에 그동안 이스라엘이 감당하지 못하였던 블레셋이 침공하여도 하나님이 그들을 블레셋의 손에서 구하십니다. 한 번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너무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의 미스바 금식은 오직 하나님이 구원이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하신 일을 선포하는 ‘에벤에셀’로 이어집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쏟아놓고 하나님께 집중하며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하던 마음을 정결하게 바꾸고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할 때에,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여기까지 도우셨다 고백하는 기도의 응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